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농부들이 정리하던 주변 나무들은 카카오나무에겐 열대우림의 동료이며 보호막을 제공하던 공생관계였다. 그들이 사라지고 카카오나무가 단일작물로 자라게 됨에 따라 병과 싸울 수 있는 힘을 점점 잃게 되었다. 특히 ‘새싹팽창 바이러스(cacao swolleh shoot virus. CSSV)’에 쉽게 감염되며, 감염된 카카오나무는 부위가 점점 부어올라 팽창하게 되고 결국 죽는다.
개미는 단물을 수확하려고 쥐똥나무벌레를 기른다. 쥐똥나무벌레의 분비물에서 단물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개미의 보호를 받으며 자란 쥐똥나무벌레는 코코아나무를 죽이는 해충이 된다. 쥐똥나무벌레는 일반적으로 나무에 거의 해를 입힐 수 없지만, 카카오나무는 쥐똥나무벌레의 바이러스로 인해 죽을 수 있다. 그 바이러스가 바로 ‘새싹팽창 바이러스’다.
농약과 같은 화학물질들도 쥐똥나무벌레의 왁스질 표면을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 해충은 끈질기며 쉽게 박멸되지 않는다. 결국 쥐똥나무벌레의 습격을 받은 나무는 베어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최근 카카오 생산지인 ‘아이보리’ 해안에서 ‘CSSV’로 인해 수많은 카카오나무가 잘려나가고 있다. 머지않아 카카오를 대체할 수 있는 원료를 찾아내야 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피해는 카카오나무에 국한되지 않는다. 작년 12월 세계 최대 바나나 수출국인 ‘코스타리카’에서는 쥐똥나무벌레의 습격으로 바나나 농장이 초토화됐다.
한편 이러한 전염병과 해충이 아시아와 오스트레일리아 등으로 확산되는 것으로 알려져 해당 연구자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연구기관들은 바이러스의 저항성과 DNA의 서열로 씨름하고 있다. 언젠가는 해답을 얻을 수 있겠지만, 현실은 멀기만 하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세상의 모든 생명체는 고리로 이어져 있다는 데 착안할 필요가 있다. 고리를 파괴함으로써 발생한 피해는, 그 고리를 다시 연결하면 해소될 수 있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다.