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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52)] 제5장 섹스와 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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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52)] 제5장 섹스와 道

(52)

“자, 여기 찬란한 숲을 보세요. 땅이 이 나무와 풀을 태어나게 하고 길러주지만 소유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랑한다는 자취마저 나타내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토록 자연을 아름답게 해줍니다. 마찬가지로 진심으로 사람을 사랑하고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은 이익을 탐하지 않으면서 사랑하는 국민, 혹은 사랑하는 누구누구 하거나, 이웃 혹은 국민, 혹은 나라를 위한다는 말을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취마저 남기지 않습니다. 위선자들이 그리하지요.”
한성민은 속에 담은 생각을 처음으로 토로했다. 그녀는 그의 말에 공감하며 연신 머리를 끄덕였다. 오래도록 누군가로부터 듣고 싶었던 말이어서 속이 다 후련했다. 하지만 정말 무위의 도를 실천하기란 성인이 아닌 다음에야 쉽지 않을 것 같고, 여전히 위선자들이 선민(鮮民.가난하고 고독한 사람)을 현혹해 착취하거나 종처럼 부릴 것 같아서 속으로 한숨이 절로 나왔다.

“다 옳으신 말씀이세요.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미래에도 사악한 중생이 이 세상을 지배할 텐데 어쩌지요?”

“비록 천지의 도가 무위하다 하나, 때가 되면 그들은 멸하게 될 것이오. 세상을 다스리는 분께서 천문(天門)을 열어 만물을 태어나게 하여 길러주지만, 때가 되면 천문을 닫아 그들을 멸하겠지요.”

한성민은 석굴에서 일러주던 노인의 말이 문득 생각났다. 때가 이르렀으니 사악한자 그 육신이 불구덩이에 타서 없어질 것이며 그 영은 거두어 가리라 하였던 그 말이 이 시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가 격암유록의 예언까지 떠올랐다.

“천문이 서서히 열리면 봄이 되어 만물이 태어나고, 활짝 열리는 여름에 자라지만, 천문이 서서히 닫히면서 가을이 돼 시들고, 천문이 닫히는 겨울에 뭇 생명이 죽듯이, 그들이 멸해질 날도 그리 멀지 않은 것 같소. 지금은 아마도 겨울 문턱에 들어선 깊은 가을쯤이나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만, 그때가 되면 지진이 일어나고 폭풍이 몰아치고 괴질이 퍼지는 등 재앙이 일어나 그런 무리들은 하나도 살아남지 못하겠지요.”

“어머, 종말을 말씀하시는 거예요?” 정말 그런 일이 있을까요?”
서영은 놀라움에 반문했다. 시대가 뒤숭숭하면 어김없이 등장해서 종말 운운하며 재산과 생명을 빼앗아서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은 사이비 종교인들이 생각나 끔직했다. 그런데 그가 갑자기 그들과 유사한 말을 왜 하는지 의구심에 고개를 갸웃했다.

“天長地久(천장지구)”

하늘은 영원하고 땅은 오래지 않다.

라는 말이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