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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49)] 제5장 섹스와 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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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49)] 제5장 섹스와 道

(49)

그런데도 굳이 그리한 까닭은 그녀와의 사귐이 자칫 도에 이르는 걸림돌이 되지나 않을까 저어해서였다. 평소에도 늘 그리 생각하고 그녀를 대했었다. 그런데 뜻밖에 그녀가 단단하게 쳐두었던 마음의 울타리를 비집고 들어오려 했으므로 느슨해지는 마음의 문을 더욱 단단히 닫으려했던 것이다.
하지만 늘 그녀에 대한 의식을 떨쳐내지는 못했다. 의식한다는 것은 좋건 싫건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그녀의 소리에 귀를 열어 놓은 것이라, 의지는 마음의 문을 옥조이려 하고, 생각은 자꾸만 그녀를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거기다가 오늘 산행에서 불편한 다리를 절뚝이면서 혼신의 힘을 다해 가파른 산길을 따라 오르는 그녀를 더는 모른 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소나무 그늘 아래서 그녀를 기다렸는데 숨이 턱에 차서 곧 넘어갈 듯 헐떡이는데다 흠뻑 땀에 젖은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보고는 그만 억지스럽던 의지가 허물어지고 말았다.

그러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볍고 편했다. 그녀의 뒤를 따르면서 절뚝여 걷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쏴하게 아파왔다. 유달리 가파른 고갯길에서는 더 안쓰러워서 마음 같아서는 업어주고도 싶었다.

“無爲自然(무위자연)

자연은 위함이 없이 위한다.”

최서영은 용케도 잘 걸어서 백운대를 넘어 어느 듯 구기동으로 내려가는 길로 접어들었다. 산 아래로 가벼운 걸음을 내닫던 그녀가 문득 멈춰 서서 배가 고프다며 성민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길도 없는 능선 비탈에 홀로선 큰 소나무 아래 펑퍼짐한 바위를 가리키며 말했다.
“우리 저기서 점심식사해요 네?”

“내려가는 길이 험한데 갈 수 있겠소?”

“그럼요, 자신 있어요!”

최서영이 씩씩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잎이 파릇파릇 돋아난 싸리나무 가지를 붙들어 길도 없는 비탈에 먼저 발을 내디뎠다. 그는 급히 그녀 앞으로 발을 놓았다. 그리고 행여 미끄러질 새라 연신 뒤돌아보며 조심조심 내려갔다.

“막걸리 가져왔어요. 잘했죠?”

최서영이 바위에 올라 자리를 잡자마자 배낭부터 풀어 막걸리 한 병을 꺼내 넌지시 그를 쳐다보았다.

“무거울 텐데 웬 막걸리를 다 가져왔소?”

한성민은 그리 말하면서도 마침 목이 마르던 참이었다. 그녀가 하얀 종이컵에 색깔도 고운 막걸리를 넘치게 부어주자 숨도 쉬지 않고 두어 모금에 잔을 비웠다. 금방 짜릿한 술기운이 퍼져나가고 때마침 불어온 바람이 시원하게 스쳐지나갔다. 그녀도 목이 말랐던지 그가 한 잔 권하자 사양하지 않고 잔을 받아 한 모금 삼키더니 맛있다며 좋아했다. 그리고 홀짝 홀짝 다 마시자 어느새 술기운이 쏴하게 타오르자 등산객의 발길이 닿지 않는 호젓한 산속에서 그와 함께 대자연과 하나가 된 듯 포근해서 노래라도 부르고 싶었다. 이런 기분이 무위자연의 마음일까? 그녀는 문득 무위한 자연 속에 동화되고 싶어 그를 쳐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