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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금융공사 신설 '반대' 왜 나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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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금융공사 신설 '반대' 왜 나오나

[글로벌이코노믹=김종일전문기자] 선박금융공사의 신설과 본사 설치의 특정지역 안배가 부적절하다고 선박금융 전문가들이 취임도 하지 않은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사항에 대해 정면으로 반대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특히 선박금융을 국제경쟁력 갖춰 효과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준비와 전략이 필요한데도 정치적으로 결정해서는 성공하기 어렵다면서 백지상태에서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국내 선박거래 및 금융 언제 나왔나=선박금융이란 용어가 국내에 처음 선보인 것은 2006년 경으로 ‘선박거래연구회’가 모체가 된다.

모체의 근원은 당시 해양수산부 국장이었던 전병조씨가 이스탄불에서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메모’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 영국에 나가 있는 조승환 공사과 일부 교수 및 박사들이 모여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차세대 동력산업으로 국제선박거래소 설립의 필요성과 선박금융산업 육성이 절실하다는 데 뜻을 같이 한다.

이들의 구심점이 된 ‘선박거래연구회’가 구체적으로 세미나와 토론회 등을 개최하기에 이른다.

정치권에서는 안병률 당시 한나라당 국회의원 등이 나섰다. 이어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대통령 공약으로 채택되었다.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부산시가 서둘러 연구 용역을 발주했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부산시 문현금융단지 내에 선박금융공사를 설치하자는 의견이 모아지기 시작했다.

◇지역문제로 전락한 선박거래와 금융=2006년 당시 처음 선박거래와 금융이라는 두 마리 토끼잡기와 관련하여 전문가들은 “선박거래가 부산지역만의 문제가 아닌 국가적 차원에서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부산국제선박거래소 설립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고, 국내 언론들 또한 대대적으로 동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2008년 경 해양수산부가 존폐 위기에 처함과 동시에 부산시가 개입하면서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하여 당시 국제선박거래소 설립에 참여했던 최모씨는 “국토해양부가 나서서 할 일을 지방자치단체인 부산시가 나서면서부터 규모가 작아짐과 동시에 지역 현안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최모씨는 이어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가 일을 추진했더라면 지금쯤 서울이나 인천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굳이 금융기반시설이 취약한 지역에서 출범시킬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선박금융 클러스터로 시너지효과 발휘=국내 선박금융관련 기관과 유관업체의 95%가량이 서울에 있는 상황임을 감안 한다면,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선박금융공사 설치에 따르는 기회비용, 효율성, 접근성 등이 상호 연계되어야 한다는 논리가 설득력 있어 보인다.

부산이라는 특정지역보다 서울이 국제경쟁력과 부가가치가 훨씬 높다는 의미와도 일맥상통한다.

이와 관련, A금융회사 관계자가 “금융의 경우는 지방 분권화와 무관하며 금융클러스트 효과가 동반될 수 있을 때 시너지 효과가 크다”고 강조한 대목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B금융회사 간부도 A금융회사 전문가와 의견을 같이하면서 “현재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서 선박금융을 취급하고 있다”며 “굳이 또 만들 필요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선박금융공사는 글로벌시장 공략해야=금융은 국가, 사상, 남녀노소 등을 불문하는 특징이 있다.

서울 모대학의 C교수는 “굳이 정부가 선박금융공사를 만든다면 국내용이 아닌 국내외용 선박금융공사로 전환해야 타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에서 선박금융 딜러로 활동하고 있는 D씨도 “특정 지역으로 국한해서 선박금융이 작동할 경우 자칫 정치성이 짙은 국내용 선박제조사들만 투자대상으로 한정될 것”이라며 “이럴 경우 특혜시비를 부를 뿐만 아니라 종국에는 국민 혈세만 낭비하게 될 것”이라며 국제화를 주문하고 있다.

그의 주장은 선박금융 모국인 서유럽의 선박금융시스템이 몰락한 가운데 한국이 아시아 최고의 선박금융 간선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국제화를 하지 않을 경우 다른 한편으로 위험을 고스란히 국민이 덮어 쓸 것이라는 경고의 메시지로 받아들여진다.

◇금융은 정치의 흥정대상 아닌 생물=앞서 거론된 복수의 관계자들이 한결같이 “선박금융공사 설립보다 더 시급한 과제는 투자대상의 모색에 있다”며 “향후 10년간 수익모델이 될 투자대상이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지적하는 이유에 대한 속내를 들여다보면, 선박금융을 지역단위로 안배하려는 정치적 의도에 경계심을 나타낸 것이라고 판단된다.

복수의 전문가들은 박근혜 당선인이 지난해 11월 9일 조선업계 5대를 공약한 의도까지는 좋으나 이를 국제적으로 크게 확산시킬 전략이 뒷받침되어야하는데도 전략이 부재한 가운데 부산이라는 특정지역으로 국한시켰다는 점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선박금융의 중심 국가로는 싱가포르와 홍콩을 들 수 있으며 이들 국가들의 특징은 선박금융을 국내에 국한하지 않고 국제화 시켰다는 데서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과 차별성을 두고 있다.

아무튼 국제화를 주장하는 선박금융 전문가들의 주장이 타당한지 아니면 박근혜 당선인이 “불황에도 선박금융을 지원하고 신용도가 낮은 중소형 선사에도 선박금융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대목이 바른지는 두고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