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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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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놀이

[토박이말 시조 105[

[글로벌이코노믹=김리박 기자]

꽃 놀 이


- 김리박

온 벚나무 피어도 모른 척 울 아버지

예순이 넘어서 이른 고개 보셔도

"어느 땐 그놈 벚꽃은 다 없애고 말게다” 하시다.

▲어느땐그놈벚꽃다없애고말게다.
▲"어느땐그놈벚꽃다없애고말게다."

* 울 아버지; 우리 아버지
* 사갈(蛇蝎蛇) : 독이 가진 뱀과 전갈

벚꽃에는 아무 죄가 없지만, 일제강점기 때 봄이면 활짝 핀 벚꽃을 바라보던 아버지는 일본인에게서 “조센진이 벚꽃을 볼 자격이 없다”고 뇌까리는 천대와 멸시로 온 몸과 맘을 맞았기에 그 뒤 벚꽃을 사갈처럼 싫어하고 따돌렸다. 일본 생활 34해를 하시다가 돌아가실 때까지 그 뜻은 바뀌지 않았다. 재일동포는 그런 속에서 죽도록 우리 한겨레를 자랑했고 우리 한국어와 거룩한 한글을 쓰고 지키고 다듬으면서 굳건히 그리고 맑고 곱게 살았고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