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충남 예산경찰서와 태권도계에 따르면, 태권도장을 30년째 운영하고 있는 전모(47)씨는 28일 오후 1시께 충남 예산군의 한 사찰 인근 공터에서 자신의 차량에 번개탄을 피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로 발견됐다.
더불어 해당 심판과의 악연, 이 심판 때문에 두 아들을 모두 인천에서 서울로 진학시켜야 했다는 배경도 설명했다.
전씨는 유서에서 "그X(심판)하곤 인천에서부터 악연이 시작이었다. 우리 아이들이 인천에서 하도 당해서 서울로 중고등학교를 보냈는데 그놈과 또 만났다. 전국체전 서울시 지역선발 3차 고등부 핀급 결승전에서 아들과 상대방의 점수 차가 3회전 50초를 남기고 5-1로 벌어지자 경고를 날리기 시작했다"고 썼다.
이어 "경고 7개로 50초 동안 경고 패를 당한 우리 아들, 태권도를 그만두고 싶단다. 잠이 안 오고 밥맛이 없다. 결국 내가 지친다"고 더했다.
자식들과 제자들이 자신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것 같다는 자책도 엿보였다. 전씨는 "힘없고, '빽' 없으면 실력으로 이기면 되지. 이런 생각만 여러 번 했다"고 밝혔다.
태권도 겨루기 경기에서의 심판 판정 논란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오래 묵은 과제였다.
전씨의 주장대로 심판이 의도적으로 특정 선수에게 경고를 남발해 해를 주려면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이번 경우는)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인 문대성(37) 국회의원(무소속·부산 사하갑)도 "심판의 의도적인 편파 판정이 아니라면 불가능할 일이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경기 영상을 본 뒤에도 "너무 안타깝다. 절대도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되는 일이다. 경종을 울려야 한다"며 "사람이 죽고, 꿈나무는 꿈이 꺾인 상황이다. 이대로 넘어가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편파의 진위를 떠나 태권도만 바라보던 관장이자 선수의 아버지가 심판 판정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태권도계에 주는 충격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태권도협회와 서울시태권도협회는 사건을 인지하고 자체 조사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