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이코노믹=김영조 문화전문기자]
아아 울음 한 번 크게 울지 못한 누구의 가슴이 저리도 곱게 허무는가
천 년을 벼르어 이룬 첫날밤 나 갔다 오리라 그 한 말씀
창문 밖에는 바람소리와 시베리아 모진 바람소리
아아 울음 한 번 크게 울지 못한 누구의 가슴이 저리도 곱게 허무는가“
이 시는 민용태님이 쓰신 <검정고무신>입니다. 첫날밤도 못 치르고 시베리아 벌판에 징용 끌려간 서방님을 기다리는 여인의 한을 검정고무신에 담은 것이지요. 어쩌면 모진 역경 속에서도 꿋꿋이 이어온 우리 선조의 삶을 그린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 시는 이병욱이 작곡하고 노래하여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런 검정고무신을 그것도 타이야표 검정고무신은 60~70년대에 유행했지요.
부잣집 아이들이야 하얀 운동화를 신고 다녔지만 보통의 아이들은 검정고무신도 감지덕지였구요. 오래 신어 닳으면 구멍이 나고 그러면 때워 신거나 꿰매 신기도 했었습니다. 어떤 아이들은 시멘트 바닥에 문질러 구멍을 내고 엿 바꿔 먹다가 엄마한테 매를 맞기도 했지요. “졸졸졸 흐르는 또랑에서 거머리나 미꾸라지를 잡아 사촌동생 검정고무신에 넣어주었다.”는 장난꾸러기도 있었습니다. 말표, 범표, 만월표 같은 검정고무신의 상표들이 기억납니다. 잘 닳지 않아 오래 신었던 검정고무신이 고맙던 시절, 그때가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