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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기획시리즈] 세계의 자동차 박물관 탐방...프랑스 뮐루즈 자동차 박물관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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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기획시리즈] 세계의 자동차 박물관 탐방...프랑스 뮐루즈 자동차 박물관 편

한국 자동차 생산이 세계 5위, 국내 브랜드가 세계 4위로 올라섰습니다. 그런데 정작 자동차에 대한 지식은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국민을 위한 지식 정보 제공에 소홀했기 때문입니다. 세계의 자동차업체들이나 단체들은 박물관이나 전시장을 짓고 다양하고 기발한 방법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글로벌이코노믹은 ‘세계의 자동차박물관을 가다’ 시리즈를 마련, 조성주 기자가 세계의 자동차 박물관과 전시장을 돌아다니며 직접 경험한 이야기들을 전해드립니다. <편집자 주>

자동차는 연결고리가 긴 산업이다. 막대한 양의 쇠붙이와 플라스틱, 고무 등을 이용해 만들어진다. 수백개의 크고 작은 업체들이 생산한 수만개의 부품을 거대한 프레스로 누르고 로봇으로 조립하는 거대 산업인 데다 첨단 연구까지 필요로 한다. 여기에 마케팅과 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세일즈까지. 고용 효과나 사회에 미치는 파장도 커서 모든 자동차 생산국은 대부분 정부가 나서 자동차 회사를 지원할 수밖에 없다. 프랑스는 국가가 나서 자국의 자동차 산업의 역사와 위용을 알리는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게 바로 알자스 지방에 위치한 뮐루즈 자동차박물관(Cité de l'Automobile, in Mulhouse)이다.
◇전시에 충격을 받다…뮐루즈 자동차 박물관
뮐루즈는 프랑스이긴 하지만 파리보다는 스위스와 독일 중심부에 훨씬 가까운 국경 지역이다. 이곳에서 유럽 최대 자동차박물관과 기차 박물관을 운영하는 이유야 여러가지가 있었겠지만 자국 제품의 우수성을 경쟁국에 알리기 위함도 분명 있었을 것 같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런 외진 곳에 국립박물관이 있을 리가.

실제 차를 몰고 가보면 한가로운 시골 풍경에 갑자기 현대식 건물이 툭 튀어나오니 묘한 기분이 든다. 이곳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지만 입구 등 여러곳이 2006년에 리모델링을 해서 가장 최신 건물로 보이기도 한다.
▲자코1878./사진=조성주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자코1878./사진=조성주기자
안에 들어서면 누구나 좀 충격을 받는다. 넓디 넓은 공간에 마치 주차장을 방불케 하듯 차들이 꽉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실내 조명도 옛날 가로등 같이 만들었고, 관람객의 동선을 도로처럼, 그 주변에 전시차들이 아무렇게나 주차된 것처럼 꾸며진 게 특징이다.
▲세계에서가장비싼차중하나인롤스로이스팬텀초기모델./사진=조성주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세계에서가장비싼차중하나인롤스로이스팬텀초기모델./사진=조성주기자
차들 하나하나가 별도 박물관을 세워야 마땅할 정도의 내로라하는 클래식카 들이다. 1878~1970년까지의 차들로만 전시돼 있는데, 그저 오래됐다고 전시하는 게 아니라 나름대로 유명 카레이스에 참여했다거나 최고급이거나 한정판 자동차, 혹은 유명인이 탔던 자동차 등 나름의 스토리를 간직한 차들이 대부분이다.
▲삼성그룹이건희회장도소유했다는세계에서가장비싼부가티르와이얄중한대./사진=조성주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삼성그룹이건희회장도소유했다는세계에서가장비싼부가티르와이얄중한대./사진=조성주기자
저렇게 비싼 차를 저렇게 전시해도 되나 싶을 때도 있다. 이를테면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박물관에선 턴테이블 위에 신주단지처럼 모셔지던 300SL 같은 차가 여기선 수많은 차들 가운데 대충 주차돼 있어 찾기 어려울 정도다. 1920년대의 부가티 레이스카는 수십대나 있다. 한때 삼성그룹 이건희회장이 소유 했다고 해서 유명한 부가티 35B는 이곳을 처음 만든 프릿츠 슐럼프 (Fritz Schlumpf)가 직접 몰고 레이스에 참가했던 모델로 전시돼 있다. 이건희회장이 2008년에 내다 팔았을때 이 차 가격이 58억원 정도였다고 알려져 있는데 지금 이 차의 가격은 얼마나 될지 상상이 안된다. 100억원 넘는 이 회장의 소유품 중 하나인 부가티 르와이얄은 이곳에 두 대나 있다. 이곳에 전시된 차들 값을 모두 합치면 얼마나 될지 상상하기도 어렵다.

◇“최초의 자동차는 프랑스다”

사실 이곳은 세계 최초의 박물관 건물이기도 하다. 모직공장이던 이곳은 1880년에 자동차박물관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독일인들이 말하는 ‘칼벤츠의 최초의 자동차’라는 게 1887년에 만들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자동차박물관은 자동차가 만들어지기 전에 생겼다는 아이러니가 생긴다.
▲1930년대최고급차마이바흐./사진=조성주기자이미지 확대보기
▲1930년대최고급차마이바흐./사진=조성주기자
사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여러나라는 칼벤츠가 내놓은 내연기관 차를 ‘최초의 자동차’로 생각하지 않는다. 1769년 프랑스인 니콜라스퀴뇨(Nicolas Cugnot)가 만든 증기기관 자동차를 최초의 자동차로 본다. 실제로 이곳에 전시된 1878년형 자코(Jacquot) 증기기관 자동차를 보면 자코라는 의사가 왕진용 자동차로 개발을 의뢰해 만들어 사용한 것인데 칼벤츠의 자동차에 비해 10년가량 앞선 것이다. 그럼에도 디자인과 품질, 완성도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월등히 앞선다. 이런 차의 존재는 당시 이미 증기기관 자동차를 여러차례 만들어봤다는 증거가 되는 셈이다.

최초의 내연기관 양산 자동차 브랜드인 파하드&르베서(Panhard & Levassor)가 만든 자동차도 있다. 1891년부터 만들었다고 하는데, 이미 제대로 된 자동차로 보인다. 당시 이 차에는 “속도가 너무 빨라 운전자가 항상 긴장을 할 것”이라는 경고가 붙었다. 이 차의 최고속도는 시속 20km. 다임러가 제대로 모양을 갖춘 최초의 ’메르세데스’ 자동차를 만든 건 이보다 10년쯤 후다. 하지만 무려 35마력이나 됐고 속도도 월등히 빨랐다. 당시부터 독일인들은 겉모습을 발전시키기보다는 기계적 성능을 중요하게 여겼던 것 같다.

/글로벌이코노믹 조성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