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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무거운 짐 내려놓고(267)]제16장, 천하의 짐수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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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무거운 짐 내려놓고(267)]제16장, 천하의 짐수레

한편 그의 장인은 자신의 동생 내외가 가고 나서도 분기가 탱천해있었다.

아내와 최철민의 장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불러서 가보니 아까보다 더 노발대발 댔다. 다시는 동생을 동생이라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 노성을 터뜨리며 천하에 그런 배은망덕한 인간이 어떻게 같은 뱃속에서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탄식을 거듭했다.
“자네 보기가 부끄럽네! 집안 망신도 분수가 있지.........! 아니 그래 물에 빠진 놈 건져주었더니 보따리 내놔라 하는 꼴이 아니고 뭔가? 세상에 의심할 사람이 없어서 자네를 의심해 그래? 철민이 그 놈이 나쁜 놈이지! 자네가 제 놈한테 어떻게 했는데 그 따위 소릴 해 응?”

“아버님 고정하십시오. 저는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어차피 처남이 나오면 물려줄 것인데 생각보다 빨리 그럴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하지만 사람의 탈을 쓰고 어찌 그런 말을 할 수 있나?”

“욕심에 눈이 멀면 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그냥 그렇거니 하고 이해하십시오.”

“자넨 속도 좋네 그려! 하긴 그런 자네가 늘 자랑스러웠으니.........그건 그렇고 재단설립문제는 잘 돼가고 있나?”

장인은 그제야 노기를 풀었다.
체면상 노발 대기는 했으나 더 계속했다가는 점잖은 사위 앞에서 제 얼굴에 침 뱉기로 집안망신만 더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렇다고 금방 화사한 안색을 하기에는 체면도 있고 해서 짐짓 성난 표정을 바꾸지 않은 채 말만 부드럽게 했다.

“예, 다음 달이면 정관이 완성될 것 같습니다.”

“그럼 이사진을 구성해야겠군! 이참에 건물 하나 있는 거 재단에다 넣게. 하긴 이제 소유주가 자네니까 자네가 어련히 알아서 그럴 테지만 내 눈치는 보지 말게나.”

“예,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사진 구성은 다 생각해놨겠지?”

“예, 이사장직은 아버님께서 맡으셔야 하고 어머님도 이사진에 포함시켰습니다. 감사는 배영기 변호사 하고 주성수 사범 두 사람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허 이 사람, 우리 두 늙은이는 생각지 말라는 데도.........!”

“아닙니다. 아버님의 식견이 꼭 필요합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일하시는 건 건강에도 좋습니다. 그리고 힘들게 매일 업무를 보시기 보다는 가끔 둘러보시기만 하면 됩니다.”

“좌우지간 자네 고집은 못 꺾는다니깐! 그럼 자네가 시키는 대로 하지. 그건 그렇고 이사 한 명이 더 있어야 하는데 어떤가? 사돈아가씨가?”

“그래요! 우리 아가씨 이사진에 포함시키면 딱 좋겠네!”

선희 말이 나오자 잠자코 있던 그녀가 기다렸다는 듯이 활짝 웃어 반겼다. 그의 장모는 시집간 딸년은 어쩔 수 없구나 하고 생각하면서도 그만큼 시누올케 사이가 돈독하다는 뜻이라서 기분은 좋았다. 그래 딸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기로 하고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어서 물었다,

“사돈아가씨야 당연히 이사진에 들어가야지! 한 식군데.........그건 그렇고 한 서방 고향에 짓고 있는 우리 살 집 공사는 잘 돼가지?”

“네, 매일 전화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다음 달 초에 완공이 된다더군요.”

예전에 그가 장인한테 약속한 별장이었다.

언젠가 고향에서 함께 살기로 하고 경치 좋은 산자락을 일구어놓은 밭 1000여 평을 사서 서너 달 전에 공사를 시작했었다. 집터 외의 땅은 유실수와 야생초를 심어 정원을 꾸미게 했는데, 건축업자가 초등학교 동창생이라 그냥 맡겨두어도 하자가 없을 것이라 믿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