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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자신있었는데…유럽의 벽 철옹성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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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자신있었는데…유럽의 벽 철옹성 같아"

2014소치동계올림픽 남자 5000m에서 12위에 그친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간판' 이승훈(26·대한항공)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승훈은 지난 8일(한국시간) 소치 해안 클러스터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빙속 남자 5000m에서 6분25초61이라는 저조한 기록으로 12위에 머물렀다.
그는 전날 아쉬운 성적을 거뒀으나 9일 아쉬움을 뒤로 하고 바로 빙판 위에 섰다. 이날 이승훈은 굳게 입을 다문 채 훈련에 매진했다.

5000m 레이스를 마치고 "죄송하다"는 말만 남기고 떠났던 이승훈은 이날은 믹스트존에서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흔쾌히 응했다.

이승훈은 전날 5000m에 대해 "아쉽다. 프랑스와 네덜란드에서 훈련할 때 몸이 무겁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러시아에 와서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레이스를 마친 직후 허무하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는 이승훈은 "자신이 있었는데 확실히 올림픽은 다르다. 나름대로 준비가 철저했는데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역시 올림픽의 벽은 높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전날 5000m에서 스벤 크라머(28·네덜란드)를 비롯한 네덜란드 선수들이 메달을 싹쓸이했다.

이승훈은 "역시 유럽의 벽은 높았다. 철옹성 같다"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스스로 진단한 부진 이유는 '현지 적응 실패'와 '부담감'이다.

이승훈은 "러시아에 온 이후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등 현지 적응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같다. 경기에 큰 영향을 줄지 몰랐는데 그렇게 됐다"고 설명했다.

"긴장한 것도 원인이었다"는 이승훈은 "전날까지 긴장을 하지 않았는데 경기장에 오니 긴장감과 압박감이 느껴졌다"고 털어놨다.

5000m에서 은메달을 땄던 2010밴쿠버동계올림픽과 가장 다른 점도 부담감이라고 했다.

이승훈은 "전체적으로 좋아진 부분이 많았다. 기록도 올라갔다"며 "하지만 부담감이 있었다. 역시 올림픽은 특별하다"고 말했다.

이승훈은 프랑스 퐁 로뮤, 네덜란드 헤렌벤을 거치며 무리하게 전지훈련을 한 것이 원인이 아니냐는 평가에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전지훈련을 하면서도 잘 쉬었다. 일정에 문제는 없었다. 그저 준비가 부족했던 것 같다"고 답했다.

막판 스퍼트를 올리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초반부터 여유가 없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크라머가 앞서 올림픽신기록을 작성하며 쾌조의 컨디션을 과시, 이승훈의 부담이 커진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승훈은 "크라머의 우승은 예상했다. 2~3위 선수들의 기록이 기대에 못 미친다고 생각해 자신이 있었다"며 "출발할 때만 해도 자신이 있었다"고 터놓았다.

5000m 경기는 이제 지나간 일이다.

이승훈은 전날 이상화(25·서울시청), 모태범(25·대한항공) 등 동료들과 함께 방에서 소리를 지르며 5000m 레이스를 잊으려고 했다.

바로 다음날인 이날 담담한 표정으로 훈련에 임한 것도 "방에 있으면 더 좋지 않을 것 같아 나왔다. 뭔가 해야 할 것 같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승훈은 "5000m는 아예 잊고 싶다.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아직 남아있는 경기도 있다. 이승훈은 18일 1만m 레이스에 나서며 21~22일 김철민(22), 주형준(23·이상 한국체대) 등 후배들을 이끌고 팀추월에 나선다.

이승훈은 "1만m는 부담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하겠다. 네덜란드가 더욱 강세를 보이겠지만 다른 선수를 의식할 상황이 아니다. 최선을 다해 5000m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도록 하겠다"고 굳은 의지를 나타냈다.

그는 "팀추월에서 후배들에게 기죽은 모습을 보이면 안된다. 형다운 모습으로 팀추월에 나설 수 있도록 1만m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후배들과 메달을 딸 수 있는 팀추월에서도 온 힘을 쏟아붓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