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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운용 칼럼] 고령자가 살기 좋은 동네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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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운용 칼럼] 고령자가 살기 좋은 동네 만들기

지금 세계는 고령화 시대가 급속히 도래하고 있다. 인생 50년이라던 말은 옛 말이고 이제는 남녀 평균연령이 80세를 넘는다. 60세에 퇴직해도 20년, 30년 동안 제2의 인생을 살아야하는 것이다. 65세 즉, 노인이라고 규정하는 연령층이 총인구에서 점하는 고령화 비율은 앞으로 급속히 상승해 10년 이내에 인구의 30%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고령화 사회를 사회의 호기로 생각할 수 없을까? 준엄한 상황도 발상을 바꾸면 호기가 될 수 있다. 시니어 세대가 만족하는 서비스나 생활환경을 정비하는 일은 건강 유지나 고용 창출, 기업과 지역의 성장, 수출산업 육성에도 연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시니어(老)'의 풍요로움을 알고 그 지혜와 사상을, 또 시니어(老)의 힘을 사회는 좀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시니어에 대한 대응으로 변화에 민감한 소매업 등이 자사의 성장에 연계시키는 것을 들 수 있다. 교외로 나갔던 대형점을 중심으로 개점을 하는 대신 슈퍼나 약국을 걸어서 갈 수 있는 도심 속의 소형점으로 전환할 수도 있고, 매점이 감소한 지역에서는 품목만 잘 마련하면 이동판매차도 성공할 수 있다. 큰 슈퍼에 음식코너를 설치한다든가 고령자들에게 모임의 장소를 제공하는 것도 좋다. 지역에 따라서는 공영방송사 등이 주민을 위한 사교댄스교실, 합창교실, 영어연습교실 등을 제공하는 데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서울 노인의 40%는 정기적으로 나가는 모임이 하나도 없다고 한다.

금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후보들이 앞다투어 복지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중에서도 대학의 반값등록금이라든가 0~5세의 육아비 지원 그리고 초·중·고등학교 무상교육 등이 눈에 띈다. 그런데 급속히 도래한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고령자 복지 문제는 앞으로 할 것인지는 몰라도 별로 눈에 안 띈다. 투표 인구도 50대 이상 고령인구가 더 많아지고 있는데 20대, 30대만 신경쓰고 있다. 65세 이상 10명 중 1명은 소득이 없으며, 시민 50%가 노후 문제를 가족, 사회,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최저생계비는 한 달에 약 50만원인데 80세가 넘은 6·25 참전용사 16만명은 월 12만원, 6·25 무공유공자가 6만명은 월 18만원을 받고 있다. 그 외에 상이용사도 5만명이 있는 현실이다.

외국에서는 이미 65세까지 고용을 의무화하는 나라도 있고 퇴직 연령을 끌어올리는 나라도 있다. 결국 그렇게 하는 것이 건전한 사회, 활력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75세가 넘으면 허약한 사람이 급증하는데 어떻게 하면 활력 있는 장수사회를 만들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고령자의 대부분은 장수만이 문제가 아니고 질이 높은 인생을 보내고 유종의 미를 장식하는 것을 바라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령자의 사회 참여, 사회 공헌을 통해 풍족하고 질이 높은 생활을 보낼 수 있기 위한 사회, 환경 기반의 정비가 필요함은 물론이거니와 고령자의 생활의 질을 저해하는 질병 예방과 조기 치료를 위한 이해가 필요하다. 공짜로 급식소에서 밥 주고, 공짜로 전철 타고, 매월 용돈 2만~3만원을 대주는 것이 건전하고 활력 있는 복지사회를 위한 고령자 복지정책은 아니다. 길거리 인생을 사는 사람이 많아서는 안된다.

시니어를 위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위해 기업이 상품을 제공한다. 서비스는 아직 시니어의 불만을 해소하는 수준에 가 있지 못하고 있다. 유통, 외식, 약국, 피트니스(Fitness), 병원, 교통기관 등이 '바리어 프리(barrier-free)'를 위한 협력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도 창출되고 이용자의 만족도도 높일 수 있다.

세계적으로는 이미 시니어시장 쟁탈권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의 여성 전용 피트니스 클럽 '카-브스'는 전세계에 400만 회원을 갖고 있고 평균연령은 50대, 풀(Pool)이나 샤워(Shower) 시설도 없고 단시간 건강기구로 몸을 움직인다. 지역성장에는 대학의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대학과 지역이 대학의 운동시설을 함께 사용하는 협동은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서 이미 많이 하고 있다. 미국은 대학과 부동산 회사가 협력해 인접지역에 복합주택을 지어 주민과 학생이 교류할 수 있는 신형 고령자 주택을 보급하고 있다. 지식욕이 왕성한 시니어가 벤처사업의 책임자가 되고 젊은이에게 자극을 준다. 스포츠마케팅 관점에서도 스포츠 시설, 기구, 용품 그리고 약품, 건강보조식품, 의료기구 등 다양한 가능성이 열린다.
활력 있는 장수사회를 위해서는 젊었을 때부터 장래를 내다보는 건강 유지와 노화 예방(치매 발병도 젊었을 때의 생활습관에 좌우된다), 활동적인 생활(드러눕기, 치매, 골다공증, 메타볼릭 신드롬 예방), 사회 참여, 사회 공헌을 가능케 하는 사회 정비, 허약한 사람들에 대한 조기 대응을 통해 노약 간호예방을 적극적으로 하고, 노약 간호가 필요한 고령자에게는 질이 높은 체제 강화가 필요하다. 일생취업 또는 사회참가 기회가 확보되는 사회를 지향한다면 급속히 늘어나는 고령화 사회를 맞아 건강생활, 건전한 활력이 있는 복지사회를 만들기 위해 지금부터 준비할 때다.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