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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상품에 거래세 부과'...금융권 술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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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상품에 거래세 부과'...금융권 술렁

당정 세제개편안 합의 소식에
증권사 "시장 '반의 반토막'될 것" 격앙

정부와 새누리당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을 3000만원 이상으로 확대하고 주식차익과 파생상품거래에 세금을 매기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세제개편안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금융권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금융시장 상황이 녹록치 않은 마당에 금융거래에 관한 세금이 늘어나면 고객이탈 등으로 시장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연간 3억원 초과 소득자에게 적용되는 소득세 최고세율(38%) 구간이 내년부터 하향 조정되고 현행 4000만원 이상인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을 3000만원으로 내리는 방안이 추진된다. 또 고소득층의 이자나 주식차익 등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범위가 확대되고 파생상품 거래에 붙는 세금이 신설된다.

금융소득종합과세의 경우 새로 과세 대상에 포함될 인원은 그리 많지 않을 전망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 2010년 귀속분 기준으로 금융소득종합과세 신고인원은 총 4만8907명으로, 이들의 금융의소득금액은 9조8527억원이었다. 이 중 금융소득이 4000만원 이하 인 신고자는 683명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과세 대상이 해마다 바뀌기 때문에 추산에 어려움은 있지만, 최근 경제 침체로 금융소득도 낮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과세기준이 금액이 3000만원으로 낮아져도 신규 과세 대상은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쪽은 금융회사들이다. 특히 파생상품과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거래세가 부과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관련 회사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증권업계는 거래세가 도입되면 거래비용이 최대 700% 이상 증가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세금부담을 견디지 못한 거래자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시장 위축이 불피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파생상품 시장이 현재의 4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 것이라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다른 규제로 이미 고사지경에 이른 파생상품 시장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면서 "심리 위축은 결국 거래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외국인이 10%만 털고 나간다고 가정하더라도 증권사 전체 수익이 8000억원이나 줄어든다"면서 "증권사 수익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거래소도 행동에 나섰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파생상품 거래세 부과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 국회와 접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파생상품 거래게사 국내 자본시장의 효율성과 국제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명분을 앞세워 국회의원들을 설득, 입법을 막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은행권은 상대적으로 차분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일부 은행들은 절세 상품 등에 고객의 관심이 커지면서 오히려 호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소득종합과세의 경우 은행 입장에서는 단점이 많다"면서 "은행에 들어와서 금융소득이 4000만원 되려면 10억원은 되야한다. 그 돈들이 이제 빠질 것이기에 좋을 게 없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시중은행 PB사업부 관계자는 "고객들의 절세에 대한 의지가 많이 커질 것 같다"면서 "장기성 상품이나 10년이상 보험 상품 등 비과세가 적용되는 형태의 상품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주식 양도차익 같은 경우 일정수준 이상 지분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그 범주에 드는 고객이 그리 많지 않고, 파생상품도 은행권 고객들은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분야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시중은행 PB사업부 관계자는 "분리과세 상품을 활용하거나 비과세 금융상품들의 원금일부를 증여하면 과세 대상이 분산될 것"이라면서 "정기예금보다 펀드 등 배당소득 발생되는 쪽으로 돌리는 등 대안이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번 세재개편안과 관련해 금융감독당국은 지난번 총부채상환비율(DTI)규제 완화에 이어 이번에도 지붕만 쳐다보는 격이 됐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불과 며칠전인 지난 26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파생상품거래세 도입에 대한 질문을 받고 "금융산업 전반의 발전에 있어서 바람직하지 않아 반대 한다"고 밝혔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 또한 지난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투자업계 최고경영자 간담회에서 파생상품 거래세 도입을 반대하는 CEO들에게 "정부와 협의해 보겠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