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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1%가 도박중독자…사행산업 폐해 막기위해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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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1%가 도박중독자…사행산업 폐해 막기위해 최선"

김성이 사행산업통합감독 위원장 단독 인터뷰



[글로벌이코노믹=서동삼기자] 우리나라 국민 100명 중 1명은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도박 중독자나 다름없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인구 5100만명 중 도박 중독자는 59만명, 1.2%에 이른다. 이들 중 입원과 재활치료가 필요한 만성중독자도 6만명에 달한다. 도박중독 유병률은 6.3%(250만명)나 돼 선진국보다 2∼3배 높은 수치를 나타낸다. 2010년 기준으로 국내 사행산업 총 이용객 수는 카지노(강원랜드) 309만 명, 경마 2181만 명, 경륜 941만 명, 경정 329만 명, 복권 1억8212만 명이다.
그러나 현재 도박중독 예방과 치유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같은 사행산업 전반에 대해 감독, 관리하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위원장 김성이)의 역할과 책임이 더욱 커지고 있다. 서울 종로구 창성동에 위치한 정부중앙청사 별관 4층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 집무실에서 지난 11일 저녁 김성이 위원장(66)을 만났다. 14일 퇴임을 앞둔 김 위원장은 “열심히 일하다보니 4년 반의 임기가 흘러갔다”면서 “그러나 사행산업의 실태가 이렇게 심각한데 많은 국회의원들은 사행산업이 잘 되고 있는데 ‘사감위’가 만들어져서 ‘옥상옥’의 조직이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문을 열었다.

▲국회앞에서'도박추방의날'캠페인을펼치고있는김성이위원장(사진가운데)
▲국회앞에서'도박추방의날'캠페인을펼치고있는김성이위원장(사진가운데)


이제는 사행산업에도 더 건전화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김 위원장은 “합법적 사행산업은 물론 불법 사행산업을 근절하기 위해서도 더욱 노력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임시 도박중독자들 모임이나 도박을 끊는 단도박 모임, 단도박 배우자모임에도 참가해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다. 모임의 공통적인 얘기는 ‘너희들이 우리들의 고통을 아는가?’다. 그는 “일반적으로 정부나 전문가들이 도와준다는 시각을 갖고 있지만, 그들의 아픔이나 괴로움을 충분히 치유하는데는 한계가 있었다”고 털어놓는다.

치유 프로그램과 재활사업, 예방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재정이 필요하다. 고민 끝에 김 위원장은 지난해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을 개정해 사행사업자들이 부담금을 더 내게 했다. “그 전에는 마사회, 강원랜드, 체육진흥공단, 복권위원회 등에서 4~5억씩 내 20억원을 받아 예방·치유활동을 했는데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법률개정을 통해 기존의 10배인 200억원으로 늘리는 법을 개정했습니다.” 올해는 175억원을 거둬 지난 8월에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를 발족시켰다는 그는 “이 돈으로 전국적인 예방활동, 치유, 재활사업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면서 “사행산업은 이제 합법만 아니라 불법도 관리해야 된다는 여론이 비등해 ‘불법감시신고센터’를 합법적으로 만들어 올해부터는 불법도 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박 피해자들을 회복시키고 예방하는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와 불법도 적극 개입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든 ‘불법감시신고센터’는 김 위원장의 큰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매년 200억원의 예산을 확보했으니까 앞으로 전국에 접근성이 높은 지역센터가 많이 만들어질 것으로 봅니다. 그 기틀을 마련했다는데 자긍심을 느낍니다. 각 사행산업체가 매년 4~5억원씩 내던 돈을 40억~50억원씩 내도록 하는 법안을 내니 찬성할 사람들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 우리가 2년에 걸친 설득 끝에 법률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제가 사감위 위원장으로 4년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때로는 장기집권도 필요합니다.(웃음)”


현재 국내 사행산업 실태에 대해 김 위원장은 한마디로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최근들어 갈수록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국민들 사이에서는 한번에 인생역전을 해보겠다는 한탕주의가 팽배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 국민성도 문제로 지적했다. “사행산업을 즐기는 놀이로 봐야하는데 돈을 벌기 위한 도박으로 본다는 것입니다. 외국 사람들은 즐기러 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80%가 되는데 우리는 돈벌러 간다는 사람이 80%나 됩니다. 그것이 도박 중독을 불러일으키는 문제입니다.” 김 위원장은 도박중독 예방을 위해 사감위 위원들에게 ‘이용자 보호주의’를 강조했다고 한다.

“사행산업은 국가의 ‘저항없는 조세’라는 기능과 국민의 건전한 스트레스 해소라는 두가지 기능이 있는데 우리가 그것만 볼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많은 부작용이 나오니까 우리들은 사행산업을 ‘이용자 보호주의’ 입장에서 보자고 한 것입니다. 즉 ‘이용자를 사랑하자’는 정신과도 같습니다. 모든 프로그램이나 사업을 할 때도 당사자 중심으로 해서 정책도 만들고 프로그램도 전개하는 ‘이용자 보호주의’와 ‘당사자주의’를 강조해왔습니다.”



김 위원장은 올해 말 확정되는 ‘제2차 사행산업건전발전 종합계획’에 대해서도 할 얘기가 많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적 관심사는 ‘총량제’와 ‘전자카드제’다. 기본적으로 사행산업은 다른 산업과는 달리, 급성장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 일정한 제도를 마련해 국가가 발전, 확장속도를 조절하는 것이다. 그러나 각 사행산업체들은 이견을 가질 수 있다. 최근 경마는 사양산업으로, 반면에 스포츠토토는 신종산업으로서 확산되고 있다. “이 총량제 운영이 상당히 탄력적으로 돼야 하는데 사업체별로 그렇지 못한데서 오는 부작용을 지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래서 ‘금액 총량제’와 ‘시설 총량제’ 개념을 통해 보다 효과적인 조절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봅니다. 지금 불법이 많아서 불법을 합법으로 끌고 가야하는데 총량을 묶어놓으면 불법으로 갈 가능성이 있어서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전자카드제’ 역시 반론이 많다. 그는 “사실 전자카드제는 ‘셀프 컨트롤’, 즉 스스로 통제하자는 것이지요. 우리가 원하는 전자카드제는 손의 실피줄, 즉 ‘지정맥’을 통해 개인발급을 받으면 출입기록, 베팅금액 등이 나오고 과다 베팅시는 ‘상담을 받으세요’라는 장치가 돼 있어 좋습니다. 그러나 모르는 사람은 지문을 찍어 국가가 신상을 다 파악하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도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재임시 혹시 사행산업체로부터 로비를 받아본 적은 있냐는 질문에 “사감위가 힘이 없는 기관으로 알고 로비는 안들어 온다”고 잘라 말했다. 대신 여러 부처에서 많이 흔든다고 했다. “사감위는 불법이나 하지, 합법을 하느냐, 각 부처가 알아서 감독, 감시하는데 사감위가 왜 합법을 하느냐는 것이지요. 그런데 우리는 합법만 하기로 돼 있습니다. 그래서 ‘불법’을 만드는데 기여를 했다는 자조섞인 얘기도 합니다. 우리가 초창기에 출범할 때 ‘불법’이나 해라는 얘기가 나왔는데 결과적으로 사감위를 흔드는 얘기입니다. 법으로는 할 일이 주어졌는데 시작부터 하지말라고 하니까 힘들었지요. 또 사행산업체에서는 많은 홍보비를 확보해 각종 기관에 홍보를 합니다. 우리는 정부예산 포함 40억 정도 예방활동비를 갖고 있지만 각 사행사업체는 수천억원 규모로 비교가 안됩니다. 마사회 경우 연 매출이 8조원에 이릅니다. 60%는 돌려주지만 40%는 남깁니다. 남는 절반인 20%는 국가가 조세나 기금 등 공공목적으로 가져가고, 남는 20%가 자체 운영비와 이익금으로 활용됩니다. 그러면 그 규모가 얼마인지는 짐작하겠지요? 그 거대한 기관의 홍보비하고는 비교가 안되요. 그래서 최대한 사감위를 흔드는 것이지요. 사감위 조직을 흔드는데 버티느라 그동안 힘겨웠습니다.”



김 위원장은 성신여대와 이화여대 교수로 재직하다 2000년 ‘청소년보호위원회’ 위원장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그의 전공분야는 사회복지, 특히 청소년복지다. 이 분야 전문가다보니 그동안 청소년보호를 위한 여러 프로그램 참가와 청소년보호사업, 약물남용 예방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쳐왔다. 1998년 IMF직후 부모들이 가정을 떠나는 ‘부모가출’로 자녀들을 보호하기 위한 ‘파랑새보금자리운동’도 펼쳤다. 특히 청소년보호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던 2000년 당시 원조교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될 때 우리나라 최초로 청소년 성범죄자들의 신상을 공개해 파장을 일으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는 “‘청소년의 성은 청소년의 몫이다’ 왜 어른들이 거기에 개입하냐”면서 원조교제 근절에 앞장섰다. 그러나 신상공개는 범죄자에 대한 이중처벌이라며 변호사들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낼 정도로 사회적 논란이 컸던 문제였다. 김 위원장은 또한 전국 초·중·고 100개교를 시범적으로 선정해 청소년 금연운동을 전개, 이 금연운동이 보건복지부를 통해 전국적으로 확산돼 지금의 ‘금연사회’가 된 기폭제 역할을 해내기도 했다.

김 위원장에게는 그러나 MB정권의 첫 보건복지부 장관에 임명돼 잘 나가다 6개월만에 낙마하는 아픈 기억도 있다. 그는 그 당시 가족단위의 복지체계를 만들려는 포부를 가지고 있었다. 지금 복지가 너무 개인중심으로 돼 있기 때문에 비용이 증가하고, 중복문제도 발생해서다. 그러나 광우병 사건이 터지고, 촛불시위로 연일 시끄러워지면서 나라 전체가 상당히 혼란스러웠다. 김 위원장은 “이런 문제로 농림부장관과 복지부장관이 광우병에 관련이 돼 있지 않느냐는 책임론이 제기돼 6개월만에 그만두게 됐다”며 “아쉬운 점은 내가 더 재임했더라면 가족단위의 복지시스템을 만들고 싶었는데...”라고 말했다.

당시 보건복지부 직원들도 김 장관의 중도하차를 아쉬워했다는 후문에 대해 그는 “사회복지 전공자로서 최초로 복지부장관이 왔으니까 뭔가 새로운 ‘복지 그림’을 그릴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공직 철학을 물었다. “청소년보호위원회 위원장이나 보건복지부 장관 때도 ‘내가 청소년들을 사랑하는가?’ ‘내가 국민을 사랑하는가?’라는 생각만 했습니다. 그리고 사감위 위원장으로 와서도 ‘도박피해자 입장에서 일하자’는 시각으로 일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그들을 위한 시각을 가질려고 노력했습니다. 시각만 바뀌면 문제는 해결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국회가 국감에 들어가는 미묘한 시기에 퇴임을 하는 것에 대해 오해도 받고 있다. 그러나 오해받을게 없다는 입장이다. “내가 사표내서 나가는 것이 아니라 여기 위원들 임기가 3년입니다. 내가 4년반 재임한 것은 지난번 1차때 전임의 잔여임기 1년반하고 연임이 돼 3년을 더 한 것이지요. 임기가 10월 14일까지라 우리가 더 일 할려고 해도 법적으로 안됩니다.” 그는 퇴임후 계획에 대해 “1988년부터 청소년약물남용 실태를 조사하는 등 중독분야에서 일해왔고, 사감위에서 중독예방 치유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중독자들을 위한 사회활동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그들이 건강하게 사회활동을 하고,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예방, 치유, 재활활동에 힘을 보태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고향은 평안북도 신의주다. 그래서 ‘통일복지’에도 관심이 많다. “탈북자 2만5천명을 위한 복지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싶습니다. 내가 영락교회를 다니고 있는데 거기에는 탈북자를 위한 NK국제학교가 있습니다. 20대, 30대 탈북자들에게 신앙과 영어, 사회교육을 시켜 한국사회에 잘 적응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통일교육 사업’을 할려고 합니다.” 여러 권의 책도 쓴 그는 사감위 재임중에도 자연복지, 청년복지, 동화와 통일복지에 이어 최근 중독치유복지 등 4권을 썼다. 내년 3월쯤 ‘사회결집력’과 관련된 복지 책을 한권 더 내겠다고 했다.

현재 영락교회에서 교회 봉사활동에도 열심인 김 위원장은 현재는 ‘피택장로’ 신분이다. 오는 12월 1일 장로로서 장립을 받는다. “하나님이 저에게 복을 많이 주는 것같습니다. 복지를 전공했고, 복지를 통해 교회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너무나 쉽게 적용할 수있는 분야 아닌가요? 그래서 할 일이 많습니다다. 우선 북한 이탈주민과 청년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나 복지활동을 할 생각입니다.”

올해 만 66세이지만 아직도 젊고 건강한 모습인 그는 건강은 타고난 것같다고 했다. 평소 어떤 환경에서도 잠을 깊이 잘 자는 것을 건강의 비결로 꼽았다. "저는 남들과 달리 모기에 온몸이 물려도 잘 자는데 이게 내 건강의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따로 운동은 안합니다. 사람 만나서 봉사활동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끝으로 가족 소개를 부탁하자, “나는 팔불출에 속한다”며 서울대 문리대 시절 캠퍼스 커플로 만난 동갑내기 아내(김정란 前 건국대 교수) 자랑에 열을 올렸다. "한마디로 행운이었습니다. 나는 문리대 사회복지학과이고, 아내는 불문과였습니다. 우리가 1학년 말에 대학적십자(CRC)라는 봉사서클을 최초로 만들어 창립멤버로 활동했습니다. 그 후 우리가 이화여대와 건국대에서 교수를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2월 동시에 정년퇴직을 했습니다. 퇴직식도 대학적십자 창립멤버라 해서 적십자 강당에서 할 수있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아내가 훌륭하다고 하는 것은 한마디로 돈을 걱정하지 않고 이상이 높다는 것이죠. 결혼후 함께 떠난 미국 유학시절, 경제적으로 힘들 때 한번도 싫은 소리를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특히 아내가 미국 유학 떠나기 전 혼자 돌아가신 시아버지 묘소에 인사하러 갔다가 앉아있는 모습을 우연히 본 시어머니가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다음부터는 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어떤 간섭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정도로 행동 하나하나 감동을 주었습니다. 한마디로 지혜로운 여성이었습니다."

김 위원장의 무남독녀인 딸은 현재 세종 로펌에서 미국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아내와 딸 자랑에 열을 올리며 ‘여복이 많다’고 자랑하는 그는 “대학도 성심여대와 이화여대에서 근무했고, 아내와 딸, 그리고 손녀가 둘이나 있다”며 활짝 웃었다. <대담=서동삼 수석부국장, 사진=윤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