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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시설 폐쇄·경제지원 맞교환 요구…韓·美 거부로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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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시설 폐쇄·경제지원 맞교환 요구…韓·美 거부로 무산"

북한이 최근 몇년 동안 영변 핵시설 폐쇄와 경제적 지원을 맞교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미국과 한국 측의 거부로 성사되지 못했다고 미국의 핵문제 전문가가 밝혔다.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은 4일(현지시간)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FP)에 기고한 미국 핵전문가 조엘 위트의 글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비핵화문제를 담당하는 미 국무부 관리로 근무한 뒤 현재 뉴욕 콜럼비아 대학의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는 위트는 2일 FP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이 여러 차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영변 핵시설의 연료봉을 넘겨주는 대가로 보상을 요구했지만 오바마 행정부와 한국이 이를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위트는 영변 원자로의 운명이 자신이 참여한 미국 대표단과 북한과의 비공식 접촉의 주요 주제가 됐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여러 차례에 걸쳐 영변 핵시설을 방문한 바 있는 위트는 현재 영변 핵시설에는 8천 개의 핵연료봉이 있으며 이는 핵탄두 8개를 만들기에 충분한 양이라고 평가했다.

위트는 "2010년 11월 평양에서 진행된 비공식 접촉에서 북한 외무성 고위 관리가 영변 원자로 가동에 이용될 수 있는 수천 개의 핵연료봉을 폐기할 뜻이 있음을 분명히 했었다"며 "물론 북한은 그에 대한 보상을 요구했고 그 보상은 핵연료봉의 가치보다 더 큰 것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북한이 같은 제안을 2011년 3월 베를린, 같은 해 말 평양에서 있었던 접촉에서도 반복했다"며 "이같은 북한의 제안은 매번 백악관과 국무부, 국방부, 정보기관 등을 위한 브리핑 자료로 오바마 행정부에 보고됐다"고 전했다. 그는 영변 핵시설 폐쇄에 관심이 컸던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 정부도 이 제안을 알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위트는 그러나 미국 관리들이 영변 핵시설을 완전히 폐쇄할 수 있는 기회였던 북한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일부 미국 관리들은 영변 핵시설이 낡았고 그만한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듯하며 다른 관리들은 영변 원자로를 폐쇄하는 것보다 2010년 말 공개된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에 집중해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리들은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을 충실히 따르면서 북한이 개혁의지를 보이거나 악의적 행동을 중단할 의사를 보이지 않는 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고 그는 소개했다.

위트는 결국 이 과정에서 협상의 기회가 사라졌고 지난해 8월 싱가포르에서 북한과 비공식 접촉을 했을 때 북한 당국의 태도는 이미 바뀌어 있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