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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141)]제8장, 욕망의 본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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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141)]제8장, 욕망의 본색

“그것 참 어려운 말일세! 자네 말을 듣고는 깨우치기 어려운데, 소위 도란 것을 닦으면 이해할 수 있겠는가?”

“도를 닦는다는 말은 마음을 깨끗이 하고 텅 비우는 것입니다. 그러면 도의 본 모습인 황홀경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이렇게 닦고 닦으면 마음이 참되고 몸을 온전하게 오래 보전할 수 있습니다. 그리되면 하늘의 도가 땅에서도 이루어지는 것이라서 진정한 인류의 평화가 실현됩니다.”
“참으로 오묘한 말이군! 허나 세상인심이 어디 그런가? 아무튼 자네는 내 사위이고 사위는 자식이니 우리 두 늙은이를 위해서 많이 가르쳐주게. 자네 말을 듣고 보니 이리 무심하게 보내다가 죽을 게 아니라 도가 무언지나 알고 저 세상에 가고 싶어졌네.”

“말씀 명심하고 있겠습니다.”

한성민은 자신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감해주는 두 어른이 비로소 어버이처럼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진심으로 어버이라 여기고 아버지 어머니라 부를 수 있는 마음의 싹이 가슴에 오롯이 자리 잡았다.

부모를 일찍 여인 뒤로 부르지 못한 아버지 어머니라는 소리가 서먹해서 그동안은 쉽사리 입에서 떨어지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었다. 서영은 외동딸이어서 그런지 그런 자신을 섭섭해 하는 눈치였는데, 늦었지만 마음의 문이 열려서 기뻤다.

날씨가 잔뜩 찌푸렸다.

최철민은 가로등도 희미한 한적한 골목을 서성이고 있었다.
상당히 큰 빈 배낭을 짊어졌다. 그런데 노랗게 물들인 가발을 말갈기처럼 치렁치렁 늘어뜨렸다. 그리고 그 전처럼 모자를 깊숙이 눌러쓴 데다 마스크로 얼굴까지 가리고 있었다.

성벽처럼 높은 담장에 둘러싸인 한 집 근처를 어슬렁이던 그는 그 집 바로 건넌 편에 홀로 우뚝이 선 전봇대 뒤에 몸을 숨겼다.

그리고 바로 눈앞에 묵직한 철판으로 장막처럼 가리고 있는 차고까지 거리를 가늠해보았다. 사람과 차가 뒤섞여 다니는 외길 도로라 단걸음에 뛰어들 수 있어서 별로 마음 쓸 것도 없었다. 그래서 전봇대 바로 옆집으로 오르는 계단에 만취해서 정신을 못 차리는 사람처럼 비스듬히 드러누워 자는 척했다.

그러고 있은 지 30분쯤이나 지났을 때였다.

자동차 소리가 들려왔다.

최철민이 재빠르게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헤드라이트 불빛을 피해 전봇대 뒤에 모습을 숨기고는 달려오는 차를 노려보았다.

그 차는 검은색 지프였다. 잠깐 사이에 미끄러지듯 달려와 차고 앞에 정차했다. 그리고 즉시 묵직한 철판 문이 위에 것은 아래로, 아래 것은 위로 오르며 열리기 시작했다.

이때 최철민은 검은색 가죽장갑을 끼고는 먹이를 노리는 범처럼 몸을 움츠려 달려들 태세를 취했다.

이윽고 묵직한 차고 문이 활짝 열리고 이내 지프가 안으로 서서히 들어갔다. 그리고 문이 천천히 닫히기 시작했다.

그런데 반쯤이나 닫히는 순간이었다. 그때를 노리고 있던 최철민이 땅을 박차고 날아 오르는 독수리처럼 벌떡 몸을 일으키더니 단숨에 차고 안으로 뛰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