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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최양숙, 데뷔 54년 만에 첫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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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최양숙, 데뷔 54년 만에 첫 콘서트

11월9일 오후 7시30분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글로벌이코노믹=온라인뉴스팀] "잘못 살아온 인생의 끝을 성공적으로 바꿔보고 싶어 용기를 냈습니다."

'가을편지' '황혼의 엘레지'의 주인공으로 데뷔 54년 만에 자신의 이름을 건 첫 콘서트를 여는 가수 최양숙(75)은 "정말 고민을 많이 했는데 마지막으로 한 번 멋있게 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더라"며 웃었다.

최양숙은 11월9일 오후 7시30분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펼쳐지는 헌정공연 '최양숙을 아시나요?' 무대에 오른다. 한국음악발전소(소장 최백호)가 한 시대를 풍미한 가수에게 바치는 공연이다. 아코디언 거장 심성락(76)을 비롯해 가수 송창식과 최백호, 기타리스트 함춘호와 박주원, 피아니스트 조윤성, 박주원 등 최양숙의 음악을 사랑하는 여섯 남자가 함께한다.

1937년 함경남도 원산에서 태어난 최양숙은 1958년 '눈이 내리네'로 데뷔했다. 당시 서울대 음대 성악과 출신 한국 최초 여성 샹송가수로 주목 받았다. 1963년 대중음악의 거목 박춘석(1930~2010)의 눈에 들면서 대중가수로서 본격적인 발길을 내딛었다.

그러다 박춘석이 작곡한 '황혼의 엘레지'로 1966년 제2회 TBC방송 가요대상 가수상, 같은해 초대 MBC 10대 가수로 선정되면서 톱스타가 됐다.

최양숙은 그러나 그 때 대중가수라는 것이 부끄러웠다. 빼어난 외모와 함께 서울대 성악과 출신으로 전도유망한 성악가가 대중음악으로 전향했기 때문이다. 당시 '딴따라'로 통하던 대중가수로의 변신은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이 때문에 데뷔 초기에는 본명이 아닌 '정은영'이나 '주미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모교인 서울예고에서 교편을 잡는 등 (성악가로서) 전통적인 코스를 밟고 있었는데 중간에 유행가를 부르게 된 거예요. 그러다 보니 고개를 들기가 힘들더라고요. 연예인들 모인 자리에서도 구석에서 대화도 나누지 않았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는지 몰라요. 호호호."

성악으로 다져진 클래식 창법으로 '대중가요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았다. 고은(79)의 시에 가수 김민기(61)가 멜로디를 붙인 '가을편지'에 얽힌 일화가 상징적이다.

"언제가 어느 라디오에서 가을에 듣기 좋은 가곡 다섯곡을 뽑았는데 대중가요 중에서는 유일하게 '가을편지'가 들어가 있었어요. 내 창법이 성악에 바탕을 하다보니 가곡으로 착각한 분들도 많아요."

예전과 달리 대중가수가 최고스타인 세상이다. 자칭 '딴따라'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세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실력 있는 사람들이 인정을 받는 시대가 와잖아요. 특히, 싸이가 대단하더라고요. 그의 춤에는 무용을 전공한 사람도 따라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어요. 힘도 좋고. 심각하면서도 웃음이 나오는 표정도 참 대단하죠.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대단한 재능을 지녔어요."

싸이가 미국 등 해외에서 활약하는 것을 보고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기도 했다. "1967년 캐나다 몬트리얼 엑스포에 한국 대표가수로 나가 노래를 부르기도 했죠. 우리나라 여권은 세련되지 않았어요. 지금보다 몇배나 컸죠. 입국심사할 때 코리아가 어디냐고 묻고, 중국사람 아니냐고 묻고. 그런데 지금 후배들이 너무 잘해주고 있네요."

건강이 나빠져 2000년대 이후 은둔에 가까운 생활을 한 최양숙이 콘서트를 열게 된 것은 한국음악발전소 최백호(62) 소장이 1년 전부터 권유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자신이 없고 몸도 아프고 해서 거절했어요. 평범한 할머니로 살다가 갑자기 무대에 나오라고 하니 겁이 났거든요."

그러나 최백호의 꾸준한 부탁과 대중음악평론가 박성서(56)의 재조명, 팬들의 응원 등으로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아직까지도 저를 기억해주는 분들이 있다는 것에 힘을 얻었습니다."

자신이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최양숙을 떠올리면서, 그 시절을 추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첫 콘서트라 아주 기쁜데…. 그간 저를 좋아한 분들께 죄송해요. 노래를 많이 오래 부르지 못했잖아요. 이번 콘서트가 팬들과 교감하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어요"라며 울먹이기도 했다. "물론 예전보다 목소리에 힘은 빠져 있을 거예요. 그래도 뭐랄까, 노련미 또는 연륜, 그런 것이 묻어나지 않을까요. 호호호."

콘서트가 성황리에 끝나고 건강이 허락하면 "팬들을 위해 어디에서라도 노래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솔직히 예전에는 장소를 가리기도 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생각한 제가 잘못 살았죠. 늦게라도 최대한 많은 분들에게 제 노래를 들려줬으면 합니다."

"저, 아직 (가수로서)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노년에도 희망을 갖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손을 간간이 떨기도 했으나 내내 눈빛은 형형하게 빛났다.

최양숙은 이번 무대에서 '가을편지' '황혼의 엘레지'를 비롯해 '호반에서 만난 사람' '사랑하는 사람' 등을 10여곡을 들려줄 예정이다. 한국음악발전소는 최양숙이 공연을 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하루 200통씩 문의전화가 온다고 알렸다. 4만4000~15만원. 한국음악발전소 02-786-78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