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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맛]'色·味·香'으로 즐기는 소림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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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맛]'色·味·香'으로 즐기는 소림식탁

[한국의 맛-'소림식탁'의 달인 담소룡 하림각 총주방장]
요리대회 금상 수상자의 ‘色·味·香’ 소림식탁


"춥고 배고파서 시작한 요리지만 요리는 내 삶의 전부"

한식 옷 입은 중화요리로 세계무대 도전




▲ 담소룡 하림각 총주방장
[글로벌이코노믹=노정용기자] 종로구 부암동 세검정을 향하는 언덕길에는 AW 컨벤션센터 하림각이 있다. 하림각은 국내 최대 규모일 뿐만 아니라 각종 국제 요리대회에서 화려한 수상경력을 자랑하는 화교 출신 담소룡(43) 총주방장 덕분에 더욱 유명하다.

중국의 전설적인 영화배우 이소룡과 성만 다르고 이름이 똑같아 ‘화려한 액션’은 못하지만, 요리에 있어서는 자신이 더 낫다고 자랑할 만큼 유머감각도 탁월하다. 그의 영문 이름 Tan Show-Long에서 보듯이 기자 앞에서 요리를 쇼(show)처럼 재미있게 연출하기도 한다. 최근 쌀가루로 만든 된장 짜장면을 출시해 색깔이 있는 중화요리를 만들어 가고 있는 담소룡 총주방장을 인터뷰했다. <편집자 주>



-중식당 ‘하림각’에 대해 소개해주시죠?


“하림각은 호텔을 제외한 단일 중국 음식점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합니다. 물론 규모만 최대가 아니고 음식 맛도 최고이지요(웃음). 평일에는 하루 200~300명의 손님이 오고, 금·토·일 주말이면 1만 명의 손님이 정통 중화요리의 맛을 즐기기 위해 찾아오지요. 하림각은 식당 이외에도 회갑연, 돌잔치, 웨딩까지 치를 수 있는 컨벤션 시설을 다 갖추어 놓았어요. 총 2000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이므로 외식산업을 총집합 시켜놓았다고 보아도 되요.”

-주방에 ‘죽도(竹刀)’가 놓여 있다고 하던데, 어떤 용도인가요?


“죽도록 맞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어서 갔다 놓았어요(웃음). 체육관에 관장님이 죽도를 들고 왔다 갔다 하기만 해도 저절로 기강이 잡히듯이, 주방에서 그런 역할을 하지요. 이소룡과 이름이 비슷해 사람들이 무술을 배웠느냐고 묻는데, 저는 쌍절곤 대신에 프라이팬을 돌리고 있어요.”

-‘중식요리의 명가’란 타이틀이 붙어 있고, 각종 국제요리대회에서 잇따라 수상하셨는데, 비결이 있습니까?


“지난 2010년 8월 말레이시아에서 개최된 세계요리대회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을 석권했어요. 비결을 알고 싶으면 요즘 유행어로 500원(웃음)이에요. 사실 비결은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거죠. 각종 국제 요리대회에서 수상을 하기도 했지만 4년 전에는 동상을 타기도 했어요. 그런 상황에 닥치면 대개 ‘이대로 끝이구나’ 하고 절망하며 주저앉는데 저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용기를 갖고 계단을 밟고 올라가요. 이처럼 피나는 노력과 함께 목표를 향해 집중합니다. 그게 비결이지요.”

그에 따르면 2010년 말레이시아 국제요리대회는 각종 요리대회에서 금상 세 개 이상을 수상한 사람만 참가하는 대회였다. 다른 나라 참가팀도 실력이 좋았지만 담 총주방장을 비롯해 참가자 네 명 모두 밤마다 (술로) 달리는 친구들이라 팀워크가 다른 참가팀에 비해 좋았다. 모두가 자신이 최고라며 잘난체 한 게 아니라 밤늦게 까지 함께 테이블을 세팅하고 야자수와 화단의 꽃을 몰래 꺾어와 장식을 하는 등 우승을 위해 강력한 팀워크를 발휘했다. 담 총주방장의 뛰어난 리더십과 동료 조리사간의 절묘한 호흡이 우승이라는 기적을 일궈낸 것이다.

-직접 쌀가루면을 개발하시게 된 동기가 있습니까?


“어르신이 밀가루면을 드시고 나면 소화가 잘 안 된다고 해요. 밀가루에 포함된 글루텐이 소화를 방해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쌀가루는 글루텐이 없어 반죽이 되지 않는 단점이 있어요. 인위적으로 글루텐을 넣지 않고 하려니 3개월 동안 엄청 고생했지요. 인위적으로 글로텐 성분을 넣으면 겉모양은 탱글탱글해 보이지만 소화가 안 됩니다. 그래서 반죽과 온도차이로 이 문제를 해결했어요.”

-담 총주방장에게 요리란 무엇입니까?


“1960~1970년대 시절 화교 가운데 잘 사는 분은 미국 등 외국에 나갔고, 못 사는 분은 대만으로 귀국했고, 사실 어정쩡한 사람만 한국에 남았어요. 당시 2000명이 한국에 잔류했는데, 살아남기 위해 고통과 눈물을 흘리며 열심히 노력했어요. 화교 밀집지역인 인천에서 대한제분 트럭이 지나가며 흘린 옥수수를 줍기 위해 수백 명의 학생이 바닥을 기어서 가요. 멀리서 보면 학교에서 기합을 주는 줄 아는데, 옥수수 빵과 죽을 만들기 위해 옥수수를 줍는 진풍경(?)이지요. 아버님께서도 중국에서 넘어왔기 때문에 짜장면 만드는 것 이외에는 할 줄 아시는 게 없었어요. 중화요리를 만들어야만 먹여주고 재워주었거든요. 저도 아버님께서 일하시는 중국집에서 아홉 살 때부터 중화요리를 배달하며 주방에서 일했어요. 이처럼 생활 속에서 익혀놓은 요리기술이라 장단점이 있어요. 한편으로는 고생을 많이 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 고생 덕분에 손님의 눈빛만 봐도 손님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게 되었지요. 이렇게 요리는 제 삶 속에서 이어져 이제는 요리가 제 삶의 전부가 되었어요. 평범한 배달사원으로 출발해 총주방장에 오르기 까지 고생도 많이 했지만 요리하는 일이 너무 너무 즐거워요.”

그에 따르면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단지 돈을 벌기 위해 요리를 시작했다. 준비과정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 문제를 실전을 겪으며 부족한 부분을 깨닫고 보충하기 위해 더 열심히 일했다고 한다.

“음식을 만들고 손님상에 내 갔을 때 고무줄이 팽팽하듯 긴장감이 백배로 높아져요. 손님이 ‘요리를 잘했다, 요리가 맛있다’ 등의 반응을 보일 때 가슴이 뿌듯하고 제 자신이 쑥쑥 커가는 것 같아요. 제게 용기를 불어넣는 게 손님인 셈이지요.”

-요리사는 대부분 진지합니다. 그런데 담 총주방장은 ‘유쾌한 요리사’라고 할 정도로 성격이 대단히 밝습니다.


“진지는 아침 점심 저녁에 드시는 거고요, 저의 진지는 마지막 손님상에 나가기 전이 진지에요.(담 총주방장이 평소에는 요리를 즐겁게 하는데, ‘진지’한 시간이 손님에게 요리를 내기 10초 전이라는 말이다) 이 시간이 잘못 되면 요리사로서 창피를 당하게 되기 때문에 이 10초 동안의 진지함을 위해 나머지 시간은 즐겁고 유쾌하게 합니다. 평소에 직원들을 너무 엄하게 대하면 의욕을 상실하거나 의기소침해지고 압박감으로 등에 땀이 흘러내려요. 그래서 요리를 준비하는 과정에 음악을 틀고 노래를 부르며 춤도 추어요. 요리를 만들 때 즐거운 생각을 가지도록 직원들에게 해주지요.”

-화교 출신의 요리사로서 어려운 점은 없습니까?


“요리사로서 어려운 점은 전혀 없어요. 그러나 화교 출신이기 때문에 생활인으로서 살아가기에는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에요.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국제요리대회에 출전할 때 비자를 내기 위해 대사관을 직접 찾아가야 하는 등 생활적인 불편이 많아요. 한국인은 동사무소에서 호적등본을 뗄 수 있으나 화교출신은 서울, 대구, 인천, 수원 등 정해진 곳에 가서 등본을 떼어야 해요. 뿐만 아니라 호적등본을 뗀 다음에는 대만대표부에 가서 확인 도장을 받아야 하고…. 저는 1.5세대로 부모님이나 할머님께서 저에게 만들어주었던 요리를 기억하기 때문에 그 기억으로 맛있는 중화요리를 만들어낼 수 있어요. 요리의 맛이 부족할 때 추억의 향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제대로 된 맛을 낼 수 있는데, 이건 화교출신 중화요리사로서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어요.”

과거에는 중화요리에 화학조미료를 많이 썼다고 담 총주방장은 고백한다. 그러나 지금은 건강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시대이다 보니까 쌀국수를 만든 것처럼 손님들의 건강을 생각하며 화학조미료를 안 쓰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중화요리는 재료의 영양소를 가장 적게 파괴하는 스팀 요리를 선호하는 편이다.


-담 총주방장이 요리하는 중화요리와 중국에서 하는 중화요리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제 국적이 차이나(china)에요. 많은 차이가 나지요. 차이가 납니다. 하하하. 중국 본토는 기름지고 볶아야 된다는 기본 원칙이 있어요. 중화요리는 색, 맛, 향 등 3박자 요리라고 할 수 있는데, 한국인은 기름지거나 짜거나 향신료가 들어가는 걸 싫어하기 때문에 그런 요소를 많이 제거했어요. 물론 목화토금수의 오행을 따르는 중화요리의 기본원칙은 지키고 있지요.”


중화요리에는 진피, 감초, 향초 등의 천연조미료가 가미된다. 그러나 향초의 맛이 너무 강해 한국인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 따라서 한국의 중화요리는 이 같은 향신료를 제거하고 목화토금수의 오행 가운데 3가지 정도를 조화롭게 만든다고 담 총주방장은 이야기한다.



-요리사로서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이 담긴 ‘쉐프의 성공 레시피’를 소개해주시죠?



“성공 레시피보다 개인철학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새로운 도전이 없으면 새로운 창조가 일어나지 않아요. 또 피와 땀과 눈물이 필요하고요. 말하자면 고통과 시련 속에서 새로운 창조가 일어나지요. 삼국지 주인공인 유비와 같은 지혜와 노력, 그리고 제갈량 같은 현실적인 전략이 필요해요. 그러면 자기가 성공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요리사가 되기를 원하는 후배들에게 들려줄 말이 있다면?



“꼭 조리가 아니더라도 새로운 도전을 해보았으면 좋겠어요.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한 다음에 요리를 하겠다고 선택했을 땐 그 다음엔 누구도 원망할 필요가 없어요. 처음엔 형이나 부모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자기가 한 선택은 스스로 최종 책임을 져야 해요. 인생의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잘라봐야 하찮아요. 물론 선택 후 좌절도 할 수 있겠지만 잠시 방황을 해도 늘 제자리로 돌아와야 하고요.”


-중식요리 전문가로서 볼 때 중식과 한식은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중식과 한식은 많은 차이가 나지요. 한식은 단순한 양념과 수많은 재료를 가지고 깔끔한 식탁을 차릴 수 있어요. 중국음식은 상다리와 비행기를 빼고 다 먹는다고 하지만, 처갓집에 가면 장모님의 한식요리에 놀라곤 해요. 감동을 받은 저는 한식요리를 배우고 싶어요. 한식은 신선한 야채와 된장소스를 버무리면 훌륭한 요리가 되는 것 같아요. 반면에 중식은 무조건 익혀서 먹어야 해요. 오랫동안 요리를 하면서 한식과 중식이 합쳐지면 좋은 요리가 탄생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꿈이 있다면?



“제가 처음 요리를 배울 땐 선배가 요리하는 걸 잘 안 보여주고 전수도 안 해줘요. 저는 후배들에게 레시피를 공개하고 공유하는 스타일이에요. 자신만의 비법이라며 문을 닫으면 비전이 없기 때문이지요. 제가 정리해 놓은 레시피로 후배들을 양성하는 게 꿈입니다. 이와 함께 오는 2016년 한국의 제주도에서 세계중식요리대회를 개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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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따라해 보는 담소룡 조리장의 비법 2제(題)



♠ 조연 마늘 왕새우





■ 담소룡 조리장의 조연 마늘 왕새우 레시피


왕새우 2마리, 조연 1작은술, 다진 마늘 2큰술, 다진 홍피망 1큰술, 다진 청피망 1큰술, 송화(대파를 송송 쓴 것) 1작은술, 올리브오일 조금, 고수 잎


◆조연 만들기 재료



화조분 100g, 한주 소금 4작은술, 흰후추분 1작은술, 고운 고춧가루 4작은술, 치킨가루 3작은술


■ 조연 마늘 왕새우 조리법



1. 새우 등을 갈라 내장을 제거한 후 전분을 바른다.

2. 전분을 바른 새우를 기름에 튀겨내고 프라이팬에 올리브오일을 두른 후 다진 홍피망, 다진 청피망, 송화를 넣어 볶고 소금으로 간을 한다.

3. 튀겨 놓은 새우를 넣고 미리 기름으로 튀기거나 구운 다진 마늘을 섞어 다시 프라이팬에서 버무린다.

4. 고수 잎으로 장식한다.



♠ 훠궈소스 농어찜





■ 담소룡 조리장의 훠궈소스 농어찜 레시피


농어살 250g, 청피망 1/2개, 홍피망 1/2개, 대파 1개, 양파 1/2개, 아스파라거스 3개, 단호박퓨레 3큰술, 레드와인 졸임 3큰술, 훠궈소스 1큰술, 닭육수 200㏄, 국소스 1작은술, 참기름 조금



■ 훠궈소스 농어찜 조리법



1. 양파를 썰어 바닥에 깔고 농어살을 그 위에 올린 후 소금과 후추를 살짝 뿌리고 찜통에 7분 동안 찐다.

2. 아스파라거스는 소금을 넣고 뜨거운 물에 살짝 데치며 단호박은 호박죽처럼 끓여서 소금과 함께 믹서기로 갈아둔다.

3. 레드와인은 불에 올려놓은 후 약한 불로 1/3이 될 때까지 졸인다.

4. 프라이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송화, 물 200㏄, 훠궈소스(통고추, 마른새우, 검은콩을 같은 비율로 넣고 다진 마늘과 함께 볶는다), 굴소스를 넣고 볶는다.

5. 물전분을 조금 넣고 마무리할 때 참기름을 한 방울 떨어뜨리며 약간의 소금을 넣어 미나리를 볶는다.

6. 졸인 레드와인과 단호박퓨레를 접시 바닥에 깔고 농어찜을 올려놓은 뒤 볶은 미나리를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