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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골목상권 갈등..'상생'만이 해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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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골목상권 갈등..'상생'만이 해답

대형마트, “의무휴업 월 3~4회시 마이너스 40% 성장할 것”
골목상권, “대형마트 들어오면 골목상권 모두 죽는다”

전문가들, "대형마트-골목상권 '상생'위해 머리맞대야"

▲ 소상공인단체연합회 소속 상인들이 지난 6월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형마트, SSM 영업제한 위법 판결에 대한 대응 기자회견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뉴시스
[글로벌이코노믹=주진 기자] 대형마트와 기업형 수퍼마켓(SSM)의 무차별적인 영업 확장으로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은 붕괴될 위기에 놓였다.

골목상권은 대형 마트 입점을 사활을 걸고 반대하고 나섰고, 정부와 지자체, 정치권은 대형마트 월 2회 의무 휴업이라는 강제 조치를 내리는 등 대형마트와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대형마트 규제만이 골목상권을 살리는 유일한 해법일까. 또 대형마트와 골목상권의 상생의 길은 없는 것일까.

◇ 대형마트 월 2회 의무휴일로 백화점, 하나로마트 반사이익..

3개월 간의 대형마트 영업규제는 성과가 절반 수준에도 못 미쳤다는 분석이다.
월2회 의무 휴일 시행 이후 대형마트의 매출은 급격히 감소했다.

17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의 7월 매출액이 지난해 7월보다 평균 8.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내 한 대형마트가 고객 1000명을 대상으로 자체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의무휴업일에 쇼핑 자체를 포기했다고 답한 사람이 전체 응답자의 2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전통시장을 찾는다고 답한 응답자는 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고, 응답자의 30%는 의무휴업일 대신 일주일을 기다려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겠다고 답했다.

대형마트와 SSM의 휴무로 인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영세상인들의 매출이 소폭 증가한 것에 그쳤다.

서울시의 ‘대형마트 의무휴업에 따른 전통시장 영향 분석’ 및 ‘중소유통업체 실태조사 결과 보고’에 따르면 대형마트 영업 규제 이후 매출 변화를 묻는 질문에 전통시장 상인 36.5%가 매출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매출 증가 규모는 5~10% 증가했다는 응답이 44.4%였고 11~20% 증가는 25.6%, 20% 이상 증가는 5.8%였다.

결국 대형마트 매출 감소로 전통시장에 유입되는 돈이 1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반대로 휴무 대상에서 제외된 백화점과 하나로마트 등 또 다른 대형 유통업체들이 반사 이익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마트 장보기’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거리의 시장이나 영세업체 대신 백화점과 하나로마트, 중소형 편의점 등을 더 많이 찾았기 때문이다.



◇ 전통시장․골목상권, 고객 발길 끌어 모으는 데 사실상 실패...

경기 침체와 폭염, 폭우에다가 대형마트의 휴일 영업까지 재개되면서 전통시장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16일 시장경영진흥원에 따르면 7월 전통시장 체감 경기지수(M-BSI)는 48.4로 전월보다 12.0p 하락했다.

대형마트의 강제 휴무에도 불구하고 살인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전통시장을 찾는 소비자 발길이 뜸해졌기 때문이다.

서울 송파구 석촌시장 상인연합회 이경희 회장은 “날씨가 이렇게 무더운데 누가 시장을 찾겠냐. 시원한 냉방이 잘되는 마트나 백화점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전통시장․골목상권 영세상인 90%가 대형마트 영업규제의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정작 소비자들의 발길을 돌리기 위한 대책 마련은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대형마트 강제 휴무 기간 동안 시장 상인회나 개별 상점 등에서 마련한 이벤트나 편의 제공 등의 마케팅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추후 강제휴무가 시행되더라도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장보기가 편리하거나 특색이 없다면 제도의 효과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대형마트 독점을 제재하는 한편 소상권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도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통 관련 전문가는 “대형소매점 입지규제, 노동권·환경·주민참여 등 보편적 가치에 입각한 진입 및 영업 규제와 함께 파트너십을 통해 자영소매점 및 지역상권의 경쟁력 강화, 전문화와 차별화를 통한 중소유통업의 생존기반 강화 등으로 대형마트와 중소유통점의 상생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대형마트-골목상권 상생 위해 머리 맞대야..중재·조정 기구 활성화

법 규제로만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대형마트에 대한 적절한 규제나 조치도 없이 약자인 전통시장에게 시설현대화와 경영현대화 지원 등 약간의 영양제만 보충해주고 예전과 ‘같은 룰’을 통해 대형 유통공룡들과 경쟁을 계속하기를 권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경쟁, 규제로 문제를 풀 것이 아니라 상생의 가치로 접근해야 하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때문에 대형마트와 골목상권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 중재나 조정 기능, 나아가 합의까지 이룰 수 있는 중간 기구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법적인 제재 외에도 합의와 소통을 통해 상호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는 것이다.

대형마트 설립 시 이 기구를 통해 마트 주변 환경 보호 및 주민과 소비자의 복지향상, 쾌적한 도시 조성 등을 위한 방안을 미리 논의하고, 대안을 찾는 것이다.

즉 A지역에 대형마트가 입점할 경우, 지역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대표, 지자체 관계자, 전문가 등이 모여서 대형마트가 입점할 경우 지역경제에 끼치는 영향을 분석한 후 이에 따라 대형마트가 시장이나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모으는 것이다. 현재 각 지자체별로 구성돼 있는 ‘유통상생발전협의회’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다만 유통상생발전협의회가 명실상부한 중재 및 합의기구가 되기 위해선 현재 유통산업발전법에 명시돼있는 임의기구를 의무기구로 격상시켜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한 전문가는 “서로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갈등보다는 실효성있는 상생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대형마트가 전단지 일부에 시장상품을 안내한다거나 시장을 위한 편의시설을 설치하는 등 지역별 상황에 따라 아이디어를 모아 다양한 대안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 전통시장 현대화에 대형마트 상생 기금 융자

정부와 지자체 지원금으로만 의존했던 전통시장․골목상권 현대화 문제를 대형마트의 자발적인 기금 조성으로 해결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박용진 민주당 경기도의원(안양)은 상생’을 위한 정책으로 ‘대형마트·전통시장 상생기금’의 조성을 꼽았다.

박 의원은 “전통시장의 붕괴는 대형마트의 도심입점과 상권장악으로 비롯된 외부효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전통시장의 시설현대화를 위해 필요한 예산을 지자체만 부담할 것이 아니라 대형마트가 함께 부담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이를 위해 각 대형마트의 매출액에서 매년 일정한 비율을 출연하여 상생기금을 설치하고, 이 기금으로 전통시장의 시설현대화사업 등에 융자하는 방식을 운용하면 지자체의 부담도 덜고 대형마트 입장에서도 상생에 동참할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통시장의 전문화와 차별화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손은일 한국국제대학교 교수는 “협동조합 등으로 파트너십을 통한 자영소매점과 지역상권의 경쟁력 강화나, 현재 다양한 성공사례가 소개되고 있는 로컬푸드 시스템에서 볼 수 있듯이 소비문화 다변화에 대응한 전문화와 차별화를 통한 중소유통업의 생존기반 강화를 통해 대형마트와 중소유통점의 동반성장과 상생발전 방안을 지속적으로 개선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