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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62)] 제5장 섹스와 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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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62)] 제5장 섹스와 道

(62)

최서영이 경험한 적이 있었던지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의문이 가득한 눈망울을 초롱초롱 빛내며 말했다. 최철민은 귀룰 쫑긋이 세워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녀의 질문이 아무래도 자신의 성질을 대변해주는 것 같아서 그가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해서였다.
“사람의 본성은 도와 같아서 지극히 고요하고 그윽함이 본질입니다. 하지만 고요함은 반드시 요동하기 마련이지요. 특히 욕망의 마음이 그러합니다. 그런 마음은 업이 이끌어낸 것이므로 의지를 꺾어 눌러 기어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하게 합니다. 그래서 해를 입지요. 그렇다고 그런 마음이 도가 아닌 것도 아닙니다. 도를 덮어 누른 허상이어서 해를 입히는 것입니다.”
“형님,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세요. 형님의 말씀은 뭐랄까 너무 철학적이어서 솔직히 이해가 쉽지 않습니다. 어려워요. 누님은 어때요? 어렵지 않으세요?”
최철민은 본래 머리를 쓰기보다는 몸을 단련시키기만 좋아해서 깊이 있는 말은 싫어하는 성미였다. 그런 성미를 누구보다 두 사람은 잘 알고 있는 터라 무식하다는 핀잔을 듣는다 해도 별 부끄러울 게 없어서 터놓고 말했다. 그러나 공부를 좋아하는 서영은 충분히 이해할 것이라 믿었다. 그런 줄 알면서도 어렵지 않느냐고 물은 것은 좀 멋쩍은 기분을 회석시킬 요량이었는데, 서영은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여 응답했다.
“하긴 자네는 운동을 즐기는 사람이니........하지만 자네가 도를 생각한다면 이제부터라도 노력했으면 한다.”
“예, 예, 형님! 열심히 해보렵니다. 가르쳐만 주십시오!”
최철민은 그답지 않게 곰살가운 목소리로 여러 번 고개를 끄덕여 큰소리로 대답했다. 그 모양을 흐뭇한 미소로 잠깐 바라본 그는 짐짓 정색을 하여 무겁게 입을 열었다.
“바다를 도라고 가정을 하자. 그런데 바다에서 수증기가 일어나지 않느냐. 그럼 수증기가 바다이냐 바다가 아니냐? 그리고 바다는 수증기로 다 없어질 수 있으니 바다가 수증기냐 수증기가 아니냐?”
“그야........?”
최철민이 급히 대답하려다 말고 말꼬리를 흐리고는 아까와는 달리 시무룩했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무래도 최철민이 이해하기 쉽도록 말해주기 위해서는 들었던 비유를 자세하게 설명해주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지루하더라도 끝까지 집중해서 듣기 바란다 하고는 설명하기 시작했다.
“바다는 수증기가 아니면서도 수증기이고, 수증기는 바다가 아니면서도 바다다. 무슨 말이냐 하면, 바다는 수증기의 습성이 있으므로 수증기라 할 수 있는데, 그렇다고 수증기라고 말할 수도 없고, 수증기는 구름이 되고 이슬이 되고 강물이 돼서 흘러들어가 다시 바다가 되므로, 바다가 아니면서도 바다인 것이다.”
“그 참, 어렵네요? 이것도 아니면서 이것이고, 저것도 아니면서 저것이니..........차~아~암, 나!”
최철민이 이해하기 어려웠던지 자신의 무지를 탄식으로 토해냈다.
“사람의 마음도 바다와 같다. 본성인 도에서 마음이 일어나지만 그 마음은 도로부터 나왔으므로 도가 아니면서도 도인 것이다.........무슨 비유를 들까? 그렇지! 나비는 무엇으로부터 생겨나는가?”
“그야 애벌레로부터 저절로 생겨나지요.”
최철민이 얼른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