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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친왕비의 진주장식 두루주머니를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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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친왕비의 진주장식 두루주머니를 보셨나요?

[얼레빗으로 빗는 히루(2632)]

[글로벌이코노믹=김영조기자] 한복에는 원래 옷 자체에 물건을 넣을 수 있는 호주머니가 없기 때문에 실용적인 면에서 따로 주머니를 만들어 썼는데, 이것은 또한 장식품으로도 쓰였습니다. 주머니는 작지만 만드는 정성이 크고 복을 부른다는 뜻에서 귀한 선물로 여겼지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는데 각이 진 귀주머니(다른 말로 줌치)와 아래는 둥글고, 위는 모가 진 모양의 두루주머니(다른 말로 염낭)의 두 종류입니다. 주머니를 만드는 재료로 겉감은 비단이나 무명을 쓰고 안감은 무명이나 질이 낮은 비단을 썼습니다.

▲ 영친왕비가 찼던 진주장식 두루주머니(국립고궁박물관 제공)
장식용 주머니로는 영친왕비가 쓰던 진주장식 두루주머니가 화려하고 예쁩니다. 꽃무늬마다 잎과 술에 여러 개의 진주를 붙이고, 주머니둘레는 수십 개의 자연 진주로 화사하게 장식하였습니다. 생일이나 명절 때 또는 혼례 때나 새해 첫 돼지날과 쥐날에 왕실 어른들에게 바치거나 종친과 대신들에게 선물로 주기도 했다지요. 콩을 볶아 붉은 종이에 싸서 주머니에 넣었는데 이것을 차면 액운을 물리치고, 한 해 동안 평안하다고 믿었습니다.

이 두루주머니는 영친왕비의 유품으로 영친왕 내외가 1922년 4월 29일 순종황제와 윤 대비를 알현할 때 찼던 것이라 합니다. 또 이 주머니는 다른 “영친왕 일가 복식, 장신구류”와 함께 1957년부터 도쿄국립박물관에 보관되어 오다가 1991년 한일 양국 사이에 맺은 “영친왕비에 유래하는 복식 등의 양도에 관한 협정”에 따라 반환된 것 가운데 하나이지요. 이 화려한 두루주머니, 그러나 비운의 영친왕비에겐 이것도 큰 위안은 되지 못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