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경기 침체에다 대기업의 계열사 확장 비판 여론이 겹치면서 주요 기업들이 M&A에 나서기를 주저하고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는 현재 쌍용건설의 5번째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 진행된 2∼4차 매각에는 독일계 엔지니어링업체 M W그룹이 단독 입찰했지만 유찰됐고, 오는 30일 마감될 5차 매각에는 현재까지 이랜드만이 유일하게 예비견적서를 제출했다.
벽산건설, 범양건영, 남광토건, 신성건설 등 나머지 매물들은 모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절차에 들어갔거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받고 있어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2008년부터 매물로 나온 조선업계의 '알짜' 회사인 대우조선해양은 올해도 인수자를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지분 31.3%를 팔려고 하고 있지만 이 역시 힘들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국내에서 위축된 모습을 보이는 것과 달리 일부 대기업들은 외국 시장에서는 적극적인 인수합병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1년 새 5개의 외국기업을 인수했다.
SK그룹도 M&A를 통한 글로벌 영토 확장을 주요 성장방식으로 삼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지난달 낸드플래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미국 컨트롤러업체인 LAMD와 낸드플래시 개발업체인 이탈리아 아이디어플래시를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GS그룹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GS글로벌은 플랜트 사업 분야 화공기기와 발전설비 제조업체인 디케이티(DKT)를 인수해 중공업과 제조업을 아우르는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게 됐다. LG그룹도 지난달 말 영국 롤스로이스사의 자회사인 롤스로이스퓨얼시스템즈를 인수, 발전용 연료전지사업에 진출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막강한 현금 동원력을 갖춘 기업들은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했지만 자금난을 겪는 해외기업 인수에 활발히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경기침체뿐 아니라 최근 대기업 확장에 대한 정치권·시민사회의 비판 목소리도 시장 위축을 부추키는 요소"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상반기 인수·합병시장은 전년 대비 다소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상장법인의 경영권 관련 공시(5%보고, 공개매수신고, 의결권대리행사 권유) 분석 결과에 따르면 상반기 중 접수된 ’5%보고’는 총 3671건으로 전년 동기 3771건 대비 100건(2.65%) 감소했다.
유형별로는 경영참여목적이 2088건(56.9%), 단순투자는 1583건(43.1%)이며, 내국인이 3344건(91.1%), 외국인은 327건(8.9%)을 보고했다.
경영참여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2169건 대비 81건(3.7%)이 줄었고 단순투자는 전년도 상반기 1602건 대비 19건 축소됐다.
6월말 기준 주식 등을 5%이상 보유한 외국인은 전년말 303명 대비 5명(1.7%) 증가한 308명이며, 대상회사수는 전년말과 동일한 374개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