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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 원인 무시한 채 결과만 보고 판단하는 데 회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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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 원인 무시한 채 결과만 보고 판단하는 데 회의가…"

[정경대의 의학소설-생명의 열쇠(136)]

생명의 열쇠(136)


17. 누구를 명의라 하는가?


"병 원인 무시한 채 결과만 보고 판단하는 데 회의가…"


[글로벌이코노믹=정경대 한국의명학회장] 온무영은 만감이 교차했다. 체질과 원인을 무시하고 나타나는 병세만 보고 판단하는 데에 익숙한 진료 행위에 회의감이 깊었다. 그리고 나만이 옳다는 우월적 이기심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아내를 두고 현대의학과 소산의 진단과 치료과정을 지켜보면서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리고 개똥도 약이 된다는 속담을 단순히 들어 넘길 말은 아니었다. 사람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어떤 진단이든, 치료방법이든 다 수용해야 의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지혜인의 파킨슨씨병의 완치 판정은 이지용 박사에게도 상당한 충격이었다. 불치라 결론을 내린 지 오래인 병이라 현대의학의 상식을 뛰어넘은 불가사의였다. 그래서 소산이란 사람의 의술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혼란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온무영으로부터 치료 이론을 듣고 나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맞는 말이었다.

척추를 통해 사지와 장부에 파동을 보내 회복시킨다는 발상이야 말로 기적의 단초를 마련한 것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수술을 하지 않아도 금으로 막힌 뇌혈관을 뚫게 한 창안자의 독창성은 보통 상식을 뛰어넘은 지혜자란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이 두 가지 의술로 현대의학에서 극복하지 못한 난치 혹은 불치란 병들을 거의 고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보게, 온 박사! 나도 언제 그 소산이란 사람 소개 좀 시켜주게. 진단과 치료이론을 직접 듣고 싶군.”

온무영이 검진을 마친 아내가 집으로 돌아간 뒤 이지용 박사의 방을 찾아갔을 때였다. 마침 주영근 교수도 와 있었다. 그런데 이지용이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주 교수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고 다짜고짜 소산을 만나게 해 달라하였다.

“아니 선배님, 그까짓 걸 가지고 이름도 없는 사람을 만나시다니요? 우연히 그럴 수도 있잖습니까? 이럴 테면 수술 안 한 암환자가 5년 이상 생존한 사례도 있고……. 뭐, 그런 유에 지나지 않지 않겠어요? 그리고 그 사람 의료법을 위반했어요!”

가만히 있을 주 교수가 아니었다. 검증되지 않은 것은 절대로 믿지도 않는 성미였다. 게다가 법에 어긋나는 불의한 행위도 용납하지 않는 자칭 정의의 신봉자였다. 하지만 주 교수의 말을 들은 온무영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리고 분노가 치밀어 한 마디 쏘아붙이려 하자 눈치를 챈 이지용이 온무영의 옷깃을 슬쩍 당기면서 만류했다.

“선배님! 어쨌거나 집사람 그 분이 고쳐주었으니까 저는 은혜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의료법 위반이라 하셨는데 그 분은 그런 적이 없습니다. 치료비를 일체 받지 않았으니까요.”

이지용의 만류에도 온무영은 그냥 있을 수 없었다. 그러나 되도록 주 교수의 성미를 건드리지 않을 양으로 조심스럽게 차분한 음성으로 할 말은 다했다.

“치료비를 받지 않았어? 허, 참. 그 양반 대단한 사람이군! 그런 중병을 치료하고도 치료비를 받지 않다니 굉장히 부자인 모양이지? 그래도 그렇지. 부자일수록 자기 이익은 확실하게 챙기는데 말이야. 하지만 자네는 그래서는 안 되네. 당연히 감사를 드려야지.”

/정경대 한국의명학회 회장(hs성북한의원 학술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