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이코노믹=이성규기자] 세계적인 투자의 대가 워렌 버핏의 스승 ‘벤자민 그레이엄’은 투자시장을 ‘미스터 마켓’이라 불렀다. 미스터 마켓은 조울증이 심해 주가가 상승하면 환호를 지르며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을 제시하고 주가가 하락하면 우울증에 걸려 터무니없이 싼 가격을 제시하는 정신병자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 away)’는 명언처럼 어차피 모든 것은 지나가고 없어질 것을... 늘 이슈가 되는 순간에는 안절부절 하지 못한다.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말을 새기면서도 몸과 마음은 따라주지 않았다. ‘경제가 좋지 못하다. 불안하다’는 말만 나오면 누구든지 싸게 팔려고 했고 ‘경제가 좋아진다. 이제 회복이다’라는 말만 나오면 너나 나나 앞다퉈 비싸게 사려고 했다. 그렇게 열성적으로 노력했지만 증권업을 통털어 돈 번 사람은 없다. 결국 한 해동안 우리는 열심히 살았지만 미스터 마켓의 조롱을 당했다. 미스터마켓을 견제하기 위해 금융당국은 여러 정책을 내놓았지만 피해 사례는 줄지 않았다. 상승하는 주식에 매수를 외치는 증권사들과 이를 믿고 함께한 개인투자자들은 깊은 상처를 받았다. 이는 다시 증권사들에게 ‘구조조정’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우리가 올 한 해를 돌아보며 누구를 원망하기 보다는 자신에게 미스터 마켓을 조종하는 ‘탐욕’이 존재하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때다. <편집자 주>
1. 美 출구전략으로 증시 급등락···그들은 의도하지도 않은, 脣亡의 齒寒이 말이 언제 나왔는지 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그만큼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다. 처음에는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다’는 말처럼 미국 입장에서는 단순 출구전략이지만 신흥국들에게는 ‘지옥으로 들어가는 입구 전략’ 같았다. 올해 6월 출구전략이 시행될 것이란 예상에 코스피지수는 2000P에서 1770P까지 주저앉았다. 매일 같이 언론에 출구전략이 언급되며 매도는 또 다른 매도를 불렀다.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당시 현장에 있었던 증권맨들은 세상이 끝나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불과 5월만 하더라도 2000P를 넘어 2100P까지 가고 완만한 지수 상승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직원은 “당시 가진 돈을 투자하면서 나름 부푼 꿈을 갖고 있었다”며 “가족들한테 좋은 것 해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 당시 증권가에서는 출구전략을 두고서 “경제가 좋아지니 출구전략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돌변한 것이다. 코스피 지수가 1900대에 있는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한 것일까? 출구전략이란 말이 없었더라면 억울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1년이라는 시간동안 미스터마켓에게 조롱당한 것일지도 모른다. 2. ‘아베노믹스’로 도요타 웃고 현대기아차 울고···일본에도 조롱당한걸까?잃어버린 10년 그리고 20년을 넘어 30년으로 갈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씻어낸 일본의 무제한 양적완화 정책은 코스피에 어떤 결과를 낳았을까? 초기에는 엔저현상에 대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지만 예상과는 달랐다. 뒤늦게 증권가와 정부가 움직이기 시작했으나 뒤돌아보니 특별한 대응책도 없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화폐’가 가진 힘을 간과했다. 일본은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이며 화폐 중 달러 다음의 안전자산인 엔화 발행국이다. 당시 원화가 가진 무기력함을 보면서 화도 났지만 그래도 어쩌랴. 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성장한 삼성전자, 현대, 기아차와 같은 기업의 세계적 위상을 보면서 위안을 삼았다. 한 때 도요타가 리콜사태와 엔고현상을 겪으면서 현대기아차가 반사이익을 보기 시작했다. 과거 역사를 보면 유럽, 미국, 일본의 순으로 자동차 산업이 발달했고 ‘세계의 권력은 서쪽으로 움직인다’는 말처럼 자동차 산업의 권력이 한국으로 오는 것 같았다. ‘이제 우리나라가 중심이 되는구나’라고 생각했지만 화폐의 힘은 위대했다. 그 순간, 절실히 깨달은 것은 우리는 일본의 라이벌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 이제 결과를 열어보자. 현대차와 기아차의 실적은 오르고 주가는 연초와 달라진 것이 없다. 엔저 피해는 어디갔을까? 남은 것은 현대차와 기아차의 주식을 외국인들에게 아주 싼 가격에 넘겼다는 것이다. 계속 이렇게 조롱당해야 하는 건가? 3. 잔인했던 코스닥 6월 쇼크···경제민주화 정책, 중소형주의 날개는 어디로?동반성장 정책, 경제 민주화, 일감몰아주기 방지 등 중소기업들을 위한 정책을 시행하면서 코스닥지수는 올 초 500P에서 5월말까지 580P로 치솟았다. 고작 9% 오른 거라 생각하지 마시라. 이슈와 실적이 동반된 기업들은 기본 50%가 넘게 올랐으니... 당시는 중소형주 중에서 아무거나 골라도 다 올랐다. 하지만 580P를 정점으로 ‘공포의 6월’을 맞이했고 희망은 사라지기 시작했다. 공포의 6월은 중소형주들에게 더 잔인한 달이 됐고, 투자자들은 포기 상태로 변해갔다. 이 시기를 거친 투자자들은 계좌에 한두 개 기업쯤은 30~50% 손실로 가지고 있는 것이 트렌드였다. 그래도 어쩌랴. 다시 올라간다는 희망을 안고서 버텼다. 하지만 연초와는 달리 좋지 않은 소식들만 들려오기 시작했고 현재는 ‘암울한 6월’의 폭락 수준까지 왔다. 연초의 뜨거웠던 그 열기는 어디로 간 것일까? 믿음 하나만을 가지고 버텨온 투자자들은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이제 와서 정부정책에 뒤통수를 맞았다고 하소연해야 할까? 아니다! 기업의 가치는 무시한 채 전망이 좋다면 무조건 달려드는 욕심을 원망해야 한다. 투자를 하는 방법은 쇼핑을 하는 방법과 많이 비교한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이 가졌던 욕심은 “나 지금 이 과자 먹고 싶으니까 10만원 낼게” 하는 말과 같은 것은 아닐까? 4. 경기불황 직격탄 건설,중공업, 증시를 흔들다···또다른 STX, 동양이 있다세계 경기 불황은 자본보다 부채를 많이 소유한 건설, 중공업에 직격탄이 됐다. 그리고 이들을 소유하고 있는 대기업들조차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질 정도로 무서운 존재로 돌변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STX와 동양이다. 건설, 중공업의 성격은 화끈하다. 그래서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그러니 경기가 좋을 때는 그룹의 최고 효자 노릇을 하지만 반대의 경우는 모기업 등골브레이커가 되는 것이다. 물론 잘 버는만큼 쉬어도 된다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들 부채에 대한 이자는 끝없이 나오기 때문에 한 순간도 쉬어서는 안 된다. 불황? 이들에겐 그런 말조차 존재해서는 안 되고 허용해서도 안 된다.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그리고 최근 이어지고 있는 장기 경기침체를 돌아보면 알 것이다. 아픈 만큼 성숙해야 하는데 이들은 아프면 병원 가서 치료하며 돈만 사정없이 들어간다. 퇴원해서 남는 것은 아무 것도 없고 그들 곁에는 등골 휜 모회사뿐이다. ‘중동에서 수주할 거야’, ‘이번엔 유럽에 진출했데’, ‘엄청난 수주를 했다는군’... 그래봤자 어디를 가나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 이들이 낳은 2013년의 충격은 뇌리에 영원히 남을 것 같다. 5. 셀트리온 사건, 주가조작이야? VS 공매도야?···공매도세력 정말 있었나?2013년의 국민주는 SK하이닉스가 아닌 ‘셀트리온’이었다. 한 때 셀트리온 게시판은 전쟁터였다. 주주들의 글이 분당 6개 정도 올라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셀트리온은 기업과 기업 측이 주장하는 공매도 세력 간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민의 문제였다. 그 안에서는 셀트리온 ‘찬티’와 ‘안티’로 나뉘었고 이 세력 다툼은 인터넷상의 어떤 공간을 막론하고 이뤄졌다. 셀트리온의 지난 1년간의 주가 흐름은 말 그대로 롤러코스터다. 최저가는 26650원, 최고가는 68600원으로 코스닥 시총 1위 기업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의 주가흐름을 보였다. 거래정지는 물론 주가 급락 그리고 급반등의 흐름은 이를 뒷받침한다. 서정진 회장의 주가조작설과 주식담보대출의 반대매매를 막기 위한 전략설, 해외도피 및 분식회계, 보이지 않는 세력의 셀트리온 공매도 설 등등이 있었다. 공매도설에 대해서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은 우리나라의 롱숏펀드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이 2011년이고 셀트리온이 공매도설에 시달린 것도 이 시기이다. 하지만 셀트리온을 보면서 아쉬운 것은 서정진 회장이 실존의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공매도 세력의 존재에 대해서 대응하는 것보다 회사 발전을 위해서 힘쓰는 것이 더 나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만약 묵묵히 일했다면 셀트리온의 여러 문제들이 불거지지 않았을 수 있다. ‘소 귀에 경읽기’라는 말이 있듯이 서정진 회장이 ‘소’처럼 행동하지 못한 점이 아쉬울 뿐이다. 6. 한맥투자증권 주문 실수 사태···마니아층 보유한, 잘 나가던 증권사 파산 위기KB투자증권의 주문실수로 시작되면서 잠잠해지는 듯싶더니 KTB투자증권이 큰 사고를 냈다. 그리고 뒤이어 한맥투자증권이 ‘초대형 사고’를 냈다. 이 사건으로 한맥투자증권은 파산 위기까지 놓였다. 주문 실수 및 시스템 상의 오류라고 하지만 큰 자금을 다루는 증권업의 특성 상 이런 사고 횟수는 너무 많다. KB의 사건이 일어났을 땐 “고생은 하겠지만 그래도 KB지”라는 말이 나왔고 아무도 우려하지 않았다. 그 다음 KTB사건 때는 “중소형사인데 조금 충격은 있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