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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8년째 '세계 자살률 1위'…하루 42.6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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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8년째 '세계 자살률 1위'…하루 42.6명

[글로벌이코노믹=온라인뉴스팀] 지난해 5월 어느 날 오후 4시께 생명나눔자살예방센터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당장 아파트 12층에서 뛰어내리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부산에 사는 주부 박정자(65·가명) 씨는 이날 우울증으로 목을 매려다 남편에게 발각돼 실패한 직후였다.

그는 담담한 목소리로 "그동안 유일하게 한 명 있는 친구에게 의지해 하루 하루를 힘겹게 버텨왔다. 남편이 있지만 다혈질적인 성격이라 사는 동안 늘 속을 썩었다. 하지만 이제는 지치고 힘들다. 그만 모든걸 내려놓고 싶은 심정이다. 죽고 싶다"고 고백했다.
10일은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이다. 생명의 소중함과 자살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2003년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자살예방협회(IASP)가 제정했지만 한국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이 갈수록 늘어나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지난 몇 년 사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배우 장자연, 박용하, 최진실, 안재환 씨 등 유명인사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이들을 따라 자살하는 '베르테르 효과(모방자살)'에 대한 우려까지 제기됐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우리나라에서 자살로 사망한 사람은 1만5566명으로, 2000년(6444명)에 비해 141%나 증가했다. 인구 10만명당 31.2명, 하루 평균 42.6명이 자살한 꼴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8년째 1위다.

◇노인자살 전체 평균 2배…급격한 '인구 고령화'가 원인

최근들어 나이가 들수록 자살률은 급속하게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노인 자살률이 젊은층의 자살률에 비해 크게 줄어들지만 우리나라는 연령이 높아질수록 자살률이 오히려 두드러지게 증가하고 있다.

연령대별로 보면 65세 이상 노인의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72명으로 전체 평균의 2배가 넘는다. 특히 80살 이상 노인 자살자수는 1119명으로 10대 청소년(353명)의 3배에 달한다.
자살 방법도 치명적이어서 65세 이상 노인의 자살 성공률(31.8%)은 그 외 연령층 보다 4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노인의 자살시도는 충동적인 경우가 적다. 때문에 음독이나 투신 등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사례가 많다.

주로 실직이나 퇴직 이후 생활고, 건강 악화, 외로움, 우울증 등 다양한 사유가 있지만 결국 경제적 빈곤이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생각이 자살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48.5%로 OECD 국가 평균보다 3.4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노인 자살률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지만 이들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또 노인들의 경우, 자살을 앞두고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데다 국내 정서상 숨겨지는 경우가 많고, 사고사를 가장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국자살예방협회장인 하규섭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우리나라 노인자살의 특징은 우울증과 신체적 질병, 외로움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라며 "우리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노후가)준비되지 않은 이들이 급격히 늘어난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 교수는 이어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화를 앞두고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사회적 지원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박지영 상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자살은 그 원인이 매우 다양하고 복합적이기 때문에 통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국가차원에서 자살에 대해 탄력적인 대응을 할 수 있는 인력과 프로그램 개발에 나서는 동시에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생명존중 문화가 확산되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