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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전갈‧천상갑‧백부자 고약 붙이면 말랑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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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전갈‧천상갑‧백부자 고약 붙이면 말랑해져"

[정경대의 의학소설-생명의 열쇠(114)]

생명의 열쇠(114)


14. 병도 아닌 병을 수술하나?


"혹은 전갈‧천상갑‧백부자 고약 붙이면 말랑해져"


[글로벌이코노믹=정경대 한국의명학회장] 날씨는 여느 때보다 포근했다.

소산은 어딜 가든 한사코 따라나서는 수월을 데리고 산을 올랐다.

“전에는 산이 굉장히 높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너무 낮은 것 같아요.”

수월은 그를 따라 여러 차례 암자에 갔던 터라 높고 멀게만 느껴지던 산이 산책길처럼 편했다. 하기는 별로 높지 않은 산인데 그전에는 건강이 덜 회복된 상태여서 굉장히 높고 가파르게 느껴졌을 터였다. 그러나 지금은 병을 앓지 않았던 시절만큼이나 다리에 힘도 올랐다. 게다가 사랑하는 사람과의 동행이라 심리적으로도 몸이 가벼웠다.

“우리 선생님 여전하시겠지. 한 달 가까이 못 찾아뵀는데 어떻게 지내시는지………?”

“뭘 또 연구하시거나 글 쓰시겠죠 뭐.”

“그 연세에 쉴 생각을 안 하시니 저러시다 몸을 상하실까 걱정이오.”

“당신 몸을 꿰뚫고 계시니까 잘 챙기시겠죠.”

“하긴!”

소산이 그이를 감탄하고 몇 발자국 못 가서 산 능선에 닿았다. 그녀와의 동행이라 이웃집 가듯 해서인지 산을 오른 실감도 나질 않았다. 그러나 먼발치에 내려다보이는 숲에 묻힌 암자는 탈 세속의 고요함이 있어 좋았다.

“이제는 너희들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알겠다.”

소산이 성큼성큼 걸어 토굴 앞에 이르자 그이가 먼저 알고 반갑게 문을 벌컥 열었다.

“안녕하셨어요. 선생님 저희들 왔습니다.”

소산보다 먼저 그녀가 더 반갑게 인사했다.

“어제 자네 전화 받고 지금쯤 너희들이 올 줄 알았지. 느낌이란 게 있거든. 어서 들어오너라.”

그이도 무척이나 반가웠던지 함박웃음으로 그들을 맞이했다. 그리고 산사에서 어울리지 않지만 커피가 생각난다며 커피포트를 꺼냈다.

“선생님 커피는 제가 탈 게요.”

수월이 재빨리 일어섰다.

“저어기 선생님, 어제 전화로 말씀드렸던 대로 그 폐암 환자 사타구니 혹 때문에 걱정입니다. 워낙 돌덩이 같아서 통치로는 힘들 것 같아서요.”

“그럴 게야. 하지만 걱정할 것 없다. 다 수가 있으니까”

“예? 그럼 방법이 있으세요? 선생님?”

수월이 커피를 타다 말고 깜짝 놀라 그이를 바라보았다.

“아암! 방법이 있지! 암 벌레란 놈들이 쫓겨나서 뭉친 것들이니까 그깟 놈들 흩어놓으면 되는 게지.”

뜻밖이었다. 좀 고민한 줄 알았는데 너무 쉽게 말해서 의아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그이는 별 표정 없이 그녀가 타 준 커피를 맛있게 훌훌 마시더니 한 잔 더 타라 하였다.

“내가 예전에 만들어 놓은 고약이 있다. 그걸 붙이면 놈들이 기겁을 하고 자빠져서 말랑말랑 해질 게야. 그러거든 통치를 하고 또 침을 무작위로 놓으면 된다.”

“고약이라 하셨습니까?”

소산이 다급히 반문했다.

“그렇다 고약! 전갈하고 천상갑에다 백부자를 주약으로 이것저것 서른 대여섯 가지 약재를 혼합해서 만든 고약이 있다. 이걸 붙이면 된다.”

/정경대 한국의명학회 회장(hs성북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