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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63)] 제5장 섹스와 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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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63)] 제5장 섹스와 道

(63)

“그렇지! 그럼 애벌레가 나비인가 나비가 애벌레인가?”
“예에? 그 차~암! 또 어렵네?”

“애벌레는 나비가 아니면서도 나비이고 나비는 애벌레가 아니면서도 애벌레이지. 즉 나비는 애벌레가 변화해서 태어났으므로 애벌레의 성질이 그 몸에 다 들어있지 않은가. 그리고 여기 녹차 잔은 무엇인가? 육안으로 보기에는 그릇이지만 그 성분은 무엇인가? 바로 흙이 아닌가? 변화했다고 해서 자체 본성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닌 것이다.”

“맞아요! 생활도구고 뭐고 다 변화한 것들이에요. 그릇은 흙이고 숟가락은 쇠이고 쇠는 부숴 가루내면 역시 흙이 되네요!?”

서영이 그제야 확실하게 알아들었는지 손바닥을 마주치며 아는 체했다.

“그렇지요. 마음 역시 그렇습니다. 그래서 노자가 이렇게 말했지요.”

“致虛極守靜篤(치허극수정독) 萬物竝作吾以觀其復(만물병작오이관기부)
지극한 허에 들어 고요함을 두텁게 지키면 만물이 한꺼번에 나타나는데 그것을 거듭해서 관찰해보니,

“夫物芸芸各歸其根(부물운운각귀기근) 歸根曰靜(귀근왈정)

만물이 무럭무럭 자라서 각기 근본으로 돌아가더라. 근본으로 돌아감을 고요함이라 하고,

靜曰復命(정왈부명) 夫命曰常(부명왈상)

고요함은 또 (영원한) 목숨이라 하며, 목숨은 불멸하는 것이더라.

知常曰明(지상왈명) 不知常妄作凶(부지상망작흉)

(마음이) 항상 본성에 머물러있음을 알면 밝음이요, 알지 못하면 망령되어 흉해진다.”

하고 말이오.

“이 말은 마음이 몸 밖을 벗어나 천하를 주유하면서 온갖 욕망을 일으킨다 해도 항상 되돌아와 본성에 고요히 머물기 마련이지요. 그러니까 삿된 마음 중에도 도는 있는 것이오. 수증기가 구름이 되고 비와 이슬이 되고 옹달샘이 되고 계곡물이 되고 컵 물이 되고 시궁창의 물이 되고 오줌똥물이 되는 등 천변만화하지만 결국 바다로 들어가듯이 말이오.”

“네 그래서 만물이 근본으로 돌아가듯, 마음이 본성으로 돌아가면 고요해진다했군요.”

최서영이 또 아는 체했다.

“그렇소. 그러나 발광하는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면 그 마음이 어디로 가겠어요? 수증기가 똥오줌이 되듯이 나를 잡아끌고 돌이킬 수 없는 시궁창을 찾아가 기어코 해를 입히게 되지요. 그래서 망령되어 흉하다 한 것입니다.”

“사람은 결국 망령된 마음 때문에 화를 입는 것이군요!”

“그렇소, 그릇된 업은 불쏘시개와 같고, 욕망은 활활 타오르는 불꽃이며, 그 마음은 더러운 시궁창으로 끌고 가는 수레와 같아요. 그러므로 욕망의 문을 닫아걸고, 본성인 도의 문을 항상 열어놓아야 합니다. 그러면 별처럼 태양처럼 무위의 빛이 발하여 나를 밝히고 세상을 밝히니 얼마나 좋겠소?”

말을 마친 그는 잠자코 있는 최철민의 말을 들으려고 이윽히 바라보았다.

“형님, 의지로 욕망의 문을 닫을 수 없다면요?”

최철민은 그의 말이 제 속내와 달라서 망설이다가 마지못해 건성으로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