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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푸어' 금융권 대책 "약발 안 먹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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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푸어' 금융권 대책 "약발 안 먹히네"

▲ 순서 기다리고 있는 은행고객.

우리銀, "다중 채무자가 문제인데..." 현실적 지원방안 고심중


신한銀, "대상자 9000명 가운데 1%만 활용..." 추세 좀더 확인


일부선 "하우스푸어 문제 심각하지 않기 때문" 주장도
[글로벌이코노믹=온라인뉴스팀] 국내 시중은행이 하우스푸어 구제 대책을 내놓았지만 매우 저조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 각 은행은 원인 분석과 함께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1일 출시된 우리은행의 '트러스트 앤드 리스백(신탁 후 임대)' 제도를 신청한 채무자는 한명도 없다.

이 제도는 채무자가 신탁등기로 주택 소유권을 은행에 넘기고 신탁기간(3~5년) 동안 대출 이자 대신 월세를 내는 방식의 채무조정 프로그램이다. 이용자는 15~17% 수준의 연체이자와 원금 상환 부담에서 벗어나 일반 주택담보대출 최저 금리 수준(4.15%)의 임대료만 내면 된다.

하지만 출시된 지 20여일이 지났음에도 제도에 대한 상담과 문의만 있을 뿐 실제로 가입할 의사를 표시한 채무자는 한명도 없었다.

신한은행이 선보인 '주택 힐링 프로그램'도 실적이 미미하기는 마찬가지.

지난달 11일 출시된 이 프로그램은 주택담보대출 고객의 원리금 상환 연기 및 분할상환 전환, 상환조건 변경, 이자 유예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따라서 주택이 경매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는 채무자는 유예기간 주택을 정상적으로 매매해 대출금을 상환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출시 당시 신한은행은 9000여명 채무자가 주택 힐링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주택 힐링 프로그램의 지원 실적은 지난 19일까지 93건, 115억6000만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개인신용 힐링 프로그램'(2142건, 266억2000만원)의 절반도 안되는 실적이다.

선제적으로 내놓은 하우스푸어 대책이 미미한 실적을 보이면서 각 은행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우리은행은 최근 신탁 후 임대제도의 대상자로 분류된 1300여명 가운데 현재 연체 중인 채무자 550여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 대상자의 90% 이상이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 대출을 추가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탁 후 임대제도는 우리은행에서만 대출을 받은 9억원 이하 주택 보유자를 대상으로 한다. 우리은행이 채무자의 주택 소유권을 넘겨받아야 하는 만큼 채무자가 타 금융기관 대출이 있으면 해당 기관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김홍달 우리금융경영연구소장은 "은행 1곳에 채무가 있는 연체자보다 다중채무자에 대한 지원이 더욱 절실하지만 현재 신탁 후 임대 제도로는 혜택을 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내주 안에 신탁 후 임대제도의 나머지 대상자 700여명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제도 활성화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신한은행은 즉각적인 제도 변경보다 당분간 실적 추이를 지켜볼 방침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아직 출시된 지 한달 밖에 되지 않았고 프로그램의 내용을 볼 때 크게 부족한 실적은 아니다"라면서도 "보다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많은 채무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아직 하우스푸어 문제가 크게 우려할 상황이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주택 소유권을 은행에 넘기거나 매매를 할 만큼 주택 대출 채무자들의 상황이 악화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하우스푸어 대책이 큰 호응을 얻지 못하는 것을 제도적인 실패로 보기보다는 아직 하우스푸어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고 이해하는 게 맞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