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학점은행제 전문학교가 私교육문제 해결의 대안"

공유
0

"학점은행제 전문학교가 私교육문제 해결의 대안"

“외국인 유학생에게 비자 내주면 ‘敎育 韓流’ 불 것”


재능‧적성 따라 실용 교양교육의 전문학교 선택


“대학생 신분 인정받고 학자금대출도 가능해야”




▲ 김명용 (사)평생교육학점은행제기관협의회 회장은 “우리나라는 학생들의 재능이나 적성을 무시하고 무조건 대학에만 가면 행복하다는 거짓된 환상을 불어넣고 있다”면서 “취업에 필요한 실용교육과 인간성을 강조하는 교양교육을 함께 실시하는 전문학교가 입시지옥으로 변한 한국 교육문제 해결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사진=홍정수 기자■인터뷰-(사)평생교육학점은행제기관협의회 김명용 회장


청소년들이 신음하고 있다. 자신의 재능이나 적성과는 상관없이 오로지 대학진학을 위해 공부만을 강요받고 있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우리 주위를 찬찬히 돌아보자. 대학에서 공부한 전공으로 생업을 삼고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지를. 교육전문가들에 따르면 자신의 전공을 살려 생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채 20%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만큼 청소년들의 취미나 적성과는 관계 없이 사회 분위기나 부모의 바람에 의해 우리 교육이 얼마나 왜곡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미쳐 일을 한다면 당연히 능률도 오르고 신바람이 날 것이다. 우리 청소년들의 진로를 학문하는 길에만 두지 말고 직업교육이나 실용교육 등으로 다양하게 문을 열어 주자. 자신의 적성에 따라 신바람 나게 공부할 수 있는 길을 터주자. 글로벌이코노믹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적성에 따라 취업을 준비하고 전문학교에 대한 사회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적성에 따라 가는 전문학교 탐방’ 시리즈를 기획, 먼저 김명용 (사)평생교육학점은행제기관협의회 회장을 인터뷰했다. <

편집자 주



-학점은행제가 무엇입니까?


“학점은행제는 ‘학점인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학교 안팎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학습과 자격을 인정하여 누적학점이 일정기준을 충족하는 사람에게 전문학사 또는 학사학위를 수여하는 제도입니다. 학위는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수여하는 방식과 대학의 장이 수여하는 두 가지 방식이 있으며, 학사학위는 전공 및 교양학점을 포함하여 140학점 이상, 전문학사학위는 전공 및 교양 학점을 포함하여 80학점 이상을 인정받은 사람에게 수여합니다.”

-학점은행제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어떤 사람들인가요?


“고등학교 졸업자나 동등 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들은 누구라도 학점은행제를 활용하여 학위를 취득할 수 있어요. 과거에는 대학을 가지 못한 미진학 청소년이 주를 이루었지만, 지금은 진로를 바꾸거나 제2의 인생을 찾으려는 중장년층이 크게 늘어나고 있어요. 학점은행제는 ‘선취업(先就業) 후진학(後進學)’에 적합한 제도이자, 열린교육과 평생학습 사회를 실현하는 기반입니다. 한국의 평생교육시스템인 학점은행제에 대해 해외에서도 벤치마킹을 하고 있어요.”

김 회장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고 국민이 행복한 나라가 되려면 먹고 사는 것을 넘어서 은퇴 후 여가를 즐기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라도 적성이나 재능에 맞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이버대를 포함한 학점은행 전문학교에서 취미나 재능을 키우며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면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직업전문학교와 일반학원과의 차이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학원은 시도교육청에서, 전문학교는 고용노동부에서 인허가를 받는데, 전문학교의 인허가 기준이 학원보다 훨씬 까다롭습니다. 전문학교에는 반드시 직업상담사와 훈련교사가 있어야 하고 강의실과 실습장과 실습 장비를 갖춰야 하며 교육기간도 학원보다 길고 알차게 이루어지고 있지요. 무엇보다 전문학교는 학원과는 달리 인성이나 교양교육에 신경을 기울이면서 교육 후 취업에도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전문학교를 졸업한 후 진로는 어떻게 됩니까?


“전문학교는 기술교육과 직업교육 커리큘럼으로 되어 있어요. 기업이 필요로 하는 실기위주의 교육을 수료한 덕분에 전공 분야 취업률도 85%가 넘습니다. 전문학교를 졸업한 후 배움에 뜻이 있다면 4년제 대학 편입도 가능합니다. 전문학사는 대학 3학년에 편입이 가능하고, 140학점을 이수한 학사는 대학원에 진학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는 특수한 예이고 대부분 취업전선에서 자신의 전공을 살리게 됩니다.”

-학점은행제 전문학교 졸업생과 전문대학 졸업생과 4년제 대학 졸업생이 취업을 했을 때 임금 격차는 없습니까?


“대기업은 아직도 학벌위주로 신입사원을 뽑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능력위주, 상시채용위주로 변하고 있어요. 이에 따라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임금격차는 크게 해소되었지요. 우리 사회의 트렌드가 학벌이나 간판을 중시하는 데에서 지금은 능력사회로 바뀌고 있으므로 앞으로는 대기업에서의 차별도 없어질 것입니다. 사회 분위기가 한층 성숙되면 전문학사 학위를 받은 사람은 전문대학 수준, 학사학위를 받은 사람은 대학 수준으로 임금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최근 교과부는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진로지도를 의무적으로 도입했습니다. 진로지도는 적성을 다양화 한다는 말인데, 학점은행제 전문학교와는 어떻게 연계되는지요?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중고등학교 진로지도는 대학진학 지도와 동격어입니다. 전문학교에 와서 적성에 따라 직업교육과 기술교육을 받아 ‘선취업 후진학’을 할 수 있는 여건이나 제도가 되어 있음에도 진로지도는 대부분 진학지도에 머물러 있지요. 진로지도는 진학지도와 구별되어 학생의 적성을 찾아주는 지도가 되어야 합니다. 새로 도입한 진로지도는 취업을 포함한 진로지도가 되었으면 합니다.”

-(사)학점은행제기관협의회에 가입한 회원사는 모두 몇 개교인지요?


“학점은행제기관협의회에는 직업전문학교, 기술계학원, 대학평생교육원, 원격교육기관 등 90여개교가 회원사이고 이중 40여개가 전문학교입니다.”

-전문학교 학생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입니까?


“이 얘기만 나오면 너무나 가슴이 아파요. 전문학교 학생들은 아무래도 결핍과 열등감 사이에서 희망의 씨앗을 찾는 사람들로, 주눅이 들고 좌절한 사람이 패자부활전을 치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전문학교에 다니는 사람이 일반 대학보다 사회적 약자이자 소외계층인데, 장학금이나 학자금대출이 안 됩니다. 장학금이나 학자금대출이 정작 더 필요한 학생들임에도, 전문학교는 정규 교육기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한국장학재단이 주는 장학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고 학자금대출에서도 제외되고 있어요. 사회적 인식은 개선되고 있지만 정규 대학생과 같은 신분의 대접을 받지 못해 공모전에도 참가 못하는, 아주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중소기업에서는 임금격차에 대한 불이익이 없지만, 대기업에는 입사는커녕 서류전형에도 통과하지 못하고 있어요. 대기업이 앞장서서 대학 간 가로막힌 빗장을 걷어내었으면 합니다.”

-우리나라는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과 학점은행제 전문학교에 진학하는 비율이 어떻게 됩니까?


“4년제 대학은 200개, 전문대학은 150개 정도인데, 대부분의 고등학생들이 이들 대학에 진학하고, 대략 3% 정도의 고등학생들이 전문학교에 진학하는 걸로 압니다. 85%의 고등학생이 대학에 진학한다는 건 국가적 불행이자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대학 진학률을 절반으로 확 줄이고 적성에 따라 취업할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과거에는 전문학교에 다니는 사람에게는 입영연기도 안 되었어요. 학점은행제 교육기관에서 공부하는 학생에게 작년 하반기부터 입영연기가 가능해졌고, 외환은행에서 학자금대출이 가능해졌어요.”


학점은행제기관협의회는 외환은행과의 제휴를 통해 학자금대출을 올 하반기부터 가능하게 했다고 한다. 그러나 신용이 부족한 학생은 안 될 뿐만 아니라 정부가 주도하는 학자금대출에 비해 금리도 2~3%가 높다고 한다.




-전문학교가 발달한 일본이나 호주, 그리고 독일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우리나라처럼 전문학교를 멸시하거나 4년제 대학 진학에 매달리는 나라가 없어요. 고등학생 85%가 대학에 진학하는 비정상적인 나라는 우리나라뿐이고, 일본‧호주‧독일은 50%를 넘지 않아요. 그만큼 적성이나 재능을 중요시하고 사회에서 직업교육을 받은 전문학교 출신을 존중해주기 때문이지요.”


-우리나라 전문학교에도 외국 학생들이 공부하러 오나요?



“외국 학생들이 공부하러 오려고 해도 유학비자(D-2)가 나오지 않아 올 수 없어요. 정부에서는 불법 취업과 불법 체류를 문제 삼지만, 전문학교에 유학 오면 일반 대학과 달리 그럴 가능성이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 뛰어난 기술을 배워 자신의 모국으로 돌아간다면 그 나라에서 훨씬 많은 돈을 벌 수 있는데, 국내에 불법 체류를 하겠습니까. 그리고 전문학교는 기술위주의 교육을 하므로 언어가 조금 부족해도 수강이 가능하고, 2년이라는 짧은 기간이기 때문에 불법 취업이나 불법 체류는 훨씬 줄어들게 되지요. 뿐만 아니라 외국 학생들이 동남아에서만 올 것으로 생각하지만, 대만이나 일본에서도 많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어요. 일본에서 전문학교를 다니려면 최소 120만엔(2000만원)을 필요로 하는데 그 돈이면 우리 전문학교의 학비와 기숙사비, 생활비를 다 감당하고도 남아돌아요. 제가 운영하는 IT전문학교에도 여러 나라에서 관심을 가지고 오려고 해도 비자문제로 올 수가 없었어요. K-Pop 한류바람을 타고 한국에서 전문기술을 배우려는 사람들을 위해 시범적으로라도 비영리법인 전문학교에 한해 유학비자를 내주었으면 합니다.”


-전문학교 활성화를 위해 정부에 바라는 게 있다면….



“제도적으로 뒷받침 되지 않아 학습자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어요.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취약계층이 정규 대학에 비해 전문학교에 더 많습니다. 그런데, 국가에서 주는 혜택은 정규 대학에 집중되다 보니 평생교육분야의 예산이 전체 교육예산의 0.3%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교과부 공무원이나 국회의원 등이 눈앞에서는 평생교육시대라고 말하지만 돌아서면 보다 힘이 있는 4년제 대학에만 관심을 가지고 지원합니다. 대학이 힘이 있기 때문에 대학의 눈치를 보는 것이지요. 소득 3만불 시대가 되려면 재능이 뛰어난 사람을 발굴하고 적성에 따른 다양한 직업교육을 통해 그들의 재능을 발휘하도록 해야 가능합니다.”


-학점은행제 전문학교는 학위과정을 운영하는 기관이라는 입장에서는 교과부 소속이고, 직업교육을 시킨다는 점에서는 노동부 소속인데, 두 기관으로부터 원활한 협조가 이루어지고 있는지요?



“전문학교는 노동부의 인가를 받아 직업교육을 시키면서도 교과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서 학점은행으로 인정받아 학위과정을 운영합니다. 직업교육과 학교교육이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하는데, 전문학교는 두 부처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지요. 과거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부와 노동부가 하나 되는 밑그림을 그렸지만, 끝내 무산되었지요. 전문학교에 해당하는 교과부와 노동부의 업무가 한 부처로 통합되어 직업교육과 평생교육이 학교교육과 원활하게 연계되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전문학교의 비전은 어디에 있습니까?



“일본 전문학교는 ‘즉전력(卽戰力)’ 즉 교육을 받자마자 실전에 투입한다는 말이 있어요. 전문학교에서 다양한 현장실습을 가능케 함으로써 기업에서 곧바로 기술을 사용하도록 한다는 것이지요. 마찬가지로 한국의 전문학교도 일본의 전문학교가 지향하는 교육 목표처럼 실전(實戰)에 강한 학생을 길러내는 데 비전이 있습니다. 학기 중에는 이론위주의 학과목을 공부하고, 방학 중에는 실습위주의 교육을 병행함으로써 현장투입과 동시에 실력을 발휘하도록 만드는 것이 저희 전문학교의 비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노정용 기자/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