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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이 더 큰 '오토바이 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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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이 더 큰 '오토바이 보험'

잦은 사고로 보험가입 못해...사고나면 3~4년 번 돈 날아가

[글로벌이코노믹=차완용 기자] #1. 서울 중구에서 유명 프랜차이즈 P브랜드 피자집을 운영하던 김영선(가명)씨는 3년간 해오던 가게 문을 최근 닫았다.

매출은 하루 평균 150만원선으로 어느 정도 지역에서 자리 잡은 가게였지만 배달 사고가 원인이었다. 업무특성상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오토바이 배달이 필수지만 사고 관리가 문제였다.
잦은 접촉사고 때문에 오토바이 종합보험에 가입하고 싶어도 보험사들이 거절했고 결국 피해보상을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

#2. 서울 서대문구에서 B브랜드 치킨집을 2년 넘게 운영하고 있는 임영달(가명)씨는 매년 3월이 되면 한숨부터 나온다.

3월에 가게에서 운영하고 있는 오토바이 3대에 보험을 갱신해야 하기 때문이다. 임씨는 오토바이 150만원이 넘는 종합보험대신 책임보험만 가입하고 있지만 대당 70만~80만원에 이르는 보험금은 가게 연매출의 두달치 수익금이다.

임씨는 “만약에 큰 사고가 났을 경우에는 책임보험 가지고는 해결이 안 되기 때문에 저희 같은 경우는 큰 사고가 날 경우에는 주변에서도 봤지만 아마 가게 문을 닫아야 한다”며 “종합보험은 들고 싶어도 1년 수익의 반을 보험금으로 지급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고 말했다.

◇ 보험금에 두 번 죽는 생계형 배달 산업

이처럼 배달업을 주로 하는 생계형 영세 자영업자들한테 너무 과다하게 책정된 보험금.
배달용 오토바이의 보험은 음식점 업주가 가입해야 하는데 책임보험만 가입해도 1대에 80만원정도가 든다. 오토바이 3대면 200만원이 훌쩍 넘는다.

배달원이 다쳤을 경우를 고려해 자기차량보험까지 들면 액수는 더 올라간다.

그렇지 않아도 경기둔화에 비슷한 가게가 많이 생겨서 장사가 안 된다고 울상인데 부담이 되다 보니까 가입을 미루고 있는 것이다.

실제 한 도시락 배달전문점에서 최근 가입한 보험료를 봤더니 스쿠터를 전연령 특약에 비유상 배달용 목적으로 책임 한정했는데도 89만원이나 됐다.

이 전문점에만 6대의 오토바이가 있었으니까 매년 고정비용이 그만큼 늘게 됐으니까 부담된다고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토바이 보험료가 왜 이리 높은 걸까.사고율이 높아 기본적으로 보험료가 높게 책정된 데다, 사고가 날 경우 또다시 보험료가 크게 뛰기 때문이다.

문제는 과도한 보험금액만이 아니다. 많은 보험금을 지급해서라도 종합보험에 가입하려는 업주들 중에는 상당수는 보험회사로부터 거절당하기 일쑤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배달형 오토바이 보험의 보험금이 과다하게 책정되고, 종합보험 승인 거절은 자주 발생하지만 이는 구조적 문제”라며 “보험회사 적정손해율 72%수준인데 이륜차는 100% 넘기 때문에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책임보험은 정부에서 정한 의무가입사항으로 손해가 나도 어쩔 수 없이 가입승인이 이뤄지지만, 오토바이 종합보험은 의무사항이 아니다”며 “이렇다 보니 손해가 나는 오토바이 종합보험을 기피하는 것이 업계의 현실이다”고 설명했다.

◇ 사고 한 번에 3~4년 번 돈 '증발'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그 피해는 직접 현장에서 뛰는 배달업 업주와 직원들에게 돌아간다.

서울 서대문의 한 전문계 고교를 막 졸업한 정 모군(20)은 올해 1월부터 오후 2시부터 새벽 2시까지 치킨집 배달을 하고 있다. 정 군은 얼마 전 중앙선을 침범해 운행하다 택시와 충돌해 다리를 다쳤다. 하지만 업주가 배달오토바이에 보험을 들지 않아 병원비를 고스란히 정 군이 물어야 했다. 더욱이 오토바이 수리비용까지 월급에서 깎겠다는 업주의 말에 정 군은 월급을 얼마나 받을지 걱정부터 앞선다.

또 인근에서 피자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김 모씨는 “사업 초기에는 배달 아르바이트생을 위해 보험을 들었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사고가 발생하다보니 보험비가 너무 오르고 종합보험은 가입할 수 있는 곳이 없다”며 “이제는 보험에 가입안하고 내가 직접 오토바이를 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장사가 아무리 잘되면 뭐하냐. 사고 한 번 나면 3~4년 번거 한번에 날라가는데”라며 “아무리 힘들어도 열심히 하면 장사는 할 수 있다. 하지만 오토바이 사고는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어쩔 수 없이 망하게 돼있다"고 한탄했다.

이처럼 잘못된 정부의 배달 오토바이 보험 정책과 눈앞에 이익에만 치중한 국내 손해보험사들의 횡포로 인해 큰 오토바이사고 발생 시 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의 배달 산업이 만들어 진 셈이다.

대부분의 배달업에 종사하고 있는 생계형 자영업자들은 “오토바이 보험 때문에 배달업을 접어야겠다”고 입을 모은다.

사고로부터 대비하기 위해 만들어진 보험. 하지만 이 보험의 정책 미비와 보험사의 이윤추구로 대다수의 배달업자들은 더욱 힘들어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