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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대의 약밥상(26)]생로병사의 비밀 풀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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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대의 약밥상(26)]생로병사의 비밀 풀릴까

[글로벌이코노믹=정경대 한국의명학회장] 사실 생로병사란 말은 의학에서 쓰는 용어가 아니다.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고통스러운 이 네 가지 의혹을 풀기 위해 불교에서 처음으로 사용한 화두다. 2600년이나 지나간 그 옛날 붓다가 이 네 가지 의혹을 풀기 위해 왕좌까지 버리고 출가를 결심한데서 비롯된 용어인 것이다. 따라서 KBS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이 대단히 심오한 뜻을 품은 이 용어를 빌어다 쓴 것이라 할 수 있다.

붓다가 생로병사에 화두를 두게 된 데에는 네 가지 동기가 있었다. 어느 날 하인을 데리고 성문 밖으로 나갔을 때였다. 얼굴은 번데기 등짝처럼 쪼글쪼글하고 살가죽이 메말라 마른 장작처럼 뼈만 앙상한 늙은이가 꼬부라진 허리로 겨우겨우 걷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다음 날 또 성문을 나가 이번에는 어린아이 소년 젊은이 늙은이 할 것 없이 병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을 보았으며, 마지막 날에는 성 밖 강가로 향하는 거리에서 상여 위에 뻣뻣이 누운 시신을 보았다.
이후로 붓다는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사람은 왜 태어나야 하고, 태어나면 왜 늙어야 하고, 또 병들어야 하며, 기어코 죽어야 하는가? 하고 깊은 의혹에 빠져들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그 의혹을 풀기 위해 왕좌까지 버리고는 왕궁을 떠나 깊은 산중에서 죽음 직전까지 가는 고행을 6년이나 계속했다. 그 결과 깨달았다. 태어나는 원인은 무엇 때문이고, 태어나면 무엇 때문에 늙고 병들어야 하며 무엇 때문에 반드시 죽는다는 사실을 확연히 깨달았던 것이다. 그것은 사람의 몸은 흙(土) 물(水) 물(火) 숨 쉬는 기(氣‧에너지)란 네 가지 물질의 집합체이며, 물질은 반드시 사라진다는 어찌 보면 매우 단순한 이치였다. 그러나 붓다의 깨달음은 그런 단순한 논리를 초월한다. 저 높은 곳에서의 영원한 삶과 그러기 위한 방편까지 깨닫고 평생을 가르쳤던 것이다. 그 가르침이 바로 불경이다.

여하간 생로병사란 말은 붓다의 고뇌로부터 시작되었다. 오늘날 수도승들의 이상도 이 네 가지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다. 그리고 붓다가 가르친 방편은 실로 깊은 철리(哲理)를 요구한다. 본 저서 집필의 의도와는 사뭇 다른 것이다. 따라서 여기서는 철학의 깊음을 배제하고 물질의 원소인 육신의 늙음과 병듦과 죽음의 원인을 논한다. 특히 병듦의 원인을 밝히고 그 대책을 제시하는 저서이기에 지극히 사실적이고 현실적이어야 한다. 우리의 생존이 걸린 중차대한 문제이니 말이다.

그러면 이제부터 화두로 삼았던 비밀을 풀어보자. 사실 알고 보면 굳이 비밀이랄 것도 없지만 우리의 생명과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절대 권력자이기도 하므로 확신해두는 것이 좋겠다. 앞에서도 잠간 언급했고 칼럼에서도 수시로 게재하는 내용이라 새삼스럽지도 않은 내용이다. 하지만 자세하게 앎으로써 천지자연에 겸허할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을 객관적 시선으로 관찰할 수 있어서 병을 방어할 수 있고 늙음을 더디게도 할 수 있다. 더 나아가서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태연히 맞이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