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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은 相談所이자 相談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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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은 相談所이자 相談笑이다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11)]

부부 간의 갈등은 당연한 것…없는 것이 오히려 이상


갈등은 싸움이 아닌 더 좋은 관계로 가기 위한 원동력


▲16년째우울증으로힘들어하는엄마다이애나와그녀의가족이야기뮤지컬'넥스트투노멀'.가족간대화를통해화를풀지않고쌓아두면우울증으로변하게된다.
▲16년째우울증으로힘들어하는엄마다이애나와그녀의가족이야기뮤지컬'넥스트투노멀'.가족간대화를통해화를풀지않고쌓아두면우울증으로변하게된다.
[글로벌이코노믹=한성열 고려대 교수] 5월에는 유난히도 가정과 관련된 기념일들이 많다. 5일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8일은 ‘어버이날’, 그리고 21일은 ‘부부의 날’ 등이 줄을 잇는다. 11일 ‘입양의 날’과 20일 ‘성년의 날’까지 넓은 의미로 가정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면 그야말로 사흘 건너 하루 꼴로 가정과 관계있는 기념일이 있다. 이쯤 되면 15일을 아예 ‘가정의 날’로 정한 이유를 헤아릴 수 있다.
예로부터 우리는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그래서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되어 나간다”는 뜻을 가진 이 말을 가훈으로 삼은 집도 많다. 금년 5월에도 많은 청춘남녀들이 “그 사람이 없으면 죽을 것 같은” 심정으로 이 말을 명심하며 새 가정을 꾸릴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그 사람과 함께 하면 죽을 것 같은” 심정으로 이혼하고 많은 가정이 해체될 것이다. 결혼식 주례사에 단골로 인용되는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행복하게 살아라”는 말도 이제는 점점 공염불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새로 가정을 꾸리는 신혼부부에게 우리는 보통 “부부싸움 하지 말고 행복하게 살아라”라는 조언을 해주곤 한다. 하지만 이 말이 종종 ‘부부 간의 갈등이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는 뜻으로 오해되기 싶다. 그 결과, 부부 간의 갈등은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해서는 가능한 한 피해야 하는 것으로 잘못 인식되고 있다. 30여년 가까이 서로 다른 가정에서 다른 문화를 익히고 살아 온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새 가정을 이루는 데 부부 간에 갈등이 없는 것이 과연 가능할 것이며, 또 그렇게 되도록 권유해야 할 일인가? 아마도 부부 간에 갈등이 없는 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갈등은 부정적인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아마도 ‘갈등’이라는 개념과 ‘싸움’이라는 개념이 거의 동의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리라. 정치의 영역에서도 여당과 야당 사이에 갈등이 여당과 야당 사이의 싸움으로 해석된다. 조직원들 사이의 갈등도 싸움으로 오해한다. 가족 간의 갈등도 가족 간의 싸움으로 쉽게 받아들인다.

물론, 갈등이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경험한다. 싸움은 갈등이 표출되는 한 방식에 불과하다. 또한 그것은 잘못 표출되는 방식이다. 갈등을 잘 다루는 훈련을 받지 못한 경우에, 갈등은 자주 싸움으로 비화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하지만 갈등은 더 조화스러운 관계로 ‘발전’하는 원동력을 제공하기도 한다. 갈등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상태를 수습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대화를 통해 풀어가는 경우, 오히려 갈등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공급해주기도 한다. 당연히, 갈등을 부정적으로 여기고 피하려고 하기보다, 갈등을 통해 더 발전 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

갈등 참으면 ‘화병’으로 발전


부부가 서로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부부 간의 갈등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결혼생활 10여년 만에 심한 우울증에 걸린 한 주부가 있었다. 이 부인은 어렸을 때부터 원만한 결혼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부부싸움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교육받았다. 이에 더해서, 부부싸움을 하지 않으려면 여자가 참아야 한다는 교육을 받았다. 이 후 결혼하여 남편과의 갈등이 있을 때마다 문제를 꺼내놓고 해결하기보다는 참고 갈등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지내왔다. 이런 과정이 10여년이 지나자 ‘화(火)’가 풀리기보다 쌓여만 갔고, 결과적으로 우울증(火病)을 얻게 되었다. 하지만 상담을 받는 과정에서 자신의 감정을 정확히 인식하게 되고, 남편과 대화를 통해 화를 풀어가면서 우울증도 점차 없어졌다.

긍정적 이용 방법 배워야

갈등은 에너지이다. 이 에너지가 부정적으로 사용되면, 싸움이 되고 관계가 파괴된다. 반대로, 긍정적으로 사용되면 친밀감이 높아지고 관계의 질이 더 향상된다. ‘부부싸움’을 잘 하고 나면 오히려 이전보다 둘 사이에 관계가 더 좋아지고 깊어지는 경험을 해본 부부도 많을 것이다.

▲실제부부갈등을드라마로재연해보여주는'부부클리닉사랑과전쟁2'.부부문제전문가5인으로구성된부부클리닉위원회의상담과조언을받을수있도록하고있다.
▲실제부부갈등을드라마로재연해보여주는'부부클리닉사랑과전쟁2'.부부문제전문가5인으로구성된부부클리닉위원회의상담과조언을받을수있도록하고있다.
갈등을 긍정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갈등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갈등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관계에 갈등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고 회피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심리적 에너지가 ‘갈등 현상을 방어’하는 데 사용되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에너지가 점점 소진되어 간다. 현실을 그대로 인정하여야만 변화할 수 있는 노력을 하게 된다.

인정한 후에는, 그 원인을 ‘머리’가 아닌 ‘마음’에서 찾아야 한다. 가족과 같이 친밀한 관계에서 갈등은 ‘지식이나 정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감정 즉 마음이 통하지 않아서이다. 예를 들면, 무기력한 남편 때문에 부부 간에 갈등이 있는 경우, 남편은 자신이 무기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다만, 부인이 그 사실을 지적하면,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부인하고 다른 이유를 둘러대면서 변명할 뿐이다. 만약 남편이 그 사실을 정말 모르고 있다면, 부인이 아무리 설명을 해주어도 남편에게는 잘못된 비난으로만 들릴 것이다. 결국 개선의 효과가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다음으로는, 갈등의 원인을 ‘너의 ‘탓’으로 돌리기보다, 관계에서 오는 ‘나의 감정’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그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해야 한다. 부인이 지나치게 소비가 많다고 지적할 경우, 대부분의 부인은 남편이 자기를 비난한다고 느끼고,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려고 한다. 그렇게 되면, 갈등이 증폭되고, 관계가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면에, 그 사실 때문에 느끼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방식으로 대화를 하면, 상대방을 비난하게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 속에 있는 부정적 감정을 해소하는 이점이 있다.

부정 뒤에 반드시 긍정온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부정적인 감정이 표현될 때 제대로 반응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그 결과, 부정적인 감정을 계속 들어주면 멈추지 않고 지속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부정적 감정이 어느 정도 표현된 후에는 ‘꼭’ 긍정적 감정이 표현된다. 예를 들면, 부모에 대해 부정적 감정을 표출하는 자녀의 경우, 어느 정도 그 감정이 표출되면 뒤이어 부모에 대한 긍정적 감정이 표출된다. 부모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표현하는 자녀가 오히려 마음 속에 꽁꽁 감추고 표현하지 않는 자녀보다 정신적으로 더 건강하다.

부정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사실 빨리 부정적 감정을 털어버리고 긍정적 관계를 다시 맺고 싶다는 소망이 나타나는 것이다. 부부관계에서나 부모-자녀관계에서 100% 긍정적인 감정만 있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랑’할 때도 있고 ‘미워’할 때도 있다. 또한 좋은 감정과 싫은 감정이 항상 같이 있다. 다만, 어느 감정이 더 많은 지에 따라 ‘좋은’ 관계와 ‘나쁜’ 관계로 분류될 뿐이다. 따라서 부정적 감정을 해소하면, 긍정적 감정이 더 많아져 다시 좋은 관계로 복원된다. 그리고 부정적 감정이 표현될수록 그 양이 줄어들기 때문에 긍정적 감정은 더 증가하게 된다. 이것이 ‘부부싸움’을 잘 하면 금슬이 더 좋아지는 이유이다.

상대에게 좋은 상담자 돼야


가정은 많은 기능을 한다. 부부 사이에 정서적 유대를 강하게 하기도 하고, 자녀를 양육하는 기능도 하고, 사회를 유지시키는 기능 등 다양한 기능을 한다. 하지만 어느 기능이 제일 강조되는 지에 따라 ‘가화(家和)’의 정도가 달라진다.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의 기능이 우선되는 가정은 행복하지 못하다. 그것은 학교에서 행복한 학생이 거의 없는 것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항상 ‘옳고 그름’을 염두에 두고 다른 사람의 평가에 연연해야 하는 곳에서는 ‘지적(指摘)’과 ‘방어(防禦)’만 있을 뿐이다.

▲현대백화점이서울무역센터점에서힐링을주제로연'H리빙페어'.아로마향초,방향제,안락의자등다양한제품들과함께컬러테라피기능을가진조약돌모양의스툴을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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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가정은 서로 상대방에게 좋은 상담자가 되어주는 가정이다. 상담(相談)은 말 그대로 ‘서로 상대방의 화를 대화로 풀어주는 것’이다. 가족 구성원들이 밖에서 생활하면서 화가 났을 때 가정이 화를 풀어주는 상담소(相談所)의 기능을 할 때, 가족들은 더 즐겁게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에너지를 되찾을 수 있고, 상대방에게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화가 났을 때 제일 먼저 가정을 찾게 되기 때문에 서로의 애정이 더 깊어지게 된다.

가정이 상담소의 역할을 잘 하면, 그야말로 상담소(相談笑)가 꽃피게 된다. 즉, “상대방의 화를 대화로 풀어주어 웃음꽃(笑)이 피게 된다.” 이렇게 되면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가 되지 않을까?

▲한성열고려대교수
▲한성열고려대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과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