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현과 떠나는 공간정보의 세계(3)] 단단한 정(綎)은 거대한 바위를 쪼갠다
정부마저 불법 GIS 소프트웨어 사용…기업들 고통
교통·방송·통신 등 생활 속 거의 모든 분야서 활용

1950년대 부산의 어느 거리. 굵은 뿔테 안경을 쓴 젊은 신사가 자신의 구두를 닦고 있는 아이들에게 말한다. “나의 꿈은 큰 배를 만드는 것”이라고. 아이들은 콧방귀를 뀌며 “아예 우리나라 자동차도 만들겠다고 하지, 그러냐”며 비아냥댄다. 영화 ‘국제시장’의 한 장면으로, 카메오처럼 등장한 현대그룹 고(故) 정주영 회장의 젊은 시절 모습을 픽션으로 그려낸 장면이었다.
이 영화는 1930~1940년대에 태어나 대한민국 현대사의 굴곡을 온몸으로 뚫고 지나온 한 세대의 삶에 대한 이야기다. 고 정 회장의 꿈이 도드라져 ‘불가능’으로 여겨졌다기보다는 모든 이의 꿈이 무모한 도전으로 보였던 시절이었다. 경제 부흥을 위한 자본과 자원은커녕, 국민들은 기본적인 의식주조차 제대로 마련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꿈을 현실로 만든 정주영
그로부터 6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우리나라는 세계 조선산업을 이끌고 있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얘기할 때, 한 사나이가 무모한 도전에 나섰고, 위대한 대한민국 국민들은 피와 땀으로 그 꿈을 현실로 만들어주었다.
비단 조선산업과 자동차산업뿐 아니라, IT산업에서도 우리나라는 세계 최정상의 기술을 자랑하고 있다. 불과 30여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가 반도체 강국이 될 것이라고 누가 상상했겠는가. 우리나라 GIS 산업의 발전도 그러하다. 20여 년 전 ㈜한국공간정보통신이 국산 GIS 엔진 개발에 나섰을 때, 대다수 전문가들은 단호하게 말했다. “단연코 불가능하다”라고. 하지만 불과 수년 만에 ㈜한국공간정보통신은 GIS 엔진의 국산화는 물론, 세계 최초의 3차원 GIS 기술까지 선보였다. 2015년 현재, 대한민국의 3D GIS, 모바일 GIS 기술 등은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그 동안 상상만으로 꿈꿔왔던 많은 것들을 갖게 되었다. 그렇다. 불가능은 없다. ‘불가능’이 거대한 바위라면, 당신의 도전은 단단한 ‘정(綎)’과도 같다. 단단한 정은 제아무리 거대한 바위라도 능히 쪼개낸다. 실패보다 더욱 두려운 것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당신 주변에서 불가능해 보이는 일에 도전하는 사람이 있다면, 격려하고 도와야 한다. 당신 말고도 그 사람의 기를 꺾으려 하거나, 그럴싸한 평론만 늘어놓는 사람은 많다. 진한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그들을 ‘희망’이라고 부른다.
아직 국내 GIS 시장은 작은 편이며, 기업과 공공기관의 GIS 도입과 활용도 미미한 수준이다. ‘GIS 도입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들 중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것이 예산문제다. 한 마디로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볼 수도 있다. 국산 워드프로세서인 아래한글 가정용 버전은 대략 4만원선에 판매된다. 여기에 기본 프로그램인 아래아한글과 표계산 프로그램, 프레젠테이션 프로그램 등이 포함된 오피스 버전은 40만원 선이다. 기업의 사무자동화용 프로그램으로 40만원 정도면 크게 부담되는 비용은 아닐 것이다. 건축물 설계에 많이 사용되는 외국산 오토데스크(AutoDesk)사의 캐드(CAD) 프로그램은 복잡한 가격정책으로 인해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대략 수백 만원에서 1500만원 정도면 구매할 수 있다. 3차원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의 가격은 수백 만원에서 수억 원에까지 거래되며, 데이터를 저장하는 DBMS의 경우는 구성 내용에 따라 수십 만원에서 수억 원을 지불해야 한다.
GIS 프로그램이 비싼 이유
국산 GIS 프로그램의 가격은, 2015년 조달청 등록가격 기준으로, 2000만원에서 6000 만원 사이로 책정되어 있다. 여러 제품을 패키지로 묶어도 1억 미만으로 산출된다. 조달청의 우수조달제품으로 등록된 국산 GIS 프로그램 ‘인트라맵’의 세트당 가격은 8000만원이다. 국내에서는 비싸다는 오해(?)를 받고 있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선진국과의 거래에서 적절한 가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국산 GIS 제품의 기술력이 뛰어나고, 무엇보다 안정적이면서도 정보처리 속도가 빨라 해외에서도 그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정말 궁금해진다. 해외 소프트웨어를 구매할 때는 그 과도한 가격에도 한없이 너그러웠던 마음이, 왜 국내 소프트웨어 구매시에는 그토록 날카로워 지는지.

왜 대기업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지 않고, 벤처기업의 소프트웨어를 불법적으로 훔쳐 쓸 수밖에 없었을까? 정부에서는 불법적으로 복사하고 사용해도 왜 서로가 암묵적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을까? 장기간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원천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들은 오픈 소스를 활용하거나 타사로부터 그 기술을 구매해서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달콤한 악마의 속삭임을 외면하지 못하고 ‘불법복제’라는 최악의 선택을 내리고 만다. 매우 강력한 국제적 제재 때문인지 해외 제품의 불법복제 사례는 흔치 않다.
불법 복제는 최악의 선택
결국 상대적으로 만만한 국내 회사의 우수제품을 불법적으로 훔치는 방법을 선택하곤 한다. 이러한 불법복제는 해당 피해 기업에게 큰 고통을 안기는 동시에,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업계의 미래를 파괴하는 범죄행위다. 몇몇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의 불법복제와 기술인력 빼가기, 정부의 무단 사용 등 잘못된 관행을 근절하고자 힘겨운 소송을 이어가고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한 성장동력과 먹거리를 걱정하는 국민들의 관심과 응원이 절실하다.
이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서 개발된 GIS 기술은 대체 어디에 어떻게 활용되는 것일까? 가장 폼 나는 활용 사례는 GPS와의 연계를 통한 서비스모델이다. 여기서 GPS기술이란 범지구위치결정시스템(Global Positioning System)으로 현재 완전하게 운용되고 있는 유일한 범지구위성항법시스템이다. 미국 국방부에서 개발되었으며 공식 명칭은 ‘NAVSTAR GPS’라고 하기도 한다. 무기 유도, 항법, 측량, 지도제작, 측지, 시각동기 등의 군사용 및 민간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유사시스템으로 러시아의 GNSS, EU의 갈릴레오 프로젝트 등이 있다.



다양한 기술 우리 곁에 성큼
우리보다 먼저 GIS 기술을 도입한 미국, 캐나다, 일본 등 선진국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GIS 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우리나라에서는 ㈜한국공간정보통신이나 ㈜지노시스템 등의 국산 GIS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2010년 중반부터 대기업과 정부의 불법복제 논란의 여파로 그 성장동력이 상실되고 말았다. 이후 수년간 어려움을 겪던 전문기업들은 작년부터 사세를 회복해 최근 사업 정상화를 이뤄나가고 있다.
그 동안 재난 안전, 원격 탐사, 건설, 환경,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돼온 GIS 기술은 최근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Big data) 등 새로운 기술의 중추 기반이자 핵심으로 주목 받고 있다. 관련 업체들의 기술간 융합모델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고객들의 관심 또한 단독 솔루션보다는 다양한 편리성과 통합관리 기능을 제공하는 융합형 솔루션에 집중되고 있는 추세다. 우리들의 생활을 보다 편리하고 풍요롭게 해주는 다양한 신기술들이 올해는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올 것이라 예상한다.


/글로벌이코노믹 김인현 (주)한국공간정보통신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