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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먹으면 두 배로 맛있는 우리 농산물 이야기- 배추와 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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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먹으면 두 배로 맛있는 우리 농산물 이야기- 배추와 김치

[글로벌이코노믹]요즘 잘되는 식당은 점심시간에도 발 디딜 틈이 없다. 특히 중장년층의 여성 고객이 80%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식당엘 가면 그날 식사는 성공적이라고 기대하게 된다. 고급 고깃집엘 가도, 서민적 감자탕 집에 가도, 여기저기서 쉽게 들려오는 말“음~ 이집 김치 맛있다. 이 정도면 다른 반찬도 맛깔스럽겠는 걸?

필자는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외식을 자주 하는 편인데, 식당을 추천하시는 분들 중 열에 여덟은“그 집은 해장국 전문점인데, 김치가 너무 깔끔해.”이렇게 김치를 함께 추천하신다. 간혹 출장을 다니며 시간에 쫓기어 분식집에서 간단하게 라면과 김밥으로 끼니를 때울 때도 밑반찬에 김치가 없으면 서운하여 항상 김치를 달라고 하며, 때마침 제공된 김치가 적당히 발효되어 새콤하고 간간한 맛이 입안에 퍼지면, 라면 국물이 훨씬 깔끔하고 맛있게 느껴지는 것은 필자만의 경험은 아닐 것으로 생각된다.
배추는 김치의 주 재료로 우리나라에서는 13세기경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 1236~1251)에 배추와 관련된 문자인 숭이 최초로 언급되어 있으며, 처음엔 약용으로 이용되었다고 한다. 이후 배추는 채소로서 재배되며 김치의 주 재료로 한국인 식탁의 기본을 형성하였다.

배추 재배면적은 1990년대에는 약 4만ha이었으나, 2000년 이후 양식과 육식을 즐겨하는 등 식생활패턴의 변화로 그 면적이 줄어들어 2010년에는 2만5천ha에서 약 2천톤의 배추를 생산하여 우리 국민의 식탁을 지켜주었다.

◆계절따라 맛 달라지는 배추의 진실

2010년은 봄부터 시작하여 여름, 가을 심지어 겨울 배추까지 배추의 가격이 이렇게 올라도 되는지 걱정될 정도로 고가 행진을 지속하였다. 배추는 원래 17~20℃ 정도의 서늘한 기온을 좋아하는 채소로 중국 북부지역과 지중해 지역이 원산지이다. 따라서 한여름에 40℃가 넘는 한국에서의 재배는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배추김치가 없으면 식탁이 허전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 배추 육종가들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 더위에도 견딜 수 있는 품종을 개발하게 되었고, 이 품종을 해발 700m 이상의 고랭지에서 재배하게 되면서 여름에도 싱싱한 배추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시장에 가면 1~5월까지 판매되는 배추는 대부분 해남이나 진도에서 겨우내 재배된 겨울 배추이다. 이 지역은 겨울철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기간이 적어서 눈 속에서도 싱싱하게 자랄 수 있어 초봄까지 배추를 생산한다.
겨울 배추는 재배 기간도 길고 추운 계절에 재배되어서 단맛이 강하다. 무나 배추 등 배추과 채소는 0℃ 근처의 저온에서 재배되면 저온에 견디기 위해 당분을 축적하여 단맛이 강해지고 육질도 단단해지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겨울 배추로 김장을 담그면 맛도 좋고 육질도 단단하여 묵은지로 만들어도 김치가 물러지지 않는 특징이 있다.

6월부터 7월에 판매되는 배추는 전라남도, 경상남도 일부 지역에서 재배된 봄배추로 수확시기에 온도가 높아지고 비가 많이 오게 될 경우 맛이 다소 싱거워 질 수 있다. 이 밖에도 재배 초기에 온도가 낮아서 꽃대가 올라오는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 꽃대를 형성하면 구가 벌어지고 잎이 억세지며 맛이 없게 되어 김치용으로 이용이 어려워진다.

따라서 봄철에 일찍 온도가 올라가는 남부지역에서만 재배가 가능하다. 최근에는 봄에도 고소한 맛을 잃지 않는 우수한 품종들이 개발되어 봄배추의 품질도 우수하다.

8월부터 10월까지 판매되는 배추는 강원도, 경상북도 및 전라북도의 해발 700m 이상에서 재배가 가능한 여름배추이다. 경상도와 전라도의 여름배추는 조금 일찍 수확하며 강원도 해발 1,000m이상의 고랭지 배추는 9월부터 수확된다. 수확 시기는 배추의 시장 가격에 의해 조절이 가능하다. 이 시기는 배추 재배에 불리한 여러 가지 조건이 맞물려 있는 시기로 고온, 가뭄, 병해충의 문제가 항상 도사리고 있다.

2010년의 경우도 한여름 이상 고온과 가뭄으로 30여년간 배추를 재배해 온 농가에서도 몇 만평에 해당하는 배추가 썩어버리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그러나 일반적인 경우는 강원도 고랭지는 여름도 선선하고, 바람이 많이 불어 배추가 웃자라지 않아 맛이 고소하고 잎이 얇은 것이 특징이다.

11월부터 12월에는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든 손쉽게 재배할 수 있는 가을배추가 판매된다. 저 멀리 제주도부터 강원도까지 어디서든 2~3개월 만에 속이 꽉 찬 배추를 수확할 수 있어서, 가격도 저렴하고 수확시기에 온도도 낮아 품질도 매우 좋다. 전통적으로 김장을 담가온 배추도 가을배추로서 우리나라 어디서든 재배와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한국 식탁의 기본 반찬으로 사랑을 받아왔다.

◆‘치료’의 의미 함유된 배추의 학명

배추의 학명은 Brassica rapa이다. 이 학명에도 깊은 의미가 있다. Brassica는켈트어의 양배추(Bresic)에서 유래되었다는 설과 그리스어의 삶는다(Brasso) 또는 요리한다(Braxein)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다.

서양인들이 즐겨먹는 배추과 채소인 양배추는 주로 삶아서 이용해 왔으므로 배추과 채소들은 과거부터 익혀서 먹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아마도 생으로 먹기엔 강한 맛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된다.

실제로 얼마 전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에서는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배추에서 항암성분인 글루코 브라시신(글루코 시놀레이트의 한 종류)이 다량함유된 것을 밝혔는데, 항암물질의 대표주자로 여겨지는 글루코 시놀레이트 종류는 약간 매운 맛을 내는 특징이 있어 이러한 맛을 없애기 위해 삶는 방법을 이용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의 선조들은 이러한 매운 맛을 없애기 위해 더욱 매콤한 고추와 짭짤한 젓갈을 이용하여 발표시킨 김치를 개발하였으니, 한국 전통 음식의 우수성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rapa는 그리스어의 rapus 또는 켈트어의 rab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며 그 의미는‘치료’라고 한다. 이와 같이 학명 자체에서 치료의 의미가 함유되어 있고, 최초에 우리나라에서 약용으로 사용될 만큼 건강기능성 식품인 배추로 김치를 담가서 널리 모든 백성에게 부자건, 가난한 자건, 상관없이 손쉽게 부식으로 이용할 수 있게 개발하여 이용해온 우리 조상들의 지혜에 다시 한번 감탄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