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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50)] 제5장 섹스와 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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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50)] 제5장 섹스와 道

(50)

“저어기 선생님, 노자는 무위한 자연으로 돌아가라 했는데 정말 그러고 싶어요.”
“무위한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다..........이 산의 초목이 무엇을 위해서 있을까?”

한성민은 산 아래를 굽어보며 대답 대신 자문(自問)하듯 반문했다. 그녀는 그의 말뜻을 얼른 알아듣지 못했다. 그녀 자신에게 물은 것인지 감이 잡히지를 않아서 우물쭈물하다가 잠자코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이 초목들은 무엇을 위해서 이 산을 푸르게 장식하고 있지 않아요. 그냥 여기 있으므로 자연히 산을 아름답게 하고 있지요. 그리고 우리들에게 좋은 공기 좋은 물을 주고.......그리고 저 하늘의 태양을 보아요. 누구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저기 있으므로 빛을 주고 따뜻함으로 만물을 길러주는 것이오.”

“그러고 보니 정말 그러네요?”

“무위란 바로 이 초목과 태양과 같은 것이오. 바라는 바 없이 베푸는 것.......그래서 자연으로 돌아가라 하였는데, 이 산중 같은 자연 속에서 살라는 뜻이 아니라 무위한 자연처럼 덕을 베푸는 삶을 살라는 뜻이오.”

“아, 그렇군요! 저는 그런 뜻인지 몰랐어요! 자연 속에서 원시적인 삶을 사는 말인 줄 알았는걸요.”
최서영은 말은 그리해도 얼굴이 화끈했다. 그릇된 견해를 옳다고 단정한 그간의 무지가 부끄러웠다.

“그렇지가 않아요. 자연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원시적인 삶을 산다 해도 무위의 마음이 없이 욕망을 버리지 않으면 세속의 삶이나 다름이 없지요. 제 이익을 위해 생명을 죽이고, 더 많은 것을 가지려고 서로 싸운 원시인들이 어찌 무위하다 할 수 있겠소?”

“하긴 그러네요. 더 많은 것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그때부터 시작되었군요.”

“그렇소.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욕망이었소.”

“그럼 무위자연의 의미가 원시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뜻이 아니겠네요? 다들 그렇게 해석하는 걸요?”

“글쎄 사람마다 생각이야 달리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나의 견해는 다릅니다. 어디에 있건 타인의 이익을 넘보지 않고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 정의해요. 이익을 탐하지 않으면서 공직자는 공작자답게, 군인은 군인답게, 사업가는 사업가답게 몸이 처한 곳에서 진심을 다하다보면 저절로 타인이 덕을 입으니 무위자연의 도가 실은 생활 속에 다 있어요.”

“그럼 무정부주의자들은 무위자연을 잘못 해석한 것이군요?”

“그렇소! 노자는 천지의 도를 본받아서 사람이 할 바를 다하란 뜻에서 그리 말한 것이오. 가령 공직자가 자기 위치에서 진심으로 할 바를 다하면 그 자신이 국민을 위하는 마음이 없다 하더라도 자연히 그 덕이 국민들에게 가는 것이니 무위자연이오.”

“오히려 자기 삶을 적극적으로 사는 것이라 할 수 있겠네요? 마치 한 그루 나무가 기를 쓰고 햇빛과 물을 찾아 가지와 뿌리를 뻗어서 생명을 유지해야 좋은 공기와 물, 그리고 여기 이 소나무가 그늘을 드리워서 우리를 무위하게 돕듯이 말이에요.”

“잘 말했소. 하지만 이익을 탐하지 않는 전제가 있지요.”

“그러고 보니 세상 사람들은 무위자연의 도를 행하지 않는 것 같아요. 남의 것 빼앗고, 술수부리고, 짓밟고.........아, 그리 생각하니 세상이 무서워요!”

최서영이 말하다 말고 제 이익에 눈을 날카롭게 번뜩이는 사람들이 떠올라 몸서리가 쳐졌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무위의 도를 실천하고자 말없이 노력하는 그가 곁에 있어 든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