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송계신의 경제포커스] EU 금융안정대책 효과 있나

공유
0

[송계신의 경제포커스] EU 금융안정대책 효과 있나

[글로벌이코노믹=송계신부국장] 유럽연합(EU) 정상들이 지난달 29일 합의한 금융시장 안정대책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진정시키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EU 정상들의 합의는 유로존 구제기금의 은행 직접 지원, 국채 직접 매입 허용, 구제기금의 우선 변제권 삭제, 유로존 차원의 금융감독시스템 구축 등 크게 4가지로 압축된다.
이번 합의가 유럽의 재정위기를 근본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인지, 아니면 응급처방에 불과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시간을 갖고 봐야겠지만 일단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금리를 안정시키고 글로벌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구제기금의 은행 직접 지원


-유로존 구제기금의 역할 변경 추진

-지원자금, 정부부채에서 은행부채로

-스페인등 금융지원국 부채부담 감소

유럽연합(EU)이 13시간 넘는 마라톤 협상을 벌인 끝에 내놓은 금융시장 안정대책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유로존 구제기금의 역할 변경이라고 할 수 있다.

EU 정상들은 국채시장 안정책으로 우선 유럽재정안정기금(EFSF)과 유로안정화기구(ESM) 등 구제기금이 자본재확충이 필요한 유로존 은행들을 직접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를 통해서만 은행을 지원함으로써 정부 부채가 늘고 결국 스페인 등의 국채 금리가 치솟는 등 그간의 지원책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것이다.

유럽재정안정기금(EFSF)과 유로안정화기금(ESM ) 등 유로존 구제기금의 대출은 기본적으로 각국 정부에 지급하는 돈이다.

금융위기 등 특수한 상황에서 은행이나 기업을 지원해도 일단 정부를 거쳐 나가게 돼 있기 때문에 정부가 돈을 빌리는 주체가 되고 당연히 갚을 책임도 정부에 있었다.

따라서 전면적 구제금융의 경우 돈을 빌려주는 구제기금 측이 정부의 대대적인 긴축 정책을 대출 조건으로 내세워 강요할 수 있었다.

구제금융을 받은 각국 정부가 재정운용과 예산정책을 방만하게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가 나라빚과 적자를 줄이고 경제를 성장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돈을 모아 책임지고 빚을 갚아나가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런 점 때문에 스페인에 대한 금융권 구제금융이 스페인 정부의 빚 상환 능력을 더 악화시켰다는 평가응 받게 됐고 스페인 국채 금리는 급등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어 스페인의 국채금리 급등이 자금조달을 더 어렵게 만들고 다른 나라로 위기 상황이 확산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러나 이번에 정상회의에서 유로존 구제기금이 은행을 직접 지원하는 것을 허용키로 함으로써 스페인 정부 부채 비율은 구제기금과는 상관이 없게 됐다.

#구제기금의 국채 직접 매입

-국채매입 ECB에서 구제기금 전환

-ECB 국채매입 중앙은행 기능훼손

-국채금리 7% 아래로 낮추는 효과

유로존 구제기금이 재정위기에 빠진 국가의 국채를 직접 매입키로 한 대책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

그동안 유로존 구제기금은 그야말로 구제기금을 제공하는 역할만 해왔다. 각국이 출자한 기금 또는 신용보증을 지렛대 삼아서 채권을 발행해 만든 자금으로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에 지원했다.

구제금융을 받았거나 받아야 할 위험에 처한 나라들의 국채는 시장에서 정상적인 금리로는 팔리지 않는다. 돈을 떼일 위험이 높고 팔 사람은 많아도 살 사람이 적어지기 때문에 그만큼 금리도 높아진다.

따라서 금융시장에서 국채금리를 일정 수준 낮추기 위한 방법 중의 하나로 위험국가 국채를 누군가 대량으로 사들여야 한다. 현행 체제에선 그 역할을 유럽중앙은행(ECB) 밖에 할 수 없다.

그렇지만 긴급 상황일지라도 ECB가 국채를 매입할 경우 중앙은행의 고유 목적을 훼손하는 지적 때문에 실제로는 국채매입을 꺼려하기 때문에 위험국 국채 금리가 계속 치솟을 수밖에 없었다.

통상적으로 원리금을 갚으면서 정상적 경제 운용을 지속할 수 있는 국채금리의 상한선은 7%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 이상이 되면 결국 시장에서 정상적으로 돈을 조달하기 어려우므로 구제금융기구들에 대출을 요청할 수 밖에 없어 7%는 구제금융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들의 국채금리가 7%를 넘어서면서 금융시장에서 외면받을 경우 구제기금이 공식적으로 국채를 직접 매입할 수 있게 되면 국채금리를 어느 정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구제기금 변제 우선권 삭제


-스페인 구제자금의 우선변제권 면제

-국제투자자금 위기국 국채매입 유도

-유럽 금융감독시스템 연말 구축추진


이번 대책에는 EFSF와 ESM의 구제기금 대출에 주어져 있는 변제 우선권을 삭제해 민간 채권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특히 스페인에 지원하는 구제자금의 변제 선순위권을 없앴다. 채무자가 진 여러 빚 가운데 가장 먼저 구제기금을 빚을 갚아야 했는데 이를 삭제한 것이다.

그동안에는 채무국이 만일의 사태 발생 시 구제기금에 우선적으로 지원금을 변제하도록 돼 있어 민간 투자자들은 위험국 채권 투자를 기피했다.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빚 탕감을 해줄 때도 이런 원칙이 적용돼 EFSF나 그리스 국채를 보유한 유럽중앙은행(ECB)은 손해를 보지 않았다. 대신에 주로 은행들인 민간 채권단은 국채 액면가의 50%를 탕감해주고 만기가 돌아온 국채를 장기 국채로 전환해주는 등의 순실 부담을 떠안아야 했다.

민간 채권단이 수익을 노리고 투자한 것이고 위험할수록 높은 수익을 올리는 투자원칙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손해도 감수해야 한다는 논리로 은행들을 압박해 빚 탕감을 성사시켰다.

그러나 그리스에서 이런 경험을 한 민간 투자자들은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를 보유하는 것을 더욱 꺼리게 됐으며 이는 해당 국가들의 국채금리 상승하는 요인이 됐다.

이에 따라 유로존의 지원이 이미 결정돼 조만간 시행될 스페인에 대한 구제기금에선 변제 우선권을 없애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EU 정상들은 이에 따른 도덕적 해이와 위기 증폭을 방지하기 위해 우선 유럽 차원의 금융감독 시스템을 만든 뒤에 이런 지원책을 시행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ECB 내에 연말까지 설치될 독립적인 감독기구가 은행들의 운영을 감독하고 제재하게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유로존 차원의 금융감독 시스템은 추후 유럽 차원의 ‘은행동맹’을 만들 디딤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EU 집행위가 마련한 `은행동맹' 계획엔 각국 은행들에 대한 관리 감독을 EU의 기관이 맡고 은행 이사진 선임과 해임, 은행 문을 닫게 하는 청산 등의 권한까지 갖도록 돼 있다.

한편 정상회의는 거시경제정책의 우선 순위를 긴축에서 성장으로 바꾸고 대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펼치는 내용의 성장과 고용 협약을 체결키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 1천200억 유로를 경제 취약국가들의 위기탈출과 성장 동력 회복을 위한 사업에 투자한다.

이와 별도로 수송과 지속가능 에너지, 디지털 분야의 인프라 구축을 위한 프로젝트 채권 발행을 위해 회원국들이 50억 유로를 내기로 했다.

투자 재원의 절반 가량은 유럽투자은행(EIB)의 자본금을 늘려 대출 능력을 확대함으로써 조달하고 나머지는 EU의 발전기금 등 기존 재원들을 전용할 방침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회원국들이 신규로 내는 돈은 150억 유로 안팎에 불과하고 이를 종자돈으로 삼아 기업 등 민간의 돈을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이어서 경기부양 효과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상들은 회담 이틀째에 유로존 위기를 초래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은행동맹 설립, 유로채권 발행, 재정통합 등 중장기 방안과 금융거래세 신설 등의 방안도 논의했다.


#금융시장 안정에 대책 초점

-주가 및 유로화 강세, 국채금리 하락

-금융시장 안정기조 당분간 이어질 듯

-근본적 해결위한 구제기금 확충 시급


이번 대책은 국채 금리가 위험수준을 넘나드는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금융불안을 해소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번 대책이 알려진 지난 주말 유럽과 미국 증시가 급등하는 등 시장은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금리가 급락하고 유로화도 강세로 돌아섰다.

합의내용이 발표된 이후 유럽과 뉴욕증시가 일제히 급등한데서 보듯 일단 금융시장의 위기는 한고비 넘긴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당분간 금융시장 안정기조가 이어질 가능성 커 보인다.

그러나 이번 대책이 응급처방일 뿐 추가 조치들과 유로존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점들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금융시장의 불안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고 더 크게 확산될 위험이 남아 있다고 봐야 한다.

당장 유럽재정안정기금(EFSF)과 유로안정화기구(ESM)의 자금이 그리스와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 작은 나라들이 아닌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을 구제하기에는 턱없이 작다. 따라서 이번 대책이 효과를 내려면 구제기금의 확충이 우선돼야 한다.

유럽중앙은행(ECB)이 5일 열리는 회의에서 경기부양을 위해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25% 추가로 인하할 경우 금융시장은 강한 활력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독일을 포함한 유럽 주요국 정상들이 위기대처를 위해 긴축보다는 성장에 중점을 두기로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