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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지도 달지도 않은 '중간맛'이 성공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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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지도 달지도 않은 '중간맛'이 성공의 비결"

[한국의 맛-이용열 진진바라 조리실장]

'음식은 무조건 맛있어야'…전국 맛집 찾아다니며 독학

여의도점 540석 규모에 월 매출만 5억 넘을 정도로 성공
곧 가산점 오픈 샐러리맨들 입맛 잡을 퓨전 한식 준비중

5형제가 고향 신안에 '효소 요리' 전문점 여는 게 꿈

▲이용열진진바라조리실장
▲이용열진진바라조리실장
[글로벌이코노믹=노정용기자]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무턱대고 조리계에 뛰어들었다. 요즘 유행하는 조리특성화고를 졸업한 것도 아니고 상고를 졸업한 그가 필생의 밥벌이 수단으로 조리를 선택한 것이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최상의 선택이었지만 당시만 해도 조리인생에 대한 고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가장 큰 난관이 요리를 배울 스승이 없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그는 월급의 3분의 1을 투자해 전국의 음식점을 찾아다니며 ‘맛기행’을 해나갔다. 입맛을 자극한 음식이 있으면 나름 메모를 하여 집으로 돌아온 뒤 밤새도록 그 맛을 재현하는데 골몰했다. 이렇게 자신만의 요리를 만들어간 그는 어느덧 최고의 조리사가 되어 있었다.

한정식 전문점 ‘진진바라’ 서울역점과 여의도점을 총괄하고 있는 이용열 총주방장의 얘기다. 진진바라 서울역점과 여의도점을 오픈해 성공한데 이어 오는 7월 1일에는 가산디지털단지역의 구로점 오픈을 준비 중에 있다. 비록 남들보다 힘든 여정을 거쳐왔지만 퓨전 한식에 있어서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자신감을 갖고 있는 이용열 총주방장을 만났다. <편집자 주>

-가산 디지털단지에 준비 중인 한정식전문점 진진바라 가산점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습니까?
“오는 7월 1일에 문을 열기 위해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어요. 진진바라는 강남점·서울역점·여의도점에 이어 가산 디지털단지에 신규 입점하는데, 한식의 대중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가산 디지털단지는 국내 벤처IT기업이 모여 있는 지역이니 만큼 젊은 샐러리맨의 입맛을 사로잡을 퓨전 한정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진진바라 가산점은 280석 규모다. 지난 2011년 12월에 문을 연 여의도점이 540석 규모로 가장 크며 월 평균 5억60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요즘 같은 불황기에 한정식의 대중화로 대박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경기불황으로 외식업계가 어려운 가운데 승승장구하는 비결은 무엇입니까?

“손님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손님을 찾아가서 모셔옵니다. 온·오프라인팀을 꾸려 온라인 광고를 하는 동시에 오프라인에서 발로 뛰며 손님을 섭외하고 전단을 돌리지요. 특히 진진바라를 한 번이라도 방문한 손님이 올리는 후기에 세심한 신경을 쓰고 손님이 지적하는 단점은 바로 보완을 합니다. 맛은 짜지도 달지도 않은 ‘중간맛’을 유지하기 위해 특별히 노력하고 있어요. 손님 다수의 입맛을 맞추어드리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가장 적합한 ‘중간맛’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합니다.”

-음식철학이 궁금합니다.

“음식은 말로 설명해서는 안 되고 무조건 맛이 있어야 합니다. 맛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음식 하나하나에 정성을 쏟아부어야 해요. 몇몇 한정식 프랜차이즈점을 보면 서로 비슷비슷한데 정성이 요리에 들어가느냐와 그렇지 않으냐에 따라 차이가 나지요. 서른다섯 살의 나이에 진진바라에 입사해 조리실장을 맡아 서울역점과 여의도점을 잇따라 오픈했는데, 나이어린 저를 선택해준 것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용열 총주방장이 요리 최고 책임자인 조리실장에 오른 나이는 불과 스물여덟 살. 평균 서른 중반에 조리실장에 오르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 빠르게 승진한 셈이다. 그러나 그가 이 같은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결코 쉽지 않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갈비와 한정식 전문점인 가문에 입사해 1년 남짓 일한 후 퇴사해 곧바로 친구와 동업해 한성대 부근에 기와골 한정식을 차렸어요. 너무나 용감한 선택이었기에 결과는 안 봐도 뻔하지요. 실패의 쓴맛을 삼키며 폐업을 한 뒤 지난 1997년 한가람 한정식에 입사해 정식으로 요리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장님으로부터 ‘이것도 요리냐?’하는 말을 들었을 때 정신이 번쩍 들었거든요.”

-젊은 나이에 최고 책임자가 된다는 건 보람도 있지만 어깨가 무거웠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요.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조리실장의 자리에 오르다보니까 말할 수 없는 외로움과 책임감을 느꼈어요. 1999년 이향 한정식에 입사할 때에는 제가 모셨던 분이 몸이 아파서 못 가는 바람에 나이를 네 살이나 속이고 조리실장으로 들어갔어요. 처음엔 조리사가 되겠다는 거창한 꿈이 없었고 먹고 살기 위해 달려가다보니 조리를 할 수밖에 없었어요. 과장-차장-부장-실장으로 단계를 밟으며 승진을 했다면 덜 힘들었을 텐데 그런 과정을 생략한 채 조리실장이 되고나서 진짜 열심히 맛을 찾기 위해 독학을 하게 되었어요.”

이용열 총주방장은 당시 가르침을 받을 스승이 없었다. 이왕 체계적인 교육은 물 건너 갔다는 생각에서 월급의 삼분의 일을 들고 세상의 음식점을 교재로 삼았다. 여기저기 다니며 음식을 맛보고 직장으로 돌아와 동료나 후배들이 퇴근하고 나면 혼자 남아서 연구를 했다. 이렇게 밤을 지새우며 노력한 끝에 사장으로부터 ‘네가 필요하니 더 있으면 안 되겠니’라는 소리를 듣고는 자신의 요리에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고 덧붙인다.

-주로 어떤 음식점을 찾아다녔습니까?

“맛의 고장으로 불리는 광주와 전주도 서너 번은 갔다 왔어요. 당시 사귀던 여자 친구와 정말 맛있는 집만 찾아다녔어요. 그 후 인연이 안 되어 헤어졌는데, 아마 아쉬워하지 않았을까(웃음) 생각해요. 집안 행사 일로 고향인 목포 신안을 내려갈 때면 허름한 집이긴 하지만 전통을 잘 간직한 청국장을 먹으러 갔어요. 아무래도 서울에 거주하다 보니까 서울 근교에 있는 한정식집은 두루 섭렵했다고 할 수 있지요.”

-가장 인상에 남는 음식점이 있다면….

“처음에는 음식의 맛을 중심으로 보러다니다가 어느 정도 손맛에 자신이 생기면서부터는 실내인테리어를 유심히 관찰했어요. 훌륭한 진수성찬(珍羞盛饌)은 못 되어도 고추와 된장만 갖다 놓으면 그 분위기에 취할 수 있는 음식점을 만들어보고 싶었거든요. 제가 방문한 음식점들 가운데 ‘한미리’가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지난해 늦깎이로 대학을 졸업하셨지요?

“커다란 매장에서 일하면서 공부에 대한 필요성을 느껴 뒤늦게 시작했어요. 기술과 실기면에서는 조리과를 졸업한 직원들을 다룰 수 있을 정도로 상당한 능력이 있었는데 반해 이론적인 면에서는 늘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 비록 늦은 나이이지만 이론을 학습하고 요리의 깊이를 알기 위해 재능대학의 조리학과를 다녔어요.”

-퓨전 한정식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문화는 과거에 박제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하는 전통 한식을 중심으로 하되, 이를 현대인의 입맛에 맞도록 변형시킨 퓨전 한식을 다양하게 발전시켜 나가야 하지요. 퓨전 한식의 장점은 조리사로서 모든 재료로 요리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대중이 100이면 90에 맞추어 요리를 하는데, 모든 재료를 접목할 수 있어 퓨전 한식을 좋아합니다. 퓨전 한식은 일하는 게 편하고 손님이 쉽게 젓가락이 가서 좋아요.”

-찰떡궁합이라고 할 정도로 직원들과 호흡이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직원들이 착한데다가 모두 저와 한 형제처럼 느끼기 때문에 일사불란하게 일이 진행되고 있어요. 서른다섯 살부터 총관리를 하는데, 저보다 한두 살이나 다섯 여섯 살 많은 분들도 계세요. 제가 요즘 시쳇말로 ‘밀당’(밀고 당기기)을 잘합니다.”

-진짜 스승 없이 독학으로만 공부했습니까?

“기억에 떠올릴만한 스승은 진짜 없어요. 그러나 지금 예순이 넘은 김승자 실장을 어머니처럼 존경하고 따르고 있어요. 동대문 장사에 이어 에스콰이어를 다니다 그만두고 조리계에 몸 담은 분인데, 그 분이 요리에 자신이 없던 저에게 상당한 자신감을 불어넣어주셨어요. 그리고 조리에 대한 프로근성과 주인의식을 심어주셨지요.”

-앞으로의 꿈이 있다면….

“고향인 목포 신안은 천혜의 자연이 주는 식재료가 풍성한 곳입니다. 게다가 부친께서는 양어장을 하고 계시고, 군청 바로 뒤편에 고향집이 있어 이 집을 새로 지어 효소로 만드는 토속한정식집을 5형제가 함께 만들 계획입니다. 형제들이 음식점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다가 음식마다 궁합에 맞는 효소를 곁들인다면 새로운 유행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용열 총주방장이 직접 고향에서 식당을 차리는 건 아니라고 한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서 음식점(한사랑)을 하는 누나가 경영을 하고 그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토속한정식집 운영에 보태겠다는 구상이다. 그의 최종 관심은 싱싱하고 건강한 식재료 사업이다.

“음식의 맛을 결정짓는 건 식재료입니다. 친가(親家)는 장어를 양식하고, 처가(妻家)는 전복을 양식하는 등 기본적으로 훌륭한 식재료가 있기 때문에 여기에 완도의 매생이 등을 유통시킨다면 좋은 식재료 사업이 될 것 같습니다.”

-진진바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음식을 소개해주세요.

“한정식 코스에 나오는 ‘한방수삼막국수냉채’는 다른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요리라고 자부합니다. 코스 요리는 무난하고 담백해야 편하게 먹을 수 있어요. 그런 점에서 이 ‘한방수삼막국수냉채’는 그 자체로도 개성이 있으면서, 한정식 코스의 다른 요리와 조화를 이루니 최고의 요리라 할 수 있습니다.”

애초부터 꿈이 요리사였던 것은 아니지만 먹고 살자고 뛰어들었던 자리에서 어느새 대 한정식당의 톱셰프가 됐고 후학들의 동경의 대상이 됐다. 날카로운 눈매로 손님에게 내놓을 음식을 만드는 그는 진정한 프로 조리사임에 틀림없다.

/노정용 기자 noja@g-enews.com

※집에서 따라해 보는 이용열 총주방장의 비법 2제(題)

육사시미와 산낙지 육회


육사시미와 산낙지 육회 레시피


[육회 소스] 꿀 850g, 두 번 다린 간장 250g, 미림 220g, 양지육수 300g, 고운고추가루 250g, 꽃소금 250g, 후추 10g, 고추장 300g

[육사시미 소스] 고추장 1㎏, 물엿 1.2㎏, 설탕 250g, 사이다 200g, 미림 50g, 고운고추가루 150g, 두 번 다린 간장 50g, 참기름 40g, 배즙 100g


장어 롤과 도미뱃살 롤


장어 롤과 도미뱃살 롤 레시피


[데리야끼 소스] 사과 4개, 배 1개, 양파 1개, 계피 50g, 당근 1개, 우엉 1개, 대파 2뿌리, 대추 200g, 감초 50g, 건 고추 5대, 통마늘 50g, 생강 20g, 다시마 1/2장, 샐러리 50g, 장어뼈 1㎏

① 위에 있는 모든 재료를 육수통에 넣고 4~5시간 푹 끓인다음 황설탕, 맥아물엿, 간장, 케첩을 넣고 12시간 정도 은은한 불에 졸인다.

② 맥아물엿과 간장과 육수의 비율은 1:1:8로 한다.

■ 장어 롤을 만드는 방법

① 작은 크기의 장어를 깨끗하게 손질한 후 장어 위에 구운 소금과 후추, 찹쌀가루를 뿌린다.

② 씨를 뺀 대추, 아스파라거스, 미삼을 위에 올리고 잘 말아 무명실로 묶는다.

③ 기름에 튀긴 장어를 먹기 좋게 썰어 데리야끼 소스를 바르면서 오븐에 다시 구워낸다.

■ 도미뱃살 롤 레시피


오이 1개, 당근 1개, 적채 1개, 단무지 1개, 깻잎 4장, 게맛살, 참치캔, 아보카도

[초대리 소스] 환만식초 2400㏄, 소금 800g, 설탕 2.4㎏, 낙지 20g, 레몬 1개, 다시마 1장

■ 도미뱃살 롤을 만드는 방법


① 도미살은 데리소스를 바르면서 오븐에 구워둔다.

② 초대리소스에 밥을 잘 섞어놓는다.

③ 김 위에 밥을 잘 펴고 위 재료를 1개씩 올린 다음 잘 마른다.

④ 롤 위에다 도미살과 아보카도를 올린 다음 썰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