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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관계 토박이말]뜨게부부와 가시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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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관계 토박이말]뜨게부부와 가시버시

[어려운 말 대신 예쁜 토박이말을 쓰자(2)]
[글로벌이코노믹=김영조 문화전문기자] 정식으로 결혼을 하지 않고 우연히 만나서 어울려 사는 남녀 곧, 동거하는 남녀를 '뜨게부부'라고 하는데 '뜨게'는 '흉내 내어 그와 똑같게 하다'라는 뜻이다. 따라서 '뜨게부부'는 '가시버시'가 아니다. ‘가시버시’는 부부를 낮추어 부르는 말이므로 초대장 등에서 '저희 부부는…'라는 말보다는 '저희 가시버시는…'라는 말을 쓰면 더 멋지지 않을까? 결혼하여 배우자가 있는 사람을 유부녀, 유부남이라 하는데 이를 토박이말로는 남진어미’, ‘남진아비라 한다.

동무 사이를 이르는 말로는 자치동갑, 너나들이, 옴살 같은 것이 있다. '자치동갑'은 나이차가 조금 나지만 서로 동갑내기처럼 지내는 사이를 뜻한다. '너나들이'는 서로 '', ''하고 부르며, 터놓고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이며, '옴살'은 마치 한 몸 같이 친하고 가까운 사이를 뜻하는 말이다. 동무라면 자치동갑이나 너나들이, 나아가 옴살이 되면 좋을 일이다. 그런가 하면 아직 동무가 되지 못하고, 서로 겨우 낯을 아는 정도의 사이는 '풋낯'이라 한다.

▲너나들이보다는옴살이더친한사이다./그림이무성한국화가이미지 확대보기
▲너나들이보다는옴살이더친한사이다./그림이무성한국화가


'고드름장아찌'라는 말도 있는데 말과 행동이 싱거운 사람이다. 장아찌는 간장에 절이거나 된장에 담근 것인데 고드름을 간장에 절였다면 맹물 같이 될 터이니 얼마나 싱거울까? 그런가 하면 '검정새치'는 새치이면서 마치 검은 머리카락인 척하는 것처럼 같은 편인 체하면서 남의 염탐꾼 노릇을 하는, 한자말로 하면 간첩을 이른다.
'윤똑똑이'란 말이 있는데 음력의 윤달처럼 가짜로 만들어진 것을 빗댄 것으로 저 혼자만 잘난 체하는 사람을 비아냥거리는 말이다. '치마양반'도 있는데 이는 출신이나 능력이 별로인 남자가 지체 높은 집안과 혼인하여 덩달아 행세하는 사람이고, 담배를 많이 피우는 골초는 '용고뚜리', '철록어미'.

우리 토박이말에 ''란 말은 5가지가 있다. '누구'의 준말이 ''이며, 살아가는 한 세상을 뜻하기도 한다. '뉘누리'의 준말로 소용돌이를 이야기하기도 하며, 자손에게 받는 덕을 말하는데 '뉘를 보다'라고 쓴다. 그런가 하면 방아를 찧은 쌀 속에 섞인 겨가 벗겨지지 아니한 벼 알갱이를 뜻하는 말도 된다. 조선가요집가운데 시집살이란 노래엔 "아가 아가 새아가야 / 밥에 ''도 너무 많다 / 밥에 ''''라 합나"라는 노래도 있다.

그런가 하면 휘모리잡가 <바위타령>은 "배고파 지어 놓은 밥에 / 뉘도 많고 돌도 많다 / 뉘도 많고 돌 많기는 / 임이 안 계신 탓이로다"라면서 밥에 뉘가 들어 있는 것이 임이 안 계신 탓이란다.

▲밥에뉘가나오니임이안계신탓이란다./그림이무성한국화가이미지 확대보기
▲밥에뉘가나오니임이안계신탓이란다./그림이무성한국화가


이어지는 타령을 보면 "그 밥에 어떤 돌이 들었더냐 / 초벌로 새문안 거지바위 문턱바위 둥글바위 너럭바위 치마바위 / 감투바위 뱀바위 구렁바위 독사바위 행금바위 중바위 동교로 북바위 갓바위 동소문 밖 덤바위 자하문 밖 붙임바위 백운대로 결단바위 승갓절 쪽도리바위 용바위 신선바위 부처바위"라고 읊고 있다. 밥에 들은 뉘를 팔도의 온갖 바위를 갖다 댄다. 엄청난 과장인데 토박이말의 향연이다.

쌀 속에도 ''가 있지만 사람들 속에도 ''가 있다. 그런데 그 ''를 우리는 잘 가려내지 못한다. 그것은 검정새치로 숨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는 쌀만이 아닌 세상 속에서도 가려내야할 것이며, 또 혹시 내가 세상의 ''는 아닌지 뒤돌아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