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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4)]균형 있는 경제성장 정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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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4)]균형 있는 경제성장 정책 필요

[긴급진단-민진규의 경제민주화 칼럼]경제민주화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4)



균형 있는 경제성장 위한 정책 필요


중소기업·산업육성·차별해소가 선결과제


“분배 통한 복지 치중” 주장도 논리 비약 불과


‘경제민주화 정의 모호’ 지적은 시대정신 외면


기업 불균형 해소 위해 대기업 편중 지양해야





▲ 왼쪽부터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대선 후보

▲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장최근 일부 경제단체가 경제민주화가 기업활동을 위축시켜 경제성장이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한다. 경제민주화는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부정하고 사회주의 국가로 가려는 시도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미 사회주의가 정부통제의 비효율성으로 망했는데 그 사실을 애써 외면하는 한국사람들은 순진하다는 말도 한다. 학자들까지 나서서 경제민주화는 ‘포퓰리즘 정치의 산물’이라며 망국(亡國)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역설한다. 이들 중 대부분이 우리 사회의 지식인들이고 리더그룹이라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경제가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 걱정이 많다.

헌법에 명시된 경제민주화는 용어가 모순되고 정의가 모호하다는 사실은 많은 전문가가 지적했지만 정작 이들이 놓치고 있는 것은 시대정신이라는 점이다. 정치란 국민의 이성보다는 감성에 호소한다. 소수의 지식인은 이성적 판단을 하지만 대부분의 국민은 의사결정을 할 때 감성을 우선한다. 지식인이 감성적으로 치우쳐 국민여론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갈 때 지적을 하고 보완해야 하는 의무를 지니고 있지만 경제민주화라는 어젠다(agenda)는 잘못된 방향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헌법에 명시된 경제민주화의 목표는 균형 있는 경제성장, 적정한 소득의 분배, 경제력 남용의 방지, 경제주체간의 조화 등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첫 번째 목표인 ‘균형 있는 경제성장’을 다루려고 한다. 용어를 정확하게 해석하면 경제성장을 하는데 있어 균형을 잡겠다는 것이다. 일부 경제단체나 전문가가 주장하는 것처럼 경제민주화가 경제성장은 무시하고 분배를 통한 복지에만 치중해 있다는 말은 헌법 조문을 읽어보지 않았거나 논리의 비약에 불과하다.

1987년 헌법을 개정할 당시 개발독재로 인한 대기업 중심의 경제체제가 군부독재로 인해 심화돼 성장의 불균형이 심각한 수준이었다. 고용의 대부분을 점하고 있는 중소기업은 찬밥신세로 불공정거래의 희생양이었다. 특정 산업에 대한 지원이 지나쳐 산업 간 불균형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또한 수도권과 지방, 영남과 호남 혹은 기타 지역의 발전은 비정상적이다 못해 심각하게 왜곡되어 있었다. 정부가 잘못된 정책으로 국가자원의 배분에 잘못 개입할 경우 경제가 균형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셈이다. 경제민주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개별 주제에 대해 상세히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선방향을 도출할 필요성 있다.

먼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균형을 잡기 위해서는 대기업 편중의 경제정책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MB정부도 ‘747공약’을 내세워 대기업 지원을 우선한 성장위주의 경제정책을 펼쳤지만 실패했다. 법인세 인하나 각종 정책적 특혜가 대기업에 집중되었고 대기업은 사상 최대의 실적을 구가했지만 정작 협력업체들에게 혜택이 분배되지 않았다.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정책금융이 혁신중소기업이나 규모는 작지만 강한 소위 ‘강소기업(small giant)’에 집중돼야 한다. 그리고 대기업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감시를 강화하고 징벌적 처벌로 일벌백계(一罰百戒)해야 한다. 또한 대기업의 무분별한 계열사 확장이나 중소기업 업종침해도 출자제한, 행정지도 등으로 규제해야 한다.

다음 정부는 수출주도형 산업육성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만들어진 산업편중 현상을 보완해야 한다. 1960년대 경공업, 1970년대 중화학공업, 1980년대 전자산업, 1990년대 조선과 반도체산업, 2000년대 IT산업 등 정부의 정책에 따라 산업불균형이 심화되었다. OECD가입국이고 세계 10대 경제대국에 진입하게 된 이면에는 국가주도의 경제성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산업공동화와 인적/물적 사회적 손실도 그에 못지않게 컸다. 무리한 성장위주의 경제정책은 건전한 국가경제기반을 훼손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과거처럼 정부가 기업을 선도하는 시대는 끝났다. 정부의 간섭은 최소한에 그쳐야 하고 경제를 지원(support)하고 서비스(service)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노무현 정부의 역점사업 중 하나였던 지역간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 경제력 집중으로 인한 효율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지역간 발전격차가 너무 커서 국가성장 잠재력을 갉아 먹고 있다. 수도권의 과밀집중은 어느 국가를 참조해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 입지적 고려에 의한 것이라고 하지만 포항, 울산, 부산, 창원, 거제 등으로 이어지는 산업벨트 편중현상도 결과적으로 호남, 충청, 강원 등의 지역을 홀대한 것이다. 호남의 불평불만이 극에 달했지만 오히려 충청과 강원은 관심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전임 정부들이 이런 불만을 적극 활용해 경제성도 없는 산업단지, 거점공항 개발사업을 벌였지만 모두 실패했다. 경제정책은 철저하게 경제논리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는 단순한 교훈이 틀리지 않았음이 여실히 증명된 셈이다. 정부가 경제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할 때 큰 정부, 작은 정부 논란이 있지만 정부의 역할과 범위에 대해 시대적 요구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지역균형 발전차원에서 추진한 행정복합도시 세종시도 지루한 논쟁을 거쳤지만 나쁘지 않은 시도로 보인다. 특정 산업을 기형적으로 성장시키면 효율적인 국가자원의 배분이 어렵듯이 특정 지역만 발전시키는 것도 동일한 부(負)의 효과가 나타난다.

경제민주화의 첫 번째 목표인 균형 있는 성장을 위해 중소기업 우선지원, 다양한 산업육성, 지역차별해소 등의 정책수립이 필요하다. 최근 일부 경제단체와 언론이 경제민주화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다는 논란이 일자, 한 대선주자는 경제민주화와 경기부양의 ‘투 트랙 전략(two-track strategy)’을 통해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위에서 지적했듯이 경제민주화는 경기부양을 통한 경제성장을 부정하고 있지 않다. 다른 주자들은 재원에 대한 고민도 없이 재벌개혁이나 복지확대만 외치고 있다.

우리 헌법은 시장기능의 남용을 막기 위해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허용하고 있지만 정치인이 원칙 없이 제시한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사유재산 제도와 사적 자치의 본질을 훼손하도록 용납하지 않는다. 국민의 모든 재산과 권리는 국가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 제한할 수 있지만 국가는 필요한 최소한의 제한을 해야 하는 ‘과잉규제금지’ 원칙을 지켜야 한다. 정치인의 경제민주화에 대한 접근도 헌법의 정신을 훼손하지 않고 자유시장경제의 본질을 준수하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민진규 객원기자(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stmin@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