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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무거운 짐 내려놓고(292)]제18장, 어둠의 자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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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무거운 짐 내려놓고(292)]제18장, 어둠의 자식들

그러나 그런 마음도 잠시, 또 달리 생각을 뒤집어 판단해보았다.

자신의 건물에서 자신이 닦아놓은 기반 위에서 그가 수련원을 재건한 것이었다. 따라서 기업적 측면에서 적당한 월급과 수고비 정도면 몰라도 수익금 전부를 가져간다는 것은 말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도 인간이므로 자신의 공로를 자평해 수익금 전부는 아니라도 거의 챙겼을 것이라 의심했었다.
하지만 혼자 심각하게 머리를 굴리고 혼자 했던 의심은 뜻밖에 예상 밖인데다 그것도 전혀 다르게 빗나가 있었다.

자신이 출감해 수련원으로 돌아오면 수련생 교육과 운영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사범들에게 자세히 숙지시켜 놓았음은 물론, 금전출입금 장부에서 단돈 십 원도 헛되게 지출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심지어는 월급이란 명목으로 가져간 돈도 한 푼 없는데다가, 상당한 금액까지 통장에 예금해 놓았음을 알고는 놀랐다.

실로 그를 의심한 자신이 부끄럽고 미안했다.

그리고 감옥에 있는 동안 베풀어준 여러 가지 배려를 그제야 떠올리고는 울컥 고마움이 치솟아 한 시라도 늦을까봐 허둥지둥 비행기로 달려왔던 것이다.

그리고 의심해서 인사가 늦었던 속내를 적당히 둘러대 얼버무리고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그의 장인 장모는 괘씸하게 생각했던 조카가 이렇듯 숙이고 들자 마음이 누그러져 꽁했던 마음을 풀었다.

하지만 한성민은 무덤덤하게 한 마디 했다. 최철민이 이제는 듣기도 지겨운 고리타분한 훈계여서 귀에 거슬리기는 했으나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고 얌전히 경청하는 자세를 취했다.
“내가 자네한테 언젠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지 아마도?”

“............?”

“信言不美(신언불미) 美言不信(미언불신)

믿음이 있는 말은 (꾸밈이 없어서) 아름답지 않고, (꾸밈이 있는) 아름다운 말은 믿음이 없으며,

善者不辨(선자불변) 辨者不善(변자불선)

착한 사람은 변명하지 않고, 변명하는 사람은 착하지 않다.”

하고 말이다!



“자네 이 말을 잊지 않기 바란다. 질박하게 순수하면 꾸밈이 없고, 다듬어서 아름답게 꾸민 것은 처음은 듣기에는 좋아도 나중에 신뢰를 잃게 되지. 그리고 의심이 없으면 변명하지 않는다. 대개 올곧고 생각이 깊은 사람은 어눌해서 바보 같고, 음흉하고 얕은 사람은 겉으로는 의를 내세우고 예의가 바른 법이지. 늘 명심하고 잘 처신하면 복이 되고 아님 화가 될 걸세!”

하고 준엄하게 말했다.

이 말은 그가 최철민을 위해서 남긴 마지막 충고였다.

사실 가만가만 한 말이어서 그렇지 언성을 조금만 높였어도 최철민의 폐부를 찌르는 말이었다. 눈치 빠른 최철민이 그 말뜻을 모를 리가 없었으나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그러나 속으로는 남의 가슴을 후벼 판다 싶어 슬그머니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그러자니 갑자기 분위기가 어색해져서 그녀가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