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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기업문화(1)]유통1위 롯데의 그늘과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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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기업문화(1)]유통1위 롯데의 그늘과 정체성



롯데그룹 편(1회)


롯데, 정부의 양극화 해소 정책 불구 적극적인 계열사 불리기

신격호 회장, 1967년 롯데제과 건설 후 현해탄 오가며 롯데제국 건설


▲ 사진=홍정수 기자(1) 롯데의 역사와 이슈




최근 이명박 정부 들어 사돈기업인 효성그룹과 마찬가지로 두드러지게 성장한 기업이 롯데그룹(이하 롯데)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롯데는 동반성장이나 양극화 해소라는 국가정책에 따라 계열사 불리기에 소극적이었던 일부 다른 재벌그룹과는 상반된 길을 걸어왔다. 이런 결과가 2012년 7월 200만 명의 자영업자들이 유통재벌이 골목상권을 침범한다고 ‘롯데 제품의 불매운동’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침묵을 지키던 일부 언론은 롯데의 끝없는 탐욕을 비난하고, 어떤 지식인은 롯데의 경영철학 부재를 성토하고, 정치인은 경제민주화라는 구호를 외치고, 정부는 시장경제체제에 맡겨야 한다는 말만 하고 뒷짐만 지고 있다. 도대체 왜 롯데가 ‘공공의 적’이 되고 있는지, 타개책은 없는지 등의 이슈를 해소하기 위해 롯데의 기업문화를 SWEAT Model로 긴급하게 진단해 볼 필요가 있어 다른 기업보다 먼저 다룬다.


해외 진출한 한국인 중 가장 성공한 3인으로 불리는 신격호 회장




한국인은 5000년 역사와 단일민족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지만 좁은 한반도에 자리잡아 대륙이나 해양으로 진출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했다. 따라서 5000년 찬란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해외에 나가 성공한 인물이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몇 백만의 재외동포가 있지만 현대에 들어 가장 성공한 사람을 꼽으라고 한다면 문선명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총재, 조남기 전 중국인민해방군 상장(한국계급으로 대장에 해당), 그리고 롯데의 신격호 회장 정도가 된다.

먼저 문선명 총재는 일본에서 급격한 성공을 거둔 후 세계적으로 통일교회를 확산시켰다. 수억 명의 국제합동결혼식, 종교와 경제의 일체화 등으로 유명세를 치렀다. 정통 교단으로부터 이단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역으로 날로 교세가 확장돼 국제적인 영향력은 크다. 그는 자서전 ‘평화를 사랑한 세계인’의 제목처럼 대한민국 개신교 역사상 국제적으로 가장 성공한 성직자라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일반인에게 생소한 조남기 전 중국인민해방군 상장은 일제시대 만주로 이주했다. 중화인민공화국의 설립 후 인민해방군으로 한반도의 6‧25전쟁에도 참전했다. 이후 문화대혁명 기간 동안 정치적 위기도 있었지만 1998년 인민정치협상회의의 부주석으로 선임되기도 했다. 약 300만 명으로 추산되는 중국 조선족의 우상이며 한족을 제외하고 소수 민족 중 가장 높은 서열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롯데의 총괄회장인 신격호다. 한국에서 태어나 돈을 벌기 위해 일본으로 간 신격호는 전후 일본의 생필품 부족현상과 미국원조물자를 모방해 사업을 일으켰다. 1948년 롯데주식회사를 설립해 천연 치클을 사용한 껌을 개발했다. 이후 초콜릿, 캔디 등 과자류의 제조‧판매에서 시작해 음료, 호텔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 이후 1967년 재일동포의 모국투자의 일환으로 한국에 진출해 롯데제과를 설립했다. 한일 양국에 사업을 하고 있으며, 격월제로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사업을 지휘해 ‘현해탄의 사나이’로 불린다.

편협한 반도에서 내부투쟁에 골몰하는 대부분의 한국인과는 달리 이들 3인은 동기에 관계없이 이방인으로서 일본, 중국 등에서 대성공을 거뒀다. 문선명 총재는 종교적으로, 조남기 상장은 정치적으로, 신격호 회장은 경제적으로 입지전적인 인물이 되었다. 특히 문선명 총재와 조남기 상장이 개인이라는 한계로 인해 영향력이 제한되는 것에 반해, 신격호는 롯데제국을 건설해 오히려 영향력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신동빈 회장, 공격적 M&A로 정치적 특혜논란 키워


▲ 신격호 회장창업주 신격호 회장은 정경유착으로 요란한 사업을 하는 다른 대기업과 달리 조용하게 소리 없이 내실을 다지는 경영을 했다. 정부의 입김이 적은 소비재 제조와 유통이라는 업(business)의 특성, 어음이 아닌 현금위주의 장사로 특혜금융을 받을 필요가 없었던 점, 베이비붐과 소득증대로 시장의 폭발적 성장 등으로 인해 경기변화나 외부환경의 영향을 적게 받았다. 당연히 사회적 관심의 초점이 되거나 비난을 받을 원인도 제공하지 않았다.

하지만 2004년 신격호 회장의 차남 신동빈이 한국 롯데의 부회장이 되면서 보수적인 색채를 벗어 던지고 공격적인 경영을 하고 있다. 2006년 우리 홈쇼핑, 2007년 대한화재, 2009년 두산주류, 2010년 GS백화점 & 할인점, 2012년 하이마트 등 대규모 M&A에 매년 수천억 원을 쏟아 부으면서 그룹의 외형을 2배 이상 성장시켰다. 잠실 제2롯데월드, 부산 제2롯데월드 신축 허가 등 굵직한 개발사업도 대부분 소원대로 추진이 가능해졌다. 특히 롯데는 공정사회를 주도한 노무현 정부보다는 친기업 성향을 보인 MB정부 들어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롯데의 급성장 배경에는 롯데의 총괄사장을 했던 장경작(현 현대아산 사장)이 있다. MB의 대학동기로 알려진 그는 MB정부가 들어서면서 호텔롯데 사장에서 롯데의 총괄사장이 되어 대정부, 대정치권 로비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을 받고 있다. 그는 잠실 제2롯데 신축 허가를 이끌어 내는 등 탁월한 대관업무능력을 인정받아 2010년 3월 아사상태에 빠져 있는 현대아산의 사장으로 발탁되었다. 대북협력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현대아산이 정치인이 아닌 사장을 선임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동안 알만한 사람만 알던 롯데의 정치적 특혜 의혹에 대한 논란이 MB정부의 임기 말이 되고, 레임덕이 생기면서 증폭되고 있다. 기업이 실정법의 테두리 내에서 사업을 해 이익을 내고 덩치를 키우는 것을 비난할 수 없다. 또한 기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있다고 해서 대중영합주의로 정치적 공격을 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정권교체기에 반복적으로 행해지던 사정작업에서 롯데에 대한 특혜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경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정체성 확보와 올바른 기업문화 통합이 급선무


국내에 M&A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소개된 것은 IMF 외환위기 이후다. 한화그룹, STX그룹, 두산그룹, CJ그룹, 금호그룹, 웅진그룹 등 새롭게 부상하는 그룹은 대부분 M&A를 통해 덩치를 키웠다. M&A은 ‘돈(money)’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인수한 기업을 자사의 기업문화로 통합시켜 ‘시너지(synergy)’를 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실제 대규모 M&A 이후 오히려 그룹이 위기에 직면한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많다.

롯데도 2000년대 이후 대규모 M&A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지만 롯데의 기업문화를 정착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보면 롯데는 ‘유행에 민감하고 대중적인 이미지의 30대 여성’으로 여긴다. 롯데가 2000년 이후 문어발 확장을 하기 전에는 껌, 과자, 음료 등 소위 말하는 아이들 주전부리를 제조‧판매하고 롯데월드라는 놀이동산을 운영해 활달한 여성의 이미지가 사업의 정체성과 일치했다.

하지만 이제 건설, 석유화학 등 80여개의 계열사를 가져 롯데 사업의 정체성이나 기업문화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롯데가 아시아 10대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기업의 정체성(identity)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소비재 제조‧유통 기업으로 수직계열화를 어떻게 할 것인지 사업전략도 다시 수립해야 한다.

그동안 인수‧합병한 다양한 계열사도 단기적 성과로 몰아 부치는 것이 아니라 먼저 롯데의 정체성이 배인 기업문화를 이식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SK가 ‘따로 똑같이’라는 구호로 계열사 통합작업을 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기업통합작업은 실패로 끝나고 기업간의 유기적 시너지가 아니라 부조화로 위기(crisis)를 초래할 것이다. 다양한 불협화음이 외부로 표출되고 있으며, 불매운동과 같은 사태가 지속되면 내부적으로 불신과 분열이 일어나 위기가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



외형적 화려한 실적에도 정상적인 성장으로 보기는 어려워



신격호 회장도 90이 넘은 고령이라 롯데는 실질적인 2세 경영이 시작되었다고 봐야 한다. 한국 롯데의 경영권을 장악한 신동빈 회장이 무모한 M&A와 외형 키우기에 집착하는 이유가 일본 롯데를 이끌고 있는 형 신동주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한 목적이라고 한다. 또한 아버지로부터 경영능력을 검증 받아 후계자로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싶은 이유도 있을 것이다.

신동빈 체제가 외형적으로는 화려한 실적을 내고 있지만 롯데가 정상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신동빈 회장이 주도한 M&A가 적정한 가격으로 체결되었는지, 전체적으로 시너지가 나는지 등은 아직 평가하기 어렵다. 최근 신동빈 회장이 야심차게 시작한 몇 가지 신규사업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으면서 그의 경영능력에 의구심을 낳고 있다.

2012년 3월 고급스러운 프리미엄 쇼핑몰을 지향하며 열었던 ‘엘 롯데(el LOTTE)’와 6월에 오픈한 회원제 창고형 할인점 ‘빅 마켓(VIC Market)’이 대표적인 사례다. 엘 롯데는 무료 포인트 제공, 각종 이벤트로 입 소문을 냈지만 정작 주력하겠다던 요트, 공예품, 미술품의 판매는 저조하다. 빅 마켓도 유사한 미국계 코스트코(Costco)와 제품구성에서 차별성이 없어 초기 무료 이벤트로 관심은 끌었지만 성공여부가 불투명하다.

롯데가 극복해야 할 다른 과제는 국민들의 반 롯데 정서다. 롯데는 유통을 하면서 본업보다는 땅 장사로 돈을 벌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국 각지의 요지마다 부동산을 매수하였고, 부동산의 재개발로 막대한 이익을 냈다. 또한 내수위주의 사업을 하면서 수출주도형의 한국경제에 기여도가 낮다는 평가도 받는다. 롯데가 한국기업이라기 보다는 일본기업으로 한국에서 번 돈을 일본으로 유출한다는 비난도 듣는다.

국내 최대 규모의 유통재벌 롯데가 정권 교체기, 경영권 승계기의 기로에 서 있다. 그동안 무모하게 벌인 사업 확장을 검증되지 않은 2세가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지, 낡은 조직문화를 롯데의 규모와 사업영역에 적합한 새로운 기업문화로 승화시킬 수 있을지, 분노한 자영업자와 국민의 정서를 어떻게 끌어안을지, 새로운 정권과 정치권의 공세에 어떻게 대처할지가 숙제다. 기업문화연구 전문가로서 롯데와 신동빈 회장이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어떤 묘책을 내 놓을지 자못 궁금하다.



'亞10대그룹 입성' 목표 좋지만 사회적 책임부문 고려 없어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상생 노력 안 해 롯데제품 불매운동 발생


비전체계 복잡하고 중복…고객이해 등 구체적 실행전략은 빈약






롯데의 Vision: Goal & Responsibility




기업의 비전(vision)은 기업의 구성원이 합심해서 열어갈 미래를 담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비전과 목표가 잘못되면 기업의 미래는 불투명해 진다. 최근 일고 있는 ‘롯데제품 불매운동’은 롯데가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상생을 추구하지 않을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지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다. 롯데가 상생의 기업문화를 창달하기 위해 고민해야 하는 목표(goal)와 책임(responsibility)을 진단해 보자.



아시아 10대 그룹으로의 비전과 5대 핵심실행전략



롯데가 내세우는 비전(vision)은 ‘2018 Asia Top 10 Global Group’이다. 쉽게 풀이하자면 2018년까지 아시아 10대 그룹에 들어가고 국내(local) 기업이 아니라 글로벌(global) 기업으로 올라서겠다는 것이다. 롯데가 추구하는 핵심가치(core value)는 고객중심(customer focus), 창의성(originality), 협력(partnership), 책임감(responsibility), 열정(passion) 등 5가지다.


▲ 신동빈 회장경영방침(management principle)으로 핵심역량 강화, 현장경영, 인재양성, 브랜드 경영을 제시한다. 핵심역량강화는 잘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하고 시너지가 날 수 있는 연관사업으로 확장한다는 의미다. 현장경영은 현장의 목소리를 경영에 반영하고 피드백(feedback)을 강화함으로써 이뤄진다. 인재양성의 목표는 체계적 교육 및 경력계발을 통해 최고의 산업/지역/직무 전문가를 만드는 것이다. 브랜드 경영은 차별적 제품/서비스 제공으로 본원적 브랜드 가치를 제고한다.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임직원 자긍심 강화프로그램, 미래인재양성, 브랜드 경영, 고객 심층이해 등 5대 핵심 실행전략을 설정하고 있다. 핵심 실행전략과 경영방침의 내용이 중복될 뿐만 아니라 자긍심 강화프로그램도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롯데는 임직원의 동기부여로 자긍심을 강화하겠다고 주장하지만 기업이 이해관계자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롯데의 비전을 살펴보면 실행전략뿐만 아니라 경영방침, 핵심가치, 브랜드 가치 등 비전체계가 너무 복잡하고 중복되어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롯데는 중국, 베트남 등지에서 복합쇼핑센터를 건립하며 해외사업 비중을 늘리면서 글로벌 기업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제과 및 음료 등 소비재의 제조‧유통이 핵심사업인데, 인재양성, 브랜드 로열티 강화, 고객이해 등의 구체적인 실행전략은 빈약하다고 볼 수 있다.



사회적 책임에 대한 고민 없는 비전달성은 어려워



기업문화의 첫 번째 DAN인 비전에서 목표와 책임을 요소(element)로 정한 것은 기업의 목표와 실적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지 않으면 지속가능성장(sustainable growth)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롯데의 비전과 관련 내용을 분석하면 일단 아시아 10대 그룹에 들어가겠다는 목표는 좋은데, 사회적 책임부문에 대한 고려가 없어 우려를 낳고 있다.

핵심가치(core value) 중 하나로 책임감을 제시하였지만, 사회적 책임이라기 보다는 사회적‧윤리적 기준에 적합하게 업무를 수행하겠다는 ‘윤리경영’ 지침에 불과하다. 물론 기본적인 윤리경영조차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는 비난을 받고 있지만 경영방침에도 사회적 책임을 내세우고 있다. 자료를 보면 경영방침 중 브랜드경영에서 사회적 책임활동을 강화해 기업의 브랜드가치를 높이겠다고 한다. 고객(customer)으로부터 장기간 신뢰를 높을 수 있는 길이라는 설명도 덧붙여 있다.


▲ 제2롯데월드 조감도롯데는 서비스 기업으로 고객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데, 도대체 고객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일반적으로 소비자(consumer), 협력업체(business partner), 사회(society), 임직원(employee), 정부(government) 등 기업의 이해관계자 모두를 고객이라고 칭하는데, 정작 롯데는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만을 염두고 두고 있지 않나 판단된다. 고객에 대한 인식만 바르게 가지고 있었다면 현재와 같은 수백만이 단결한 불매운동이 일어날 수가 없다.

내부 임직원의 중지와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비전을 수립했겠지만, 이 비전으로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본다. 무차별적인 사업확장으로 주력사업이 불투명하기는 하지만, 롯데의 전통적 사업인 소비재 생산 및 유통업이 국민여론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사회적 책임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아시아 10대기업이 되기 위해 외형을 키우기보다는 기업의 이해관계자에게 존경 받는 것이 목표달성의 지름길이 아닐까 생각된다.

협력업체와 상생의 관점에서 보면 제조업보다 유통업이 평균 이하의 점수를 받는다. 내부혁신이나 투자로 가치를 창출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침해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모든 유통업체가 상생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국내만 하더라도 비슷한 업종을 영위하고 있는 CJ는 롯데만큼 욕을 먹지는 않는다.

롯데가 인재경영을 외치기는 하지만 인력계발에 대한 투자는 인색하고, 직원도 중시하지 않는다. 서비스업의 속성상 일부 관리직 직원을 제외하면 높은 수준의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지 않아 단순 계약직으로도 업무수행이 가능하다. 세븐일레븐, 롯데리아,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등 유통점은 계약직도 비싸 아르바이트로 원가절감을 하고 있다. 임시직을 고용해 몇 시간의 서비스 및 판매교육만으로 사업이 가능하다는 인력정책을 가진 롯데는 임직원의 고용안정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

롯데가 진정으로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고자 한다면 고객에 대한 정의를 다시 해야 하고, 개별 고객에 대한 책임의 종류와 수준(level)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직접 상품과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만이 고객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소비재기업이면서 고객에 대한 배려를 하지 않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

비전과 목표를 잘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책임활동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지 않으면 목표달성은 요원하다. 롯데는 아시아의 10대 글로벌 기업이 아니라 ‘생활‧행복’이라는 단어를 포함한 비전을 세워 다양한 고객과 ‘상생을 통한 성장’으로 방향을 잡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한국에서 사업하려면 ‘국민정서법’을 고려하라



롯데가 일본기업이라서 아직 한국에 대해서 잘 몰라 각종 불미스러운 일을 자초하고 있다면 알려 주고 싶은 것이 있다. 한국은 헌법이 가장 상위의 법률이 아니고, 헌법 위에 ‘국민정서법’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한 한나라당이 여론의 거센 역풍을 받아 좌초한 것도 국민정서법을 위반했기 때문이다. 국민여론을 가장 잘 파악하고 대처해야 하는 정치인들이 국민여론을 왜곡하고 거슬리는 행동을 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기업은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 지상최대의 목표이고, 번 돈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 현대자동차그룹의 정몽구 회장은 수 천억 원의 사회출연금을 내 놓았다. 이들도 힘들게 번 돈을 선뜻 내놓고 싶지는 않았겠지만 분노한 여론을 잠재우지 않으면 정상적으로 기업을 이끌어나가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롯데가 최근 벌인 M&A나 사업개발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을 수 있다. 아니면 일부 정치인이나 관료가 뇌물을 받고 허가를 해 줬거나 감시를 소홀히 했을 수도 있다. 후자의 경우라 해도 관련자가 벌금을 조금 내거나 감옥에 잠깐 갔다 오면 해결할 수 있다. 또는 정권의 변화 때마다 대기업이 정치바람에서 자유로운 적이 없었기 때문에 ‘억울하다’고 항변하면 약자에게 관대하고 모든 것을 금방 잊어버리는 한국인의 속성상 쉽게 수습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근에 발생한 김해 유통단지 헐값 분양논란, 서울 잠실 석촌호수 내 놀이시설의 불법공사, 잠실 제2롯데월드 신축허가 등 다양한 논란에 대해 롯데가 진실한 해명보다는 무대응으로 일관한다는 비난을 듣는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강변한다고 해도 고압적이며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면서 여론을 악화시키고 있다.


▲ 제2롯데월드 공사 현장특히 잠실 제2롯데월드 신축허가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회장이던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전경련 차원에서 대통령에게 건의한 사업이기 때문에 롯데가 직접적으로 비난을 받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MB정부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보수단체조차 반대하던 사업을 무리하게 허가함으로써 MB정부조차 지지기반을 잃었다. 새로운 정부에서 문제 삼는다면 롯데를 옹호할 세력이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롯데 기업문화를 분석해 본 결과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가 발생한다면 사회적 책임일 가능성이 높다. 신격호 회장은 사회공헌활동, 윤리경영, 환경경영, 상생을 하겠다는 의지를 자주 피력하지만 실제 경영정책과는 관련이 없다. 오히려 롯데의 경영행태를 보면 신격호 회장의 의지와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신동빈 회장 체제로 오면서 최소한의 경영윤리마저 지키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도 받는다. 위기와 고난을 경험해 보지 못한 롯데가 이 위험천만한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주목된다.

/글 민진규 객원기자(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

stmin@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