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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기통치 덕분에 뻣뻣한 목이 부드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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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기통치 덕분에 뻣뻣한 목이 부드러워졌다"

[정경대의 의학소설-생명의 열쇠(111)]

생명의 열쇠(111)


14. 병도 아닌 병을 수술하나?


"혈기통치 덕분에 뻣뻣한 목이 부드러워졌다"


[글로벌이코노믹=정경대 한국의명학회장] 소산은 그녀들의 이야기 소리를 듣고 가방에서 치료기기를 꺼냈다. 치료기기래야 묵직한 쇠망치 하나와 기역자 나무 손잡이 기구 하나가 전부였다. 김민숙은 저만치 떨어져 있다가 다가오는 그를 보자 치부를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다 싶은 표정이었다.

그리고 치료를 시작한 그가 꽁지 뼈를 힘을 다해 강타하는데도 참을 만했다. 이치상으로 꽁지 뼈에 강하게 타격하면 파동이 항문으로 내려간다는 것쯤은 그동안 치료하는 과정에서 알만큼은 알고 있었다. 그의 타격으로 일어나는 강한 파동이 혹을 파괴할 수 있다는 신념까지 있어서 웬만한 아픔쯤은 참아낼 각오가 돼 있었다.

사실 폐암을 치료하던 처음의 아픔은 그야말로 고문을 당하는 것 같았다. 죽기 아니면 살기로 참아내지 않았다면 진작 포기했을 고통이었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날 쯤에는 거의 아프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강한 타격을 가했으면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였다.

“혹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을 해봅시다.”

치료를 다한 그는 처음으로 혹에 대해 언급했다. 하지만 혹의 원인을 파악하지 못한 터라 무어라 확신 있게 말해줄 수가 없어서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통치하시면 없어지겠죠, 뭐.”

김민숙은 워낙 그를 믿어서인지 남의 일처럼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당신 말이 맞아. 형한테 치료만 열심히 받으면 돼!”

큰소리를 친 사람은 주영덕이었다. 언제 들어왔는지 아까 소파에서 기다리던 사람들도 주영덕 뒤에 우두커니 서있었다. 어제 목 디스크 수술 후유증으로 한 번 치료했던 사람도 눈에 띄었다. 그와 눈이 마주치자 꾸벅 인사부터 한 그 사람의 표정이 어제와는 사뭇 달랐다. 굳은 목을 엉거주춤히 숙이고 오만상을 다 찌푸리던 모습이 아니었다.

“좀 어때요?” 하고 그가 묻자 좀 힘들기는 하지만 혼자 자리에 눕고 일어날 수 있었다며 망치로 때린 건데 정말 희한하다 하였다. 그 말을 들은 주영덕이 그 사람이 친구라서인지 벌컥 화를 냈다.

“야, 때리다니? 누가 때려! 똑 바로 말해야지, 치료했다고. 아님 혈기통치라 하던지 병원에서 수술 받으면 칼로 쨌다고 하니? 아, 다르고 어, 다른데 남이 들으면 뭐라겠어?”

“아! 참, 그렇지! 야, 미안하다 혈기통치란 말이 금방 생각이 안 나서 실수했어. 선생님 죄송합니다.”

그 사람이 머쓱해서 당황해 하다가 그에게 꾸벅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우선 치료부터 받읍시다.”

그러나 그는 별 생각 없이 그 사람을 침대에 엎드리라 하였다. 그리고 척추 마디마디를 손으로 짚어보고는 신장과 간 그리고 심장을 차례로 타격을 가한 뒤 목 대추 부위에서는 굉장히 강한 힘으로 무려 열다섯 차례나 타격하고는 일어나서 목을 돌려보라 하였다.

놀라웠다.

오늘이 겨우 두 번째였다.

처음에는 겁이 나는지 조심스럽게 뻣뻣한 목을 엉거주춤히 서서 숙였다가 뒤로 재껴보더니 좀 놀란 눈빛으로 가벼워졌다 하였다. 그리고 좀 더 힘껏 뒤로 젖히고 숙이기를 반복해보았다. 그러다가 자신이 생겼는지 자유자재로 고개를 좌우로 돌리기도 하였다. 하지만 아직 완전하지는 않아 보였다. 전후좌우로 돌릴 때 목의 회전이 부드럽지가 않았고 굳은 기색이 많이 남았다. 그러나 그 사람의 기쁨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 정도만 되어도 살 것 같다며 뛸 듯이 기뻐하였다.

/정경대 한국의명학회 회장(hs성북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