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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신 아니고 기계보다 진단이 정확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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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신 아니고 기계보다 진단이 정확해요"

[정경대의 의학소설-생명의 열쇠(112)]

생명의 열쇠(112)


14. 병도 아닌 병을 수술하나?


"미신 아니고 기계보다 진단이 정확해요"


[글로벌이코노믹=정경대 한국의명학회장] 그런데 그가 치료하는 모양을 지켜보고 있던 세 사람 중에 유달리 얼굴이 시커먼 50대 남성의 표정이 이상했다. 벌레라도 씹었는지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나머지 두 사람은 신기한 표정이 역력한데 혼자 그런 걸 봐서는 뭔지 못마땅한 것 같았다.

“하여간 우리 형, 정말 대단해!”

주영덕이 으쓱해서 엄지손가락을 세워 최고라는 시늉을 해보였다. 그리고 그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다짜고짜 세 사람을 둘러보며 체질진단부터 받아보라 하였다.

“이 사람아 내가 언제 환자 본다 했어? 이렇게 갑자기 사람을 데리고 오면 어쩌나?”

소산은 여태 잠자코 있던 속마음을 할 수 없이 내놓았다. 목 디스크 환자도 그랬다. 주영덕이 친구라며 불쑥 데리고 왔었다. 그리고 무조건 부탁한다며 하도 졸라대서 할 수 없이 치료해보기로 했으나 이처럼 환자를 줄을 세워 봐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래서 주영덕이 목 디스크 환자로부터 한 차례 치료비를 십만 원씩이나 받아서 주는 것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애시 당초에 환자를 봐주고 돈 벌 생각을 해본 적도 없었던 터라 주는 돈을 보고 엄청 화도 났다. 그런데 또 환자를 셋이나 데리고 오다니 불쾌했다. 그러나 주영덕은 그게 아니었다.

“형, 좋은 일 하는 거 아니오? 세상에서 사람 구하는 것만큼 귀한 일이 어디에 있어요? 여기 온 사람들 다 병원에서 못 고친다는 사람들이오. 그러지 말고 좀 봐주쇼.”

하고 떼를 쓰다시피 말하는 품새가 살갑기도 하고 능글맞기도 해서 화를 낼 수도 없었다.

“오빠, 이분들 여기까지 왔는데 체질진단이라도 해주시면 안 돼요?”

수월이 난감해 하는 그를 보다 못해 중재안을 내놓았다.

“그래요 형! 자자, 모두 소파에 앉으세요. 그리고 여기 종이에다가 생년월일시를 적으세요. 음력이든 양력이든 정확하게만 하면 되니까.”

소산의 눈치를 살피던 주영덕이 금방 태도를 일변해서 부산스럽게 서둘러댔다. 그러자 시커먼 얼굴에 잔뜩 불만스런 표정을 짓고 있던 50대의 남성이 눈을 부아리며 주영덕을 노려보는 낌새가 심상치가 않았다.

“이봐 영덕이! 사주보는 거야?”

아니나 다를까? 드디어 그 남성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아니 왜 소리는 지르고 그래요? 형님 이거 미신 아닙니다. 기계보다 진단이 정확해요! 진단받아보면 알 거 아니에요? 미신이 아니란 말에요. 그만한 논리가 다 있어요!”

주영덕의 성질도 만만찮았다. 곧 바로 그 남성과 맞장이라도 뜰 듯 맞고함을 질렀다.

“염병 할! 개잡는 것도 아니고 망치로 사람을 치지를 않나 무당도 아니고 생년월일시나 대라 하고 ×할!”

/정경대 한국의명학회 회장(hs성북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