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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먹으면 두 배로 맛있는 우리 농산물 이야기- 호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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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먹으면 두 배로 맛있는 우리 농산물 이야기- 호박

[글로벌이코노믹] 예부터 가을에 수확한 잘 익은 호박은 겨우내 다락방 시렁에 쌓아 놓고 호박범벅이나 떡에 넣어 먹는 등 부족한 식량을 대신해 요긴하게 활용해 왔음에도 ‘지천에 깔린 게 호박’이라고 비하하기도 하고‘호박이 넝쿨째’라고 횡재를 뜻하는 말로 사용하기도 한다.

호박은 다른 채소에 비해 기후에 잘 적응하고 가뭄과 병에도 강해 우리 선조들의 배고픔을 해결해 주었고, 약제 살포가 거의 없는 무공해 식품으로 늙은 호박과 단호박에 듬뿍 들어 있는 카로틴 성분은 체내에서 비타민A로 변해 비타민이 부족해지기 쉬운 겨울철에 훌륭한 영양 공급원이 되고 있다. 그래서 동지에 일부러라도 호박을 먹으며 감기 없이 건강하게 날 수 있도록 대비한 풍습도 있었다.
감기가 염려되는 환절기에 영양덩어리 호박으로 감기도 예방하고 온 가족 건강도 챙겨 보자.

어떤 채소인가?

호박은 박과(Cucurbitaceae family)에 속한 작물로 중앙ㆍ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이며, 모든 지역에서 오랫동안 재배되어온 중요한 작물이다. 호박의 원산지인 미대륙에서는 다양한 축제나 행사의 주인공으로, 중국에서는 다산(多産), 풍작(豊作), 건강(健康), 그리고 부유(富有)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으며, 유럽에는 15세기 이후, 일본에도 16세기 중반쯤 건너갔다.

우리나라에서는 임진왜란 이후인 16세기 말에서 17세기 초 무렵에 일본과 중국을 통해 전해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의 남만(南蠻)에서 전래되었다는 의미로 남과(南瓜), 오랑캐로부터 전래된 박과 유사하다 하여 호박(胡朴)이라 부르게 된 것이다.

모양ㆍ색깔 다양한 호박의 이용

세계적으로 재배되는 호박은 열다섯 종류인데 지역에 따라서는 관상용으로만 쓰이는 곳도 있고, 나라마다 선호하는 종류도 다르다.
호박은 열매채소류에 속하지만 조리법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요리에 사용되므로 나라마다 여러 가지 요리로 사랑받아 왔다. 지중해 지방에서는 올리브 오일에 볶아서 향신 채소를 얹어 먹고, 아랍에서는 호박 속을 비운 뒤 양념한 고기와 여러 재료를 넣고 익혀 먹는다. 유럽에서는 ‘주키니’호박을 즐겨먹고 일본에서는 200여 년 전부터 단호박을 즐겨 먹어 수많은 조리법이 발달해있는 반면 우리와 같은 애호박은 거의 먹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애호박과 늙은 호박, 잎과 순, 꽃 등을 두루 즐겨 먹은 지혜로운 민족이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재배하는 호박은 크게 세 종류다. 동양계 호박이라 불리는 모샤타 종 가운데 가장 친숙한 것은 누렇고 커다란 늙은 호박이며, 청둥호박이나 맷돌 호박으로도 불린다. 서양계 호박이라 구분하는 막시마종 호박은 최근에 단호박이 많이 이용되는데 주로 쪄서 먹는다. 페포계 호박 중 많이 하는 것이 ‘주키니’호박인데 다른 호박들과 달리 덩굴이 거의 뻗지 않고 서늘한 기후에 잘 자란다. 최근에는 관상용 폐포계호박 이용이 늘어나고 있다.

◆막시마종 호박(일명 : 서양계호박)(C. maxima)

주로 숙과를 이용하므로 winter squash라고 부르며, 미대륙 북부 기후조건에 적응되어 저온 등 불량환경에 강하나 다습엔 약한 편임

◆페포종 호박(일명 : 페포계호박)(C. pepo)


페포종 호박은 잎의 열편 정도가 심하고 뾰쪽하며 가시가 있으며 과실자루는 5∼8각으로 굽어져 있고, 종자 크기가 작음. 고온 다습에 약함

◆모샤타종 호박(일명 : 동양계호박)(C. moschata)


중국이나 한국에서는 오랜 기간에 걸쳐 청과나 숙과로 많이 이용
대부분의 모샤타종은 온난 다습 기후조건에서 최대의 성능을 발휘하므로 특히 하우스재배 조건에도 적합

◆효능 및 기능성

호박은 소화흡수가 잘 되어 어린아이부터 소화력이 떨어지는 환자나 노인들도 부담 없이 섭취할 수 있으며, 비타민B군과 펙틴, 칼슘, 철분, 인 등 식물성 섬유와 무기질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는 영양 덩어리다.

호박을 먹으면 소화기능 향상과 변비개선에 효과적인 것은 물론이다. 항산화 영양소로 잘 알려진 비타민E도 호박에 넉넉히 들어있다. 단호박 한 조각을 먹으면 하루 섭취 권장량의 절반 이상을 채우는 셈이다.

한국인에게 부족하다고 알려진 비타민A도 호박에 많다. 호박의 노란 색깔은 베타-카로틴이 있다는 의미이다.

호박에 들어 있는 베타-카로틴은 사람이 먹고 난 후 몸 안에서 비타민A로 바뀐다. 비타민A는 심장병, 뇌졸중, 시력 감퇴, 암 예방, 노화 방지, 폐기능 향상 등의 효과가 있어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라면 호박을 자주 먹는 것이 좋단다.

그렇다고 호박을 믿고 과다한 흡연은 금물이다.

◆맛있는 호박 고르기

애호박과 풋호박은 여름에 가장 맛있지만, 늙은 호박과 단호박은 가을에 맛있고 영양분도 풍부하다.

늙은 호박은 얼룩진 색깔 없이 표면이 진한 황갈색이면서 상처가 없는 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 상처가 있는 호박은 오래 저장할 수 없고 쉽게 썩기 때문이다. 늙은 호박 표면에 하얀 분가루가 생긴 것은 잘 익은 호박으로 맛이 좋다.

단호박은 들어보았을 때 묵직한 느낌이 나면서 표면이 고르고 멍이 없이 윤기 있는 것이 상품이다. 반을 잘라 파는 호박을 살 때는 속이 진한 황색을 띄면서 속이 촉촉한 것을 고른다. 애호박은 너무 크지 않고 곧은 것이 좋다. 황록색으로 윤기가 돌고 꼭지가 마르지 않는 것이 신선한 호박이다.

할로윈 축제, 왜 하필 호박이었을까?

매년 10월 마지막 날이 되면 미국에서는 호박을 사람 얼굴 모양처럼 구멍을 뚫어 불을 밝히고 저녁에는 호박 파이를 구워먹는다. 사실 이 할로윈 축제의 기원국인 아일랜드에서는 원래 호박 대신 순무로 등을 만들었단다. 그러나 미 대륙으로 이주해 온 후 발견한 이상하게 생긴 채소가 훨씬 모양을 파내기도 쉽고 그럴싸해 보여 호박이 순무의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 한다.

하지만, 죽은 자의 영혼에 관련된 날인 할로윈에 호박이 등장한 것이 우연만은 아닌 것 같다. 비슷한 예로 일본에서는 동짓날에 호박이 등장하는데 노란색이 귀신을 쫓는 색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밤이 가장 긴 날 유자를 넣은 탕에서 목욕하고 단호박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