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고령화 사회를 사회의 호기로 생각할 수 없을까? 준엄한 상황도 발상을 바꾸면 호기가 될 수 있다. 시니어 세대가 만족하는 서비스나 생활환경을 정비하는 일은 건강 유지나 고용 창출, 기업과 지역의 성장, 수출산업 육성에도 연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시니어(老)'의 풍요로움을 알고 그 지혜와 사상을, 또 시니어(老)의 힘을 사회는 좀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금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후보들이 앞다투어 복지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중에서도 대학의 반값등록금이라든가 0~5세의 육아비 지원 그리고 초·중·고등학교 무상교육 등이 눈에 띈다. 그런데 급속히 도래한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고령자 복지 문제는 앞으로 할 것인지는 몰라도 별로 눈에 안 띈다. 투표 인구도 50대 이상 고령인구가 더 많아지고 있는데 20대, 30대만 신경쓰고 있다. 65세 이상 10명 중 1명은 소득이 없으며, 시민 50%가 노후 문제를 가족, 사회,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최저생계비는 한 달에 약 50만원인데 80세가 넘은 6·25 참전용사 16만명은 월 12만원, 6·25 무공유공자가 6만명은 월 18만원을 받고 있다. 그 외에 상이용사도 5만명이 있는 현실이다.
외국에서는 이미 65세까지 고용을 의무화하는 나라도 있고 퇴직 연령을 끌어올리는 나라도 있다. 결국 그렇게 하는 것이 건전한 사회, 활력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75세가 넘으면 허약한 사람이 급증하는데 어떻게 하면 활력 있는 장수사회를 만들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고령자의 대부분은 장수만이 문제가 아니고 질이 높은 인생을 보내고 유종의 미를 장식하는 것을 바라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령자의 사회 참여, 사회 공헌을 통해 풍족하고 질이 높은 생활을 보낼 수 있기 위한 사회, 환경 기반의 정비가 필요함은 물론이거니와 고령자의 생활의 질을 저해하는 질병 예방과 조기 치료를 위한 이해가 필요하다. 공짜로 급식소에서 밥 주고, 공짜로 전철 타고, 매월 용돈 2만~3만원을 대주는 것이 건전하고 활력 있는 복지사회를 위한 고령자 복지정책은 아니다. 길거리 인생을 사는 사람이 많아서는 안된다.
시니어를 위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위해 기업이 상품을 제공한다. 서비스는 아직 시니어의 불만을 해소하는 수준에 가 있지 못하고 있다. 유통, 외식, 약국, 피트니스(Fitness), 병원, 교통기관 등이 '바리어 프리(barrier-free)'를 위한 협력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도 창출되고 이용자의 만족도도 높일 수 있다.
세계적으로는 이미 시니어시장 쟁탈권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의 여성 전용 피트니스 클럽 '카-브스'는 전세계에 400만 회원을 갖고 있고 평균연령은 50대, 풀(Pool)이나 샤워(Shower) 시설도 없고 단시간 건강기구로 몸을 움직인다. 지역성장에는 대학의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대학과 지역이 대학의 운동시설을 함께 사용하는 협동은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서 이미 많이 하고 있다. 미국은 대학과 부동산 회사가 협력해 인접지역에 복합주택을 지어 주민과 학생이 교류할 수 있는 신형 고령자 주택을 보급하고 있다. 지식욕이 왕성한 시니어가 벤처사업의 책임자가 되고 젊은이에게 자극을 준다. 스포츠마케팅 관점에서도 스포츠 시설, 기구, 용품 그리고 약품, 건강보조식품, 의료기구 등 다양한 가능성이 열린다.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