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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초동안 7차례 경고로 아들이 패배" 태권도관장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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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초동안 7차례 경고로 아들이 패배" 태권도관장 자살

[글로벌이코노믹=온라인뉴스팀]고교생 태권도 선수를 아들로 둔 아버지가 심판 판정에 부당함을 느끼고 괴로워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29일 충남 예산경찰서와 태권도계에 따르면, 태권도장을 30년째 운영하고 있는 전모(47)씨는 28일 오후 1시께 충남 예산군의 한 사찰 인근 공터에서 자신의 차량에 번개탄을 피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로 발견됐다.
유서가 발견됐다. 전씨는 유서에서 아들이 지난 13일 국기원에서 열린 34회 협회장기 겸 94회 전국체전 서울시대표 고등부 3차 선발전에서 심판의 부당한 판정 탓에 7차례 경고를 받고 패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해당 심판과의 악연, 이 심판 때문에 두 아들을 모두 인천에서 서울로 진학시켜야 했다는 배경도 설명했다.

전씨는 유서에서 "그X(심판)하곤 인천에서부터 악연이 시작이었다. 우리 아이들이 인천에서 하도 당해서 서울로 중고등학교를 보냈는데 그놈과 또 만났다. 전국체전 서울시 지역선발 3차 고등부 핀급 결승전에서 아들과 상대방의 점수 차가 3회전 50초를 남기고 5-1로 벌어지자 경고를 날리기 시작했다"고 썼다.

이어 "경고 7개로 50초 동안 경고 패를 당한 우리 아들, 태권도를 그만두고 싶단다. 잠이 안 오고 밥맛이 없다. 결국 내가 지친다"고 더했다.

자식들과 제자들이 자신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것 같다는 자책도 엿보였다. 전씨는 "힘없고, '빽' 없으면 실력으로 이기면 되지. 이런 생각만 여러 번 했다"고 밝혔다.

태권도 겨루기 경기에서의 심판 판정 논란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오래 묵은 과제였다.
지난해 런던올림픽부터 전자호구와 실시간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도입해 한결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경고는 여전히 심판의 재량이다.

전씨의 주장대로 심판이 의도적으로 특정 선수에게 경고를 남발해 해를 주려면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이번 경우는)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인 문대성(37) 국회의원(무소속·부산 사하갑)도 "심판의 의도적인 편파 판정이 아니라면 불가능할 일이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경기 영상을 본 뒤에도 "너무 안타깝다. 절대도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되는 일이다. 경종을 울려야 한다"며 "사람이 죽고, 꿈나무는 꿈이 꺾인 상황이다. 이대로 넘어가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편파의 진위를 떠나 태권도만 바라보던 관장이자 선수의 아버지가 심판 판정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태권도계에 주는 충격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태권도협회와 서울시태권도협회는 사건을 인지하고 자체 조사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