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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도 공부 안하면 제2 문대성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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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도 공부 안하면 제2 문대성 된다"

"김연아 측 고소는 한편의 개그 같다"

“쓰레기 같은 언론이 본질 지적 않고 문제 더 키워”
“교수가 이렇게 까지 망나니 취급을 받아야 하는가”

[전격 인터뷰] 김연아로부터 명예훼손 고소당한 황상민 교수

[글로벌이코노믹=노정용기자] CBS 라디오 ‘전방위시사토크’ <김미화의 여러분>에 출연한 황상민 연세대 교수(심리학)가 “김연아 교생실습은 쇼” 발언을 한 이후 김연아 선수 측에서 최근 황 교수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이에 대해 황 교수는 “김연아 선수 측의 명예훼손 고소가 한편의 개그를 보는 것 같다”고 황당해 했다. 네티즌들도 황상민 교수가 일반적인 체육특기자의 대학 교육 문제를 지적했을 뿐인데, ‘고소는 너무 한 것 아니냐’와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황 교수의 발언은 지나쳤다’로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다. 이에 대해 [글로벌이코노믹]는 저명한 심리학자이기도 한 황 교수로부터 사태 전말에 대해 인터뷰했다.

-김연아 선수 측 고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좀 황당하고 어이가 없다. 강용석 전 의원이 개그맨 최효종을 고소했던 사건보다 더 웃기는 개그를 보는 것 같다. 학자가 대한민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현상과 이슈를 분석해 대안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한, 발언의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고 일부 텍스트만을 가지고 고소하며 협박하는데, 너무나 당황스럽다.”

-김연아 사태의 본질은?
“김연아 선수 개인의 문제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각종 문제가 복합적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본다. 김연아 선수는 분명 한국을 넘어 세계 피겨계에서 훌륭한 업적을 남겼고, 그에 따른 많은 경제적 혜택도 누렸다. 그러다 보니 그에 대한 부정적인 면이 조금만 비쳐도 과도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제가 이야기하고자 한 건 우리 대학에서 교육을 제대로 못 시키고 있는 점을 지적한 것인데, 정말 엉뚱한 방향으로 사태가 흘러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우리 사회에서 대학과 대학졸업장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

“우리 사회는 말 그대로 간판을 중시한다. 대학에서 어떤 교육을 받는가와 받아야 하는가, 에 대해서는 도통 관심이 없다. 그 부분을 공감했으면 이 문제 제기가 생산적인 토론을 낳고 우리 사회를 한층 더 성숙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고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만 부각됐다. 지금의 상황이라면 훌륭한 세계적인 피겨선수인 김연아도 최근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제2의 문대성이 될 가능성도 있다. 김연아 선수가 부도덕하기 때문이 아니라 대학을 다니며 대학에서 꼭 배워야 할 부분을 배우지 못한다면 말이다. 문대성 선수도 올림픽의 영웅으로서, 대학을 다니며 운동을 병행했지만, 운동을 하는 만큼 공부를 하지는 못했다. 대학에서 그런 과정을 밟지 않고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박사학위를 받다보니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 아닌가.”

-체육인과 연예인에 대한 특례입학이 왜 문제인가

“특례입학 자체를 문제가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대학에서 남다른 재능을 가진 특기자를 뽑을 수는 있다. 제가 지적하고자 하는 바는 대학이 학생을 뽑았으면 제대로 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대학이 특기자를 뽑은 후 그들을 학생으로 취급하지 않고 연예인이나 운동인으로 취급하면서 대학 교육을 제대로 안 시킨다면 그것은 대학이 자기 의무를 방기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심리학자의 입장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한 대중들의 반응을 어떻게 생각하나.

“대중들의 반응을 보면서 놀랐다. 전공하는 학문의 성격상 사회적 이슈에 대해 대중의 심리가 어떻게 흘러가는가를 추적하는데, 처음에는 ‘대학 교육의 적합성’이란 사회적 이슈를 김연아 선수 측에서 다른 쪽으로 돌리는 바람에 그를 지지하는 측으로부터 엄청 공격을 받았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면서 대중들의 여론이 달라지기 시작하는 것을 볼 때 우리나라 대중들이 훨씬 더 냉정하게 사태의 본질에 대해 이해를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가장 안타까운 게 언론이었다. 저를 ‘불한당’으로 몰아버린 ‘쓰레기 같은 언론’이 문제를 더 키웠다. 본질적인 문제는 접어두고 유명인이 자기에게 약간 불리한 표현이 있다고 해서 고소를 한다면…. 학생이 교수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고소하고, 교수가 이렇게 까지 망나니로 취급 받아서야 되겠는가.”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돈도 없고 권력도 없는 제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하고 고민하고 있다. 김연아 선수 측에서 ‘사과를 하면 고소를 취하하겠다’고 했고, 실제로 저는 사과에 준하는 발언도 여러 번 했다. 당시 발언의 취지를 잘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긴 ‘독립연습’과 ‘한국인의 심리코드’란 두 권의 책에 직접 사인까지 해 방송인 김미화 씨를 통해 ‘김연아에게 전달해달라’고도 했다. 뿐만 아니라 다음 주부터 ‘황상민의 심리추리’ 코너를 안 하겠다고 했는데, 더 이상 어떻게 사과를 하나. 사과 한 박스를 보내줘야 하나. 당사자인 저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너 잘 걸렸다’는 식으로 고소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요 며칠 사이 각종 욕설과 문자메시지, 이메일을 받은 걸 생각하면…(가슴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