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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히사시의 산촌일기(10)]-들녘의 일엽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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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히사시의 산촌일기(10)]-들녘의 일엽편주

[혼다 히사시의 산촌일기(10)] 





들녘의 일엽편주


내가 사는 집은 풀바다에 떠 있는 일엽편주다. 풀바다에는 암초와 같은 밀감나무의 그루터기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산토끼나 너구리, 그리고 곤충과 파충류도 살고 있다. 주위를 둘러싼 수풀과 대나무 숲은 야생조류의 보금자리다.

아침에는 동녘에서 해가 뜨고 석양이 되면 서녘으로 저문다. 봄여름가을겨울 어느 계절 할 것 없이 온갖 새들이 지저귄다. 지붕 위에 돛대처럼 솟은 안테나에는 까마귀가 제집인양 자리를 잡고, 그 머리맡 하늘가를 솔개와 해동청이 선회하듯 날고 있다. 밤이 되면 온 하늘을 수놓은 별들이 빛나고, 북극성을 중심으로 북두칠성이 프로펠러처럼 그 주위를 회전한다.

나는 우리 집을「들녘의 일엽편주」라 이름 지었다. 그 배 안에서 잠이 들고 아침을 맞이한다. 미풍이 불면 초목들이 잔물결처럼 일렁이고, 강풍이 불면 밀물 같은 파도 소리를 낸다. 물론 바람이 숨을 죽이고 파도도 잠들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새들조차 울음을 멈추고, 세상은 적막강산이 된다. 내 자신이 살았는지 죽었는지 분간조차 어렵다. 마치 혼백이 되어 해파리처럼 바다를 떠다니는 것 같다. 이런 저런 욕망들이 소리 없이 사라져간다. 인간 세상에서 인간들이 만들어낸 가치관 같은 건, 어느 순간 안중에도 없어진다.

▲ 古代幻想
내가 탄 배는 지금 어디를 향해 가는 것일까? 이런 의문이 뇌리를 스쳐지나간다. 혜성처럼. 내가 탄 배는 태양계의 행성궤도를 벗어나 버린 것일까? 해머던지기 선수의 손에서 던져진 해머처럼. 가고 싶은 곳으로 가는 것이 아니다. 결국 착지한 곳이 가고 싶었던 곳이 아니었을까, 하는 밑도 끝도 없는 생각을 하고 있자니 갑자기 전화벨이 울린다. 졸고 있던 견공이 놀란 듯 짖어댄다.

서둘러 수화기를 드니, 벗의 죽음을 알리는 전화였다. 이렇듯 죽음은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온다. 언젠가 나의 죽음도 이렇게 누군가를 놀라게 할까? 아니면 아무도 모르게 죽음을 맞고 아무의 전화기도 울리지 않은 채, 정처 없는 해파리처럼 저승을 떠돌게 될까? 그것도 아니면 껍질을 벗고 성충이 되는 매미처럼 육체를 떠나 새로이 환생하게 되는 것일까? 그렇다고 해봐야 고작 일주일 남짓의 삶이 아닌가. 애써 얻은 육체도 난파된 배 같은 것이다. 이 순간을 생의 마지막처럼 살고 싶다. 내세울 건 없지만 배고픔도 없고 다툼도 없는 이 천국 같은 풀바다에서….

/글·그림 혼다 히사시(시인)

/번역 신현정(가나가와 치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