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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신아람 진정한 명예회복의 길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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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신아람 진정한 명예회복의 길은… "


김운용(전 IOC 부위원장)

스포츠의 경기는 경기를 하는 선수, 심판과 관중 3자로 이뤄지고, 요즘은 TV가 중요한 매체가 된다. 경기는 각 종목을 총괄하는 각 국제연맹의 심판진이 규칙에 의해 판정을 내리며 선수의 페어플레이를 강조한다.

26개 올림픽 종목은 6개의 각기 다른 집단으로 분류된다. '팀 경기(Team Games)' 즉 축구, 농구, 배구, 하키, 핸드볼, 수구와 '격투기(Martial Art)' 즉 권투, 유도, 태권도, 레슬링, 역도와 '장비스포츠(Equipment Sports)' 즉 사이클, 조정, 요트, 카누, 양궁, 펜싱, 사격, '복합경기(Multiple Sports)' 즉 근대5종, 트라이애슬론, 그리고 순수한 '육체스포츠(Plain Physical Sports)' 즉 육상, 수영 및 체조 등으로 나뉜다.

과거에는 이번 런던올림픽처럼 판정 불복 및 항의와 판정 번복이 많지 않았다. 약물복용으로 실격은 있어도 대개의 판정 문제는 올림픽 경기 이후에 표면화됐다. 또 일반적으로는 경기장에서 내린 판정을 나중에 뒷교실에서 바꾸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있었다. 2002년 솔트레이크동계올림픽 때 피겨스케이팅의 페어 경기에서 캐나다와 러시아 선수의 판정이 문제가 돼 러시아가 대회 보이콧 위협까지 하자 자크 로게 IOC(국제올림픽위원회)위원장이 두 개의 금메달을 주도록 해 처리를 했는데 나중에 잘못했다고 후회한다고까지 내게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제 모든 것이 달라졌다. 점진적 현상으로 판정 불복과 불평의 바람이 고조돼 왔고 그 이유는 스포츠 강국들이 많은 투자를 하고 코치들이 훈련을 시키고,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고도의 긴장과 정부의 압력이 증대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때문에 자신들의 메달을 탈취당했다고 생각하는데서 불복 항의소동이 일어나고 있다. 또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전 IOC 위원장 때와는 달리 번복되는 일도 많아졌다. 이는 IOC의 지나친 상업주의 때문인가? 아니면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이 이제 레임덕이 돼 지도력도 쇠퇴하고 퇴임 때까지 무엇이든지 타협하면서 평온하게 유종의 미를 거두려고 하고 있기 때문인가. 크게 보아서 지금 일어나는 현상은 올림픽이나 스포츠를 위해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중국의 16세 수영 금메달리스트 예스원 선수에 대한 근거 없는 약물복용 의혹 제기는 IOC의 공식발표에도 불구하고 계속 됐고 중국의 분노를 샀다. 체조 남자단체는 일본의 즉각적인 항의가 있자 일본이 4위에서 은메달로 승격하고 영국은 동메달로 밀렸다. 심지어 우크라이나는 4위로 떨어졌다. 복싱에서도 일본의 스미즈 사토시 선수에게 여섯 번이나 다운을 당한 아제르바이잔의 압둘하미도브 선수의 승리가 선언되자 일본이 바로 항의해 비디오 체크 후 일본 선수의 승리로 판정이 번복되고 심판들이 추방됐다. 이것들은 현장에서 발생했다.

가장 심한 것은 배드민턴 선수들이 일부러 '져주기' 위해 경기를 열심히 안했다고 중국, 인도네시아 각 1개조, 한국 2개조가 실격당한 것이다. 중국은 즉시 사과하고 해당 선수는 은퇴했으며 한국도 뒤늦게 선수를 귀국시켰다. 이는 전 세계 네티즌의 의견대로 선수 잘못은 아니다. 임원들의 잘못이고 리그전식 대진 시스템이 잘못이라고 한다. 유도의 조준호 선수가 준준결승전에서 이긴 것으로 판정의 기가 올라갔다가 심판위원장의 지시로 다시 상대방 일본 선수의 승리로 그 자리에서 판정을 뒤집은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과거에도 없었다. 그것을 두고 대한올림픽위원회(KOC)가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은 것이라고 설명한 것은 좀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다. 그래서 주요 일간지에 어느 나라 체육회장이냐는 기사가 나왔다. 다행히 조준호 선수가 패자전에서 이겨 동메달을 따고 상소를 안하겠다고 해서 일은 끝났다.

제일 우리 가슴을 아프게 하는 것은 여자펜싱의 신아람 선수이다. 그의 우는 모습은 영원히 우리의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국제펜싱연맹(FIE)은 기계와 계칙의 실수는 있었지만 고의성을 증명할 수가 없다고 KOC의 항소를 기각했다. IOC에 요청한 추가 은메달 수여 요청은 정식으로 거절됐고 KOC는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제소도 안하고 FIE에 선수 명예를 위해 사과를 요청한다는 말만 들려 왔다. 현장에서 선수와 임원이 항의했어야 했다. 3·4위전에 가서 지고 난 다음에 FIE의 설명을 받아들이고, 트로피 수여 등이 보도된 상태여서 약발이 안 먹혀 든 것 같다.

동시 메달수여가 2002솔트레이크동계올림픽 때 있었지만 이번과는 사안이 다르다. 솔트레이크동계올림픽 때 김동성 선수가 미국의 안톤 오노 선수에게 금메달을 빼앗겼다는 주장도 사안이 다르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김동성 선수가 진로방해를 한 동영상을 경기장에 수 차례 돌렸고 로게 위원장도 ISU의 오타비오 친콴타 회장도 어떻게 할 명분과 권한이 없었던 것이다. 더욱이 우리는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신청을 해놓고 있었으며 미국이 9·11 테러사태 직후에 개최한 올림픽에서 한국이 대회를 보이콧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로게 위원장의 간청으로 '한국팀은 폐회식에 나간다'는 IOC가 초안한 성명서를 우리가 발표한 것이다. 한국팀의 처신은 IOC와 세계의 찬사를 받았다. IOC는 KOC가 솔트레이크동계올림픽을 살렸다고 했던 일이다.

KOC가 신아람 선수의 은메달 추가 수여를 IOC에 요청한다는 보도가 나오길래 좀 의아한 생각이 들어 현지에 물어보았더니 어려울 것이라고 듣던 참에 IOC의 거절 발표가 나왔다. 상업주의가 만연한 올림픽에서 앞으로 순발력 있는 현장 대응은 물론이거니와 스포츠 외교력(쇼가 아니라 평소 힘을 쌓는 여러 가지 방법) 강화도 필요한 것 같다. 또 신아람 선수를 위해서는 미리 안 될 것이라고 할 것이 아니다. CAS에 항소함이 바람직하다. 신아람 선수의 눈물은 무엇으로 보상할 것인가? 지금까지의 KOC의 대처는 애는 쓰고 있었지만 뒷북치고 허둥지둥 대는 것으로 밖에 안보이고 한국의 IOC 위원은 어디 있고 체육회장은 어느 나라 체육회장이냐는 소리밖에 안 나올 것이다. 이제 와서는 신아람 선수의 진정한 명예회복은 2연패,3연패를 이뤄내는 다른 선수처럼 재도전해 금메달을 꼭 따내는 길밖에 없다. 이를 위해 모두가 기도하고 지원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