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일찍 찾아와 수요는 느는데 전력공급은 대폭 늘릴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미 5월 초 초여름 날씨를 기록하면서 벌써 예비전력 수치가 아슬아슬한 지경에 이르렀다.
게다가 일부 대형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가 점검을 위해 가동을 멈췄다.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7∼8월 지난해와 같은 대규모 정전사태를 다시 맞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말∼9월 중순이었던 비상대책 기간이 올해 6월1일∼9월21일로 늘어난 것도 이 같은 사정을 반영한 것이다.
정부는 철강을 포함한 산업계와 백화점을 비롯한 대형 다중시설 등 크게 2개 분야로 대책을 나눴다.
다만 이번 대책에 민감한 일반 가정에 대한 전기요금 인상 방안은 담지 않았다. 경제위기 속에서 물가인상 우려를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산업계 동참 요청 = 우선 정부는 전력피크 사용량의 50%를 넘을 정도로 소모가 가장 큰 산업계의 협조가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주물협회 소속 84개 업체 중 62개가 여기에 동참키로 했고, 시멘트 업계도 5월에 하던 개보수 시기를 8월 3∼4주로 늦췄다.
또 전력 사용이 많은 시기를 피해 조업을 유도하기 위해 요금제를 조정키로 했다. 이를 신청하면 23일간 피크 시간대 요금은 평소의 5∼10배를 부과하지만 평상시(342일)에는 할인해 준다.
이를 통해 정부는 예비 전력 500만kW 이상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이는 산업계가 순순히 협조했을 때를 가정한 것이고, 불이익을 당해도 공장을 가동하는 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민간 협조도 절실 = 백화점ㆍ호텔 등 478개 대형 건물을 선정해 오후 2∼5시 냉방온도를 26℃ 밑으로 내려가지 않도록 강제사항으로 규정했다.
이를 제외한 8만 개의 커피전문점ㆍ패밀리 레스토랑ㆍ의류매장ㆍ금융기관도 해당 협회별로 절전에 자발적으로 협조할 수 있도록 권고했다.
출입문을 열어 놓고 냉방기를 가동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과태료 부과와 같은 법적 조치로 단속함으로써 에너지 낭비를 줄여나간다는 방침이다.
피크 시간대에는 1∼9호선, 경인ㆍ분당선 등 13개 노선의 운행간격을 1∼3분 연장해 예비전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중앙행정기관ㆍ지방자치단체ㆍ교육청ㆍ국공립학교 등은 5% 절전을 의무화 한다. 최저 실내 온도를 민간 부분 보다 높은 28℃로 정했다.
심지어 화장실 손말리기용 온풍기 제거하고 비데 전기절약 장치도 부착하는 등 사소한 것이라도 절전에 도움이 된다면 가리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