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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다중 채무자' 130만명 넘어…2년새 40만명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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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다중 채무자' 130만명 넘어…2년새 40만명 늘어

[글로벌이코노믹=온라인뉴스팀]은행과 제2금융권에 이어 대부업체까지 손을 벌리는 악성 다중채무자가 급증하고 있다.

2년 새 40만명 이상 늘어 130만명을 넘어섰고, 대출규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가계대출의 가장 취약한 부분이어서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 악성 다중채무자 2년새 42만명 늘었다

1일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대부업체를 이용한 다중채무자(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대출한 사람) 수는 2010년 6월말 87만7천명에서 지난해말 130만1천명으로 급증했다.

2년 6개월 새 42만4천명에 달하는 `악성 다중채무자'가 늘어난 셈이다.

통상 은행권의 가계대출 금리는 연 10% 미만, 저축은행, 캐피탈, 카드사 등 2금융권은 15~25%, 대부업체는 39%에 달한다. 대부업체까지 손을 벌렸다는 것은 신용도가 극히 낮고 대출 상환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악성 다중채무자는 2011년 3월말 105만7천명으로 100만명을 넘어서더니, 일년도 안 된 2011년말 121만5천명으로 120만명까지 돌파했다.

지난해말 130만명을 넘어섰으므로 한 해 10만~20만명이 늘어나는 무서운 속도다.
특히 이 가운데 96만2천명은 은행권 대출을 아예 받지 못하고 2금융권과 대부업체 대출만을 받아 악성 다중채무자 중에서도 더 취약한 대출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한은 조기경보팀의 박장호 과장은 "100만명에 육박하는 이들은 저축은행, 캐피탈, 대부업체 등 고금리 대출로만 대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악성 중의 악성 다중채무자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총 채무액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악성 다중채무자의 총 대출규모는 2010년 6월말 34조원에서 지난해말 57조4천억원으로 2년 6개월 새 두배 가까운 수준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1인당 대출액도 3천877만원에서 4천412만원으로 급증했다.

◇ `자영업 대란'이 다중채무자 급증 불렀다

한은은 악성 다중채무자의 급증 원인을 `자영업 대란'에서 찾았다.

베이비부머 은퇴 등으로 50대 이상 퇴직자가 창업전선에 대거 뛰어들면서 자영업 분야의 과잉 경쟁이 일어났고, 이들의 자금 수요가 다중채무자의 급증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영세 자영업자는 저신용자인 경우가 많고 다른 직종에 비해 소득 대비 부채규모가 커 은행권 대출이 쉽지 않은 탓에 2금융권이나 대부업체로 향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연령대별로 다중채무자의 가계대출액 비중을 살펴보면 50대 이상이 전체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비중 추이를 봐도 30대 이하는 2010년말 21.3%에서 지난해말 20.2%로 줄었지만, 50대 이상은 39.6%에서 42.1%로 높아졌다.

대부업체까지 손을 벌린 악성 다중채무자는 대출 상환을 제대로 못 해 채무 독촉에 시달리고 생계 파탄까지 이를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말 은행권 연체율은 1.15%에 불과하지만, 대부업체의 연체율은 지난해말 이미 9.4%까지 높아졌고,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15%에 달한다.

한은 박장호 과장은 "악성 다중채무자는 우리나라 가계대출자 중 가장 취약한 부분"이라며 "경기침체가 장기화한다면 파산 등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경기가 어려워질수록 저소득층이 받는 타격은 상위계층보다 훨씬 크다"며 "이자 경감이나 채무조정 등 다각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