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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잘 모르는 광동제약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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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잘 모르는 광동제약의 진실

▲ 광동제약 본사 전경한방의 과학화로 매출 신장세 이끌어

[글로벌이코노믹=이순용 기자]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제약업계는 최근 유살이래 가장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글로벌 경제 위기는 기본이고, 약가 인하를 필두로 하는 정책적 리스크와 원부자재 가격 상승, 다국적 제약사의 전방위적 압박 등으로 인해 거의 모든 제약사가 생사의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활로를 찾기 어려운 가혹한 상황에서도 국내 300여 개 제약사들은 저마다 새로운 동력과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광동제약(회장 최수부)이 타 제약사들의 새로운 방향에 대한 참고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산업진흥원으로부터 제약 경쟁력 제고 성공 사례로 선정되고, 복지부가 발표한 혁신형 제약사에 선정되는 등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광동제약을 연상하면 떠오르는 의약품은 국내 제약사의 대표적 스테디셀러인 우황청심원과 쌍화탕이다. 11년 전 마시는 비타민 음료 비타500을 선보인 이후 옥수수수염차, 헛개차 등의 ‘성공작’을 잇따라 내놓았다.

광동제약의 음료분야 성공 사례를 놓고, ‘불편한 날’을 세우는 시각도 있지만, 광동제약의 사업보고서를 세세하게 들여다보면 일각의 부정적 시각은 수치해석과 분류를 잘못하여 생긴 오류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지난해 광동제약의 전체 매출 3,132억원 중 의약품 매출은 1,180억원. 코스피, 코스닥에 상장된 50여 개 제약업체 중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곳은 30곳이 채 되지 않고, 상장되지 않은 제약사까지 치면 광동제약의 의약품 매출 규모는 국내 제약사 중 상위 10% 이내에 해당한다. 웬만한 중견 제약사의 규모를 능가한다.
광동제약이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선정된 이유 중 하나는 의약품 매출액 대비 5%를 넘는 의약품 연구개발비, 즉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 의지였다. 부정적 시각에서 보면 총매출 대비로 따지고 싶겠지만, 복지부가 제시한 기준은 의약품 매출액에 대비한 의약품 연구개발비의 비중이고 광동제약은 정부가 제시한 기준을 초과하고 있다.

물론 연간 매출의 20%를 R&D에 투자하기도 하는 몇몇 기업에 비하면 연구개발비가 상대적으로 적다. 음료부문의 이익을 의약품 연구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서 한방의 과학화를 일궜던 창업 초기와 같이 세계적인 천연물 신약 하나 정도 개발해주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하지만 천연물 신약 개발 등 R&D 과정이 장기간의 계획과 목표의 성과물이라는 점을 염두에 둘 때, 현재 천연물 신약을 포함한 다양한 신약을 개발 중이라는 이 회사 사업보고서 상의 내용을 보면 기존 시각과는 달리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광동제약 관계자는 “최근 3년간 의약품 매출이 2009년부터 각각 970억, 1,052억, 1,180억을 기록해 연평균 7% 이상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2년부터는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으로 매출과 순이익에 일정부분 악영향이 예상된다고는 하지만 최근 성장세는 회사의 의약품 부문에 대한 의지와 그간의 노력을 반영한다.

국내 연매출 상위 제약사 대부분의 상품매출(의약품을 다른 회사에 위탁 생산한 후 자사의 이름만 붙여 판매하는 형식) 비중이 20~50% 가까이 되는데 비해 광동제약의 상품매출 규모를 살펴보면 4% 안팎에 불과하다. 그만큼 의약품 시장을 조사하고 분석하고, 제품을 기획한 뒤 직접 생산해서 판매하는 의약품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연간 10여 종 이상 출시하는 신규 전문ㆍ일반 의약품도 눈 여겨 볼 대목이다. 특히 새로 내놓는 제품 중에는 소비자의 복약 편의성을 고려한 아이디어 제품이 많다. 이처럼 사업보고서만 제대로 분석해 봐도 대충 큰 수치만으로 막연하게 내렸던 결론이 실상과는 다르다는 점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사업보고서 밖으로 눈을 돌려도 광동제약은 최근 3년간 300억 원을 투입, 선진 의약품 생산시설(KGMP) 보강을 꾸준히 할 만큼 의약 부문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중앙연구소의 연구인력은 40여 명으로 전문 인력이 의약품의 연구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앙연구소와는 별도로 R&D I라는 별도의 조직도 눈에 띈다. 임원(상무이사)이 이끄는 이 곳에서는 신약 및 바이오의약품 기획 프로젝트를 발굴 관리하고 라이센싱-바이오의약품의 공동연구를 수행한다.

이 곳에서는 단기적으로는 의약품 효능형 OTC(일반의약품) 및 헬스케어 제품과 같은 시장 창출형 제품의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게 포인트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암-퇴행성 뇌질환 등 난치성 치료제와 최신 DDS(drug delivery system, 제제개발기술)를 이용한 신제형 의약품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광동제약은 중국 현지 제약공장에도 한약재 생산시설과 함께 자체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공장시설은 중국 식약 당국의 인가와 국내 식약청으로부터 인증을 받았다.

약계에서는 타 업체들이 제대로 인정하고 싶지 않던 한방과학화에 대한 평가도 소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2000년 초 한의약육성법이 통과된 후 한방과학화에 실질적인 관심을 갖고 시스템 보강에 앞장선 제약사를 논할 때 광동제약을 빼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광동제약 입장에서 볼 때, 전체 매출 규모로만 평가하면 ‘음료회사’라는 사시적 시각을 받을 수 있는 억울한 점이 많은 회사다. 음료의 경우 의약품에 비해 기본 매출이 빨리 나오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매출 증가가 순익과 비례하지는 않지만 의약품과 음료 성장률은 근본적으로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점도 광동제약에 대한 오해가 생기는 이유다.

그는 또 “창업 초기부터 쌍화탕, 우황청심원 등 한방생약 액상제제 생산으로 쌓아 온 노하우가 건강음료 비타500, 옥수수수염차 등을 성공시킬 수 있었던 기반이 된 것 같다”면서 “광동제약이 성공하면 미투 제품이 금방 쏟아져 나오지만 일반 음료업체와는 출발점이 달라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