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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하, 영화 '타워'에서 건진 블랙스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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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하, 영화 '타워'에서 건진 블랙스완

[글로벌이코노믹=온라인뉴스팀] 설경구(45) 손예진(31) 김상경(41)의 재난 휴먼 블록버스터 ‘타워’(감독 김지훈)는 지난해 12월25일 개봉해 29일까지 한 달여 동안 516만명을 모았다.

재난물의 특성상 크고 작은 사건들이 숨가쁘게 전개되고, 수많은 인간군상이 드러난다. 여주인공인 손예진의 ‘윤희’조차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한다. 그런데 작지만 영롱한 존재감을 과시한 샛별이 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108층 타워스카이 프런트 직원이자 푸드 몰의 사고뭉치 요리사 ‘인건’(김성오)의 여자친구인 ‘인정’을 열연한 이주하(26)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초고층 전망 엘리베이터에서 함박눈이 내리는 아름다운 야경을 배경으로 인건으로부터 로맨틱한 프러포즈를 받으며 꿈같은 시간을 만끽한다. 그러나 건물에 화재가 발발하면서 악몽으로 치닫는다. 엘리베이터에 고립되고 구사일생으로 빠져나온 뒤에는 불, 폭렬, 수난, 추락 등에 직면한다.

이주하는 점점 거세지는 고난과 위기를 이겨내는 가냘프지만 당찬 인정의 모습을 훌륭히 표현해내며 주목 받았다. 돋보이는 캐릭터다 보니 스타급 배우에 업혀 들어온 ‘낙하산’이 아닐까 생각하기 쉽다.

“오디션을 봤어요. 제가 평소 시나리오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우연한 기회에 ‘타워’의 시나리오를 손에 쥐게 된거죠. 그런데 왠지 ‘인정’에 끌리더라구요. 그래서 응시했어요. 오디션에 갈 때까지만 해도 떨리고 긴장됐는데 막상 하니까 편했고, 잘됐어요. 그래서 조금 기대를 했는데 실제로 합격까지 했네요.”

등장했다가 얼마 안 돼 죽는 설정이라고 해도 대만족일 정도로 잊지 못할 촬영이었다. “평소 존경하던 선배님들이 다 계신 거에요. 제가 연기를 계속해도 좀처럼 만날 수 없는 최고 배우들이었어요. 그것도 신인 때 감히 부대끼면서 연기를 한다니…. 물론 위험한 경우도 많았고 육체적으로 힘들기도 했죠. 그런데도 촬영장에 늘 가고 싶었답니다. 선배님들이 연기하는 것을 모니터를 통해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어요. 그만한 연기 수업이 어디있겠어요.”

특히 손예진은 이주하에게 절대적인 존재였다. “손예진 선배님은 원래부터 제가 좋아하고 존경했던 선배님이에요. 함께 촬영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뻤는데 함께하니 더욱 행복했어요. 현장에서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서, 후배인 저를 챙겨주시는 것을 경험하면서 느꼈습니다 .‘아, 이래서 선배는 여배우로서 인정을 받고 있구나’라고요.”
남자친구로 공연한 김성오(35)에 대한 칭송도 끝이 없다. “촬영할 때 오빠가 팁을 많이 주셨어요 만일 극중에서 제가 혼자 다니는 역할이었으면 제 부족함이 많이 드러났을 거에요. 하지만 오빠와 붙는 신이 많아서 다행이었어요. 오빠는 실제 재난상황에서 여자친구를 챙겨주듯 저를 돌봐주셨고, 저도 남자친구에게 의지하듯이 오빠에게 기댔답니다.”

프러포즈신은 영화에서는 아름다운 야경 속에서 펼쳐졌지만 실제로는 그린 스크린 앞에서 이뤄졌다. “눈 앞에는 녹색 벽 뿐이었죠. 그래서 저는 성오 오빠를 진짜 사랑하기로 했어요. 예전에 남자친구와 헤어지는 연기를 한 적이 있는데 몰입이 안 돼서 부모님이 돌아가신 것으로 대체하면서 해봤어요. 당연히 펑펑 눈물은 나오는데 아차, 놓치는 것이 있더군요. 그런 점을 관객들도 느끼신다면 몰입도가 떨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오빠를 진짜 사랑하고, 그런 오빠로부터 프러포즈를 받는 것으로 여기기로 했어요.”

아무리 연기라도 사랑을 하려면 뭔가 끌리는 것이 있어야 했을 것이다. 김성오의 어떤 점에서 매력을 느끼려고 했을까. “성오 오빠를 액션 ‘아저씨’를 볼 때 처음 봤어요. 정말 섬뜩했죠. 다행히 SBS TV 드라마 ‘시크릿가든’이 있었어요. 그때 정말 귀여웠잖아요. 그만큼 오빠가 연기를 잘한다는 거에요. 저는 ‘시크릿가든’의 ‘김 비서’의 매력을 찾으려고 했죠.”

대중에게 처음 인사하는 영화인데 예쁘고 깔끔한 모습은 잠깐, 연기와 물로 더러워진 얼굴과 남루한 옷차림, 망가진 헤어스타일 일색이었다. 아쉽지는 않았나.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두 벌 정도 입었을 거에요. 옷이 찢어질 때를 대비해 같은 옷을 여분으로 갖고 있었을 뿐이죠. 더러워진 옷을 입고, 또 입고요. 물론 처음에는 당연히 예쁜 새 옷을 입고 싶었죠. 그러나 몰입해가다 보니 리얼리티가 더 중요해지더군요. 그때부터는 제 외모보다 상황을 좀 더 진짜처럼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에 고심했죠. 철이 든 건가요?”

이주하는 도지원(47), 박소현(42)의 뒤를 잇는 발레리나 출신 연기자다. 한양대 무용과를 졸업한 이주하는 연기가 좋아서 무용을 그만둔 경우다. 아깝지 않을까. “연기에 대한 욕심, 열정이 커서 아쉬움은 없어요”라고 잘라 말한다.

“중학교 때부터 연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러나 부모님이 반대를 하셨죠.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발레를 했으니 대학 마칠 때까지 했으면 한다고 하셨죠. 물론 부모님은 그러다 보면 연기의 꿈을 접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셨을 수도 있죠. 하지만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꿈은 변하지 않았고,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됐어요. 지금은 부모님이 제 가장 열렬한 팬이죠. 이번에 ‘타워’를 보며 아주 기뻐하셨어요. 더욱 열심히 해서 진짜 기쁘게 해드려야겠다는 다짐을 했답니다.”

오랫동안 쌓은 발레 실력은 경쟁력이다. “발레는 말 없이 온 몸으로 감정을 표현하죠. 그런 경험과 노하우가 연기에도 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발레 연기야 대역 없이 할 수도 있죠. ‘블랙스완’ 한국판이 만들어진다면 저를 가장 먼저 찾으셔야 할 거에요. 참, 저는 부전공으로 한국무용도 했답니다. 호호호.”

데뷔작인 ‘타워’가 히트한 뒤 “오래 전 연락이 끊겼던 친구들의 전화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이 말은 어려서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다는 얘기일 터, 성형에서 자유롭다는 뜻인가? “성형을 하지 않았다”고 자신있게 고백했다. “연기를 잘하면 예뻐 보인다고 생각해요. 성형을 해서가 아니라 연기 잘해서 예쁘다, 매력있다는 말을 듣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키 167㎝ 몸무게 46㎏의 균형잡힌 몸매다. 문득 B-W-H 사이즈가 궁금해졌다. 이주하는 “따로 재보지는 않았지만 허리는 가늘고, 흔히 발레를 했다고 하면 가슴이 빈약하지 않느냐고 오해할 수 있는데 저는 있는 편이에요. 다들 몸매 좋다고 하죠”라고 당당히 답한다.

이주하는 손예진과 박시연(34)을 닮고 싶다. “손예진 선배님은 웃는 모습이 참 예뻐요. 애절한 멜로에 정말 잘 어울리죠. 박시연 선배님은 몽환적인 섹시함을 갖고 있어요. 저는 그런 두 분의 장점, 강점을 다 갖고 싶어요. 가슴 저미는 사랑부터 가슴 떨리는 욕정까지 다 표현하고 싶어요.”

10여년 만에 원하던 길을 걷게 됐지만 나이도 어느 정도 들었다. 얼굴이 동안인 것이 다행스럽긴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더 멀다. 대작에 출연했다고 해도 백사장의 모래처럼 무수히 많은 신인 중 한 사람이다. 불안하지는 않을까.

“백배, 천배 더 열심히 해야겠죠. 그렇게도 하고 싶던 연기자가 됐으니까요. 더욱 노력하고 계속 발전한다면 한 분이라도 더 저를 선택해주실 거라 믿어요. ‘타워’에서 감독님이 말씀하시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용기와 의지가 모든 고난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었죠. 그런 마음으로 연기하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